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가을, 세상에 어려운 일

2025-11-05     평택시민신문

문화산책

 

바위 가을

 

나뭇잎 붉게 물들고 이 산 저 산 불붙어

가을이 익어갑니다

갈대꽃 희롱하던 소슬바람에 나풀나풀 내려앉습니다

산국 향기에 취한 하얀 무서리는

아직 남은 햇볕의 위세에 바삐 모양새 바꿉니다

죄다 흔들리고

서둘러 바뀌는 가을 풍경 속에서

절대 변치 말자는 당신의 약속 믿어

오늘도 꿋꿋한 옛모습 지킵니다

 

바람에 구르는 단풍잎 타고

가을이 갑니다

높바람에 낙엽 소리 길게 꼬리 끌면

색바랜 나무는 다음 계절 준비합니다

우리 약속 새기며

지새는 밤 하나둘 헤아리다

밤잠마저 잊습니다

당신 기다리던 나는 무거운 몸은 두고

한껏 높아진 하늘 꼬드김에

가을 철새로 올라 탑니다

 

세상에 어려운 일

 

영양덩이 눈 떨어지지 않게

가만가만 쌀 씻어

솥에 붓고 물대중을 한다

쌀의 촉감 파삭하니 물을 조금 더 넣고

불은 콩 들어가니 물은 살짝 덜 넣어야지

어머니는 진밥을 즐기시니 물은 넉넉하게

아들 녀석 된밥을 좋아하니 물은 적게

물바가지 밥솥 위에서 춤을 추고

바가지 잡은 손 파르르 떨린다

 

결혼을 결심하던 심정으로 결단하고

조심조심 물을 붓는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사랑하는 마음 담아 물을 붓는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던 하현달

눈 찡긋하며 내 귀에 속삭인다

-적당히 살아라

 

장두흠 작가
'한국서정문학' 등단
경북대 영어교육과 졸업
평택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