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평생교육법’ 국회 통과라는 새로운 출발점
수요칼럼
최근 출근하며 특수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직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학교에 계실 때나 다름없이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었으며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여쭈었더니 새벽에는 탁구교실, 낮에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서예교실·바둑교실에 출석하신다고 한다. 일주일에 사나흘 배움을 위해 다니다 보니 무척 바쁘시단다. 그래서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 보였다.
노인들이 건강하고 더 나은 일상을 위해 배움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바로 평생교육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장애인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지난 10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이 통과 된 것이다. 이 법의 제정은 장애인 평생학습 참여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자립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그동안 장애인의 평생교육은 ‘평생교육법’ 일부 조항에 근거해 운영되어왔지만, 장애인의 특성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평생교육 참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장애인의 특성과 학습환경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번 법 제정은 장애인의 배움의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10월 국회 통과된 장애인평생
교육법은 장애인의 배움권리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선언
평택시는 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프로그램 제공에서
벗어나 전문적 지원체계 꾸려야
‘장애인평생교육법’은 장애에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는 5년마다 장애인평생교육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할 전문인력과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또 개인의 욕구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학습계획을 수립하도록 해 배움이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의 여정’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평택시는 고덕신도시 성장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며 다양한 연령과 장애유형의 인구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산업과 인구가 늘어난 만큼 도시의 외형은 커졌지만, 장애인의 삶을 지탱하는 교육과 복지의 기반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평택의 장애인 평생교육은 평생학습센터나 복지관을 중심으로 일부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지원체계와 이동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접근 가능한 교육공간·전문인력의 확충은 시급하다.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세우고, 타인과 교류하며,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그래서 장애인 평생교육은 복지의 연장선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권리 보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는 지역이 이러한 배움의 여정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 그리고 ‘장애인평생교육법’은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