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장이라면’…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났다
평택시가 올해 6회째 개최한 시민협치대회 ‘내가 시장이라면’에서 시민들의 창의적인 정책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10월 14일 평택시청에서 열린 발표대회에서는 환경, 안전, 청년·복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제안이 쏟아졌고, 시민 투표를 통해 우수 팀이 선정됐다. 특히 올해는 평택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더욱 의미 있는 자리였다.
평택시민신문은 수상팀 중 ‘임산부 알림 시스템’을 특허까지 등록해 우수상을 받은 ‘핑크클로버’, 장려상을 받은 ‘동물 구조 버스’를 제안한 동일공업고등학교 동아리 ‘캣스토리’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산부석 논란 해결할 분홍색 빛
대중교통 탑승 시 교통카드 인식
불빛과 알림음으로 배려 유도해
평소에는 배려석 사용할 수 있어
효율성 높여 ‘일거양득’ 효과
2013년부터 시행된 대중교통 내 임산부 배려석 제도가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민원은 6286건으로 하루 평균 17건 이상의 관련 민원이 접수될 정도다.
핑크클로버팀의 팀장 윤태원(25) 씨는 고등학교 이 문제에 주목했다. 윤리 선생님이 임신했을 때 시내버스로 출퇴근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들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윤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특허청 주관 ‘YIP’ 대회에 출전해 전국 발명 교육생으로 선발됐고 1년간 교육받으며 특허 출원과 등록까지 완료했다. 코로나와 군 복무로 주춤했던 활동을 올해 재개하며 가족들과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했다.
윤 씨가 개발한 ‘대중교통 내 임산부 배려 솔루션’의 작동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임산부가 보건소나 온라인을 통해 임산부 전용 교통카드를 발급받은 뒤 버스에 탑승해 카드를 찍으면 임산부 배려석 옆 기둥에 설치된 LED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동시에 “임산부가 탑승했으니 양보를 부탁드린다”는 안내가 나온다.
지하철은 카드 대신 전용 앱을 활용한다. 임산부가 인증받아 앱을 설치하면 배려석 기둥에 설치된 장치가 블루투스로 자동 인식해 같은 방식으로 알림이 작동한다. 소리 없이 불빛만 켜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 전용 앱을 통해 소리와 불빛을 개별적으로 온오프할 수 있게 설계했다.
윤 씨는 이 시스템이 임산부뿐 아니라 모든 승객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은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라고 캠페인을 한다”면서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만차인데 임산부가 없으면 비효율적이다. ‘임산부도 없는데 왜 비워둬야 하나’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산부가 없을 때는 일반인이 앉아 있다가 LED 불빛이 들어오면 양보하면 된다”며 “자리 활용 효율성이 높아지고 눈치 보지 않고 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학과에 진학해 사업화를 준비 중이지만, B2G(기업과 정부 간 전자상거래·business-to-government) 사업 특성상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향 평택에서 이 시스템이 가장 먼저 도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윤태원 씨는 “제품 개발과 실용화까지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어릴 때부터 품었던 꿈이다. 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친 동물을 구조하고 싶어요”
4년간 준비한 동물복지 정책
유기되거나 다친 동물 구조해
기관·봉사자에 인계하는 역할
“적은 예산 대비 큰 효과 기대”
동일공업고등학교 동아리 ‘캣스토리’는 ‘동물 구조 버스’ 도입을 제안했다. 2016년 축제 기간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구조하며 시작된 이 동아리는 올해로 10년 차를 맞았다. 학생들은 학교 옥상을 동물 보호 공간으로 만들고 방학에도 나와 고양이를 돌보며 유기동물 관련 캠페인을 펼쳐왔다.
처음에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동물 의료 버스’를 구상했지만 전문가 컨설팅 과정에서 마취제 관리법, 수의사 없이는 의료 행위 불가 등의 법적 제약에 부딪혔다. 학생들은 좌절할 뻔했지만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의료 버스 대신 ‘동물 구조 버스’를 제안하기로 한 것이다.
동물 구조 버스는 유기 동물을 구조해서 돌볼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에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평택에 있는 민간 업체 3곳이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종민(2학년) 학생은 동물 구조 버스가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반려동물을 위한 혜택도 필요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모두 불편하지 않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제안은 차에 치여 죽은 동물 구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박종민(3학년) 학생은 “수술까지는 못하더라도 병원으로 인계할 수 있는 역할은 가능하다. 동물병원과 협업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택은 유기 동물과 동물 교통사고 사망 수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편이다. 2021년 기준 유기 동물 발생률이 전국 2위로 집계되기도 했다.
구조 버스가 도입된다면 방치되는 동물들을 신속히 구조하고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조 버스 운영에는 주민자치 예산이나 참여예산제를 활용하면 300만~500만 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자원봉사 시간 인정을 통한 운영도 가능하다.
이종민 학생은 “대한민국 법상 불가능한 점이 많아 아쉽다”며 “이런 법들이 조금이라도 완화되거나 개정돼서 동물의료버스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