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원, 가을 1

2025-10-22     평택시민신문

문화산책

엄마의 자원

 

얘야, 
불에 탈 것은 쇠죽솥 아궁이 곁에 놓아두거라
빈 병은 꽃밭 천리향 뒤쪽에 모아둔단다 
농약병은 조심히 다루거라
고무신이나 대야 양철과 쭈그러진 양은 종류는
대문 뒤에 두면 된다
무쇠 종류도 함께 모아두면 되느니라
고물 장수들이 거둬가기 쉽도록 정리하거라 
 
커다란 무쇠 가위를 철컥거리며 외쳐대는 소리
고물 삽니다~ 고물이요~
흔쾌히 싣고가던 고물 장수 아저씨들 
그 값으로 울릉도 호박엿과 맞바꿔주던 경제성장기
자원이 귀하던 시절
농사가 많던 부모님의 분리수거는 나의 주전부리와
훌륭한 재활용으로 연결되었다 

쓰고 먹는 것보다 버릴 것이 더 많은 현실에서 
과대포장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쓰레기와 폐품 분리수거에 진심이던 자연사랑
엄마의 자원 관리를 다시금 따라잡는다 
 

가을 1

 

반추할 것도 많고 버릴 것도 많은 계절  
나무들은 서둘러 작별을 고하고 구름도 뒷모습을 보인다 
어정쩡한 침묵 속에 갇혀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
때늦은 반성에 고개를 숙이게 한다  
후회의 교차로를 허우적거리며 길고 긴 불면의 밤을 
버틴 적이 하루 이틀을 초과하는 것도 예삿일이 되었다 
어떠한 태양도 눅눅한 구름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황금 햇살을 펼치지 못한다는 것은 하늘이 먼저 아는 일  
공원의 여가를 툭툭 털어내며 일어서는 
노인들의 쭈글쭈글한 미소를 거침없이 평화로 읽는다     
익은 열매들이 몸을 날려 똑똑 대지를 노크한다 
선한 가슴들은 다정한 소리 하나에 여닫히는 법 
이어서 쏟아질 오색 단풍의 공연이 허공을 수놓으며
화려한 연출은 극에 달할 것이다 
가을은 가을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바빠서 좋아라 

 

배두순 작가
평택문인협회·평택수필작가협회 회원
평택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강사
시집 [영혼의 요람을 찾아내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