오래 누워 있을수록 더 피곤한 이유

2025-11-12     평택시민신문

건강칼럼

김지은 메디케어의원 대표원장

날이 추워지니 이불 속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따뜻한 방 안에서 누워서 쉬는 시간은 참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누워 있었는데도 몸이 더 피곤하고, 머리가 멍하고, 다리가 붓는 느낌을 받은 적 있으신가요? 분명히 쉰 것 같은데 오히려 더 힘이 빠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근육이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누워 있는 자세는 편하지만, 우리 근육이 일을 멈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허벅지, 엉덩이, 복부 같은 큰 근육들은 단 3~5일만 사용하지 않아도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이 10일간 움직이지 않았을 때 허벅지 근육량이 평균 10~15% 감소했다고 합니다. 근육은 단순히 힘을 내는 조직이 아니라, 혈당 조절과 체온 유지, 호르몬 균형을 담당하는 생명의 핵심 기관입니다. 즉, 누워서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생존 기능이 약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혈액 순환의 정체입니다. 다리 근육은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릴 만큼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누워 있으면 다리 근육이 혈액을 위로 올려주는 펌프 역할을 못 하게 됩니다. 그 결과 피가 다리 쪽에 고이고 부종이나 심하면 혈전이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로 6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혈전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인슐린 저항성입니다. 근육이 움직이지 않으면 혈당을 세포 안으로 들이는 단백질(GLUT4)이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혈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머물러,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이상 누워 있거나 앉아 있던 사람은 인슐린 감수성이 약 25~30% 감소했다고 합니다. 누워 있는 시간은 우리 몸의 당 대사가 멈춘 시간입니다.

 

6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편하지만 서서히 근육 줄어든다

 

혈전 발생 위험 2배 높아져서
혈액 순환의 정체 발생해

 

몸의 당 대사가 멈추는 시간
인슐린 저항성도 감소해 

 

뇌와 기분에도 악영향 미쳐
진짜 휴식은 움직임 속의 회복

마지막으로, 뇌와 기분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오랜 시간 누워 있으면 혈류량이 줄어 뇌로 가는 산소와 영양 공급이 떨어집니다. 그 결과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우울감까지 생깁니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서 신체 활동이 적은 사람은 우울증 위험이 44%까지 높아진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진짜 휴식은 ‘완전한 정지’가 아니라 ‘움직임 속의 회복’입니다. 몸이 피곤하다고 계속 누워 있기보다, 가볍게라도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워 있는 시간은 짧게, 움직이는 시간은 자주 가져야 합니다. 그 작은 움직임이 여러분의 몸과 뇌를 질 좋은 휴식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