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정마을 엄기영 이장
인터뷰 호정마을 엄기영 이장
햇빛으로 에너지 자립 실현한 ‘호정마을’
“에너지 자립으로 한여름 폭염에도 전기요금 걱정이 없습니다.”
안중읍 학현5리 호정마을은 89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2023년 ‘경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회소득마을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45가구가 옥상이나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경기 RE100 기회소득마을 지원사업은 마을 공동체에 상업용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각 가구는 설치비의 20%만 부담하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었다.
엄기영(55) 이장은 “각 가정에 3kW 규모의 자가소비용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이후 호정마을 주민은 전기세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매년 발생하는 ‘역대급 폭염’에도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가구는 7~8월에 불과 몇천원의 전기요금만 냈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가구가 받은 전기요금 청구서에는 ‘0원’이 찍히기도 했다.
경기RE100 기획소득마을에 어떻게 지원하게 된 것인지.
2022년 안중읍 주민자치센터에서 공문을 받았다. 경기도 RE100 기획소득마을 지원사업으로 각 가구에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매년 여름 날씨가 더워지는데 전기세 누진세 걱정하는 주민이 늘고 있었다. 좋은 기회라 판단해 마을 주민들과 의논한 끝에 지원하게 됐다. 마을 공용 발전설비를 어디에 설치하고, 수익을 어떻게 활용해야 마을에 이로울지를 주민과 같이 결정했다. 주민의 적극적 참여와 호응으로 2023년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완료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이후 변화는.
전기요금 걱정이 사라졌다. 7~8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시원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겨울 난방비도 절감됐다. 보일러가 방을 보온하기 위해 가동될 때보다 아침저녁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 가동될 때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한다. 그래서 태양광을 활용하는 전기온수기를 설치했더니 난방비가 크게 줄었다.
마을 공용 발전설비를 설치해 마을기금도 모으고 있다. 마을 공동부지가 없어 개인주택 옥상을 임대하여 마을 공동발전소를 설치했다. 마을 공용 태양광발전소의 전기 판매로 얻은 수익에서 지붕을 빌려준 가구에 매달 주는 임대료를 제외하고 남은 돈을 마을회관 건축비로 적립하고 있다.
특히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기대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에 관심이 높아지고, 우리 삶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됐다. 휴대전화에서 ‘경기 RE100’ 앱을 통해 자신의 집에서 생산되는 태양광발전과 전기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봄가을 햇볕이 쨍쨍할 때에는 발전량보다 소비량이 적고, 한여름에는 아무래도 소비량이 더 많다. 이런 에너지 사용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점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관리하는 법을 터득해 실천하게 됐다.
호정마을이 9월 29일 경기융합타운에서 열린 ‘경기 RE100마을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에너지 자립 우수마을로 선정됐던데.
경기도 내 에너지 자립마을 473개 중에서 5개 마을이 우수마을로 선정됐고, 5개 마을 중 한 곳이 호정마을이다. 탄소중립, RE100 등 공동체를 위한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는 데에 자긍심을 느꼈다.
이날 에너지 자립마을이 평택에 9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구나 규모에 비춰볼 때 적은 숫자라고 본다. 평택시와 지역사회가 에너지 자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길 바라본다.
한여름 폭염에 ‘전기세 0원’
에너지 생산의 효용성 체감
마을공용 발전설비 설치
전기판매로 얻은 수익은
마을회관 건축비로 적립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
체득하고 실천하게 돼
에너지자립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2022년 경기 RE100마을에 지원할 때 태양광 설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 설비를 앞으로 몇 년 쓸 수 있을지 궁금해하거나 다 쓴 설비가 새로운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도 있었다. 태양광 설비 지원은 정부·경기도·평택시 같은 공공에서 추진하는 사업인데 ‘써보니 이렇다 저렇다’ 하는 항간의 소문만 무성하고 공공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공공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다면 더 많은 주민이 더 많은 마을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에너지 자립마을은 무엇인가.
전기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삶의 질을 높여 준다. 그래서 한 사람, 한 가구, 한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다. 호정마을은 그런 전기를 태양광으로 직접 생산하게 되면서 냉난방 문제를 해결하고 효용성을 체감했다. 주민들도 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기후변화 대응 방법을 이웃과 고민하고 협의하게 됐다.
제가 생각하는 에너지 자립마을의 모습은 현재 호정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마다 태양광 패널과 태양열 온수기가 달려 있고 주민이 자기 집에서 발전되는 에너지량과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주민이 ‘RE100’ ‘제로웨이스트’ 같은 단어를 자연스럽게 말하며 그런 삶을 실천하는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