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사람, 평택형 디지털 보건·복지가 가야 할 길

2025-11-05     평택시민신문

수요칼럼

박지원
평택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아동청소년학 박사

평택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산업단지, 신도시 개발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성장 속도가 곧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 급변할수록 돌봄 공백과 복지 사각지대, 건강 격차, 안전 취약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평택시에 필요한 것은 기술 도입의 속도 경쟁이 아니라, 보건·복지체계의 방향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다.

디지털 기술은 보건·복지 전달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회적 고립이나 위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며 행정 대응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은 복지를 대체할 수 없다. 기술은 복지를 돕는 수단일 뿐이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즉, ‘사람 중심, 포용, 신뢰’라는 복지의 원칙이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

실제로 평택시민과 학계·현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이 확인되었다.

시민과 전문가 모두 노인과 장애인을 주요 정책대상으로 인식했으며, 보건 영역에서는 고위험군 모니터링,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 자가관리, 복지 영역에서는 사회적 고립 예방과 스마트 감지 기반 안전서비스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디지털 보건·복지서비스 이용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89%에 달했음에도, 서비스 도입 찬성률은 90% 이상, 향후 이용 의사 역시 87%로 나타나 시민 기대 수준이 매우 높게 확인되었다. 또한 ‘쉬운 사용법’, ‘높은 접근성’, ‘개인정보 보호’가 핵심 고려 요인으로 확인됐으며 ‘어려운 사용법’, ‘개인정보 노출’, ‘실질적 도움에 대한 의문’이 주요 우려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기술의 확산보다 시민이 신뢰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정책 설계와 접근성 보장이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디지털 보건·복지정책의 중심은 기술이 아니라 시민이다.

급격히 발전하는 평택시는
도시의 성장에 맞춰 보건과
복지체계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혁신하고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 중심 복지 도시 만들어야 

이러한 인식과 수요를 바탕으로 볼 때, 평택형 디지털 보건·복지정책의 핵심은 단기과제와 중장기과제를 병행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부터 추진해야 한다. AI 안부확인, 스마트 감지 기반 안전서비스, 모바일 건강관리 등 이미 기술력이 검증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신속히 도입하고 읍면동 단위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장비 지원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오프라인 지원을 병행한다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기술이 또 다른 격차를 만들지 않고, 시민에게 신뢰받는 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개별 사업과 데이터가 분절되지 않도록 보건·복지 통합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표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분석과 맞춤형 서비스 설계를 지원해야 한다. 의료·돌봄·안전이 연계되는 통합 플랫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를 뒷받침할 개인정보 보호, AI 윤리 기준, 협력체계의 제도화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도농복합도시이자 다문화 도시인 평택시의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이동형 서비스(찾아가는 스마트복지 버스)와 다국어 지원 시스템 등 지역 맞춤형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결국 평택형 디지털 보건·복지의 성패는 두 가지에 달려 있다.

하나는 시민이 직접 “바뀌었다”고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변화’, 다른 하나는 그 변화를 지속시키는 ‘지속 가능한 구조’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평택시는 중앙정책을 단순히 수용하는 도시를 넘어, 지역 현실에 맞는 정책을 스스로 설계하고 선도하는 혁신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위에 따뜻하고 단단한 복지를 세우는 일. 그것이 바로 평택시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