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시민과 함께 숨 쉬는 싱크탱크, 화성시연구원

2025-09-30     한아리 기자

[기획취재] 100만 대도시 준비하는 평택시, 싱크탱크가 시급하다 ②

평택시가 인구 80만을 향해 급성장하면서 체계적인 정책 수립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평택항 확장, KTX 등 대규모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폭발적 성장 속에서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던 전통적 행정 방식으로는 복잡다단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평택시민신문>은 평택시의 미래 비전을 담은 지역맞춤형 정책 개발과 과학적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위한 전문 싱크탱크, 즉 지방연구원 설립의 필요성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정책연구 기관을 설립·운영하고 있는 타 지자체의 사례를 통해 그 구체적 모델과 혁신적 접근법들을  ① 수원시정연구원  ② 화성시정연구원  ③ 청주시정연구원 순으로 싣는다. 마지막으로는 ④ 평택시의 현황과 정책연구기관 설립 방향성에 대해 살펴본다. 

화성시의 두뇌 ‘화성시연구원’ 
50만 이상 지자체 최초 연구원

 

전문 싱크탱크 필요성 공감대 형성
정책적 뒷받침 아래 순조로운 개원

 

높은 정책반영률로 실용성 증명해
지속가능 위한 독립성 확보는 과제

화성시연구원은 6월 19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화성특례시 AI 포럼’을 개최해 ‘AI특례시 화성의 미래’를 주제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도시 혁신의 가능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했다.

화성시의 성장과 연구원 설립 배경

화성특례시는 2001년 시 승격 이후 전례 없는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며, 2010년 인구 50만을 돌파했고, 현재 인구 105만의 특례시로 발돋음했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세와 함께 2022년 4월 ‘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인구 50만 이상 도시의 정책연구기관 설립 여건이 조성됐다. 당시 화성시는 인구 100만 돌파를 앞두고, 급변하는 행정 수요와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정책 연구 개발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화성시연구원이 순조롭게 설립될 수 있었던 건 행정적 뒷받침 덕분이다. 민선 8기 정명근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시의 미래 비전 구축을 위한 핵심 과제로 연구원 설립을 추진했다. 같은 해 9월 ‘화성시연구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제정과 함께 설립준비금 4억 8000만 원, 출연금 20억 원을 확보하는 등 신속한 행정 추진력을 발휘했다. 2023년 4월 행정안전부로부터 경기도 내 인구 50만 이상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설립 허가를 받아 7월 21일 화성시연구원이 공식 개원하게 됐다.

설립 과정에서 시의회는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우려보다 장기적 행정 효율성과 정책 품질 제고에 대한 기대감으로 화성시 규모에 걸맞는 전문 싱크탱크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다만 예산 낭비와 연구원의 정치적 독립성, 연구의 중립성 확보에 대한 투명한 운영 방안 마련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예산 낭비와 연구원의 정치적 독립성, 연구의 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어 투명한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전문성·특화역량 갖춘 조직체계 구축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범한 화성시연구원은 동탄첨단산업단지 내에 자리를 잡고 체계적인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기획경영실, 도시환경연구실, 경제사회연구실, 데이터센터, 화성학센터, 탄소중립지원센터 등 3실 2부(팀) 3센터로 구성됐다. 정원은 33명으로 현원은 정규직 22명과 초빙연구원 등 계약직을 포함해 총 39명이 근무하며, 올해 46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부서는 고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한다. 기획경영실이 연구사업과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가운데, 도시환경연구실은 주거·도시·교통·환경·문화관광 분야의 정책연구를, 경제사회연구실은 행정·재정·경제산업·보건복지·일자리교육 분야 등 시민 중심의 실용적 연구를 수행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화성시만의 특화된 센터들이다. 데이터센터는 시정연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관리와 공공빅데이터 활성화 연구를 담당하고, 화성학센터는 화성학 관련 연구와 성과 확산, 화성시 기록화와 아카이브 사업을 수행한다. 탄소중립지원센터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화성특례시 맞춤형 탄소중립 정책 발굴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촉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선도하고 있다.

개원 첫해 기본연구 10건, 전략연구 10건, 정책연구 20건, 현안연구 44건 등 총 84건의 연구 성과를 산출했으며 정책반영률은 91%에 달해 양적 성과뿐 아니라 질적 우수성도 입증했다. 특히 대표적 성과인 ‘화성시 균형발전 기본계획(2025~2029)’은 연구원 소속 연구진이 지역에 대한 심층적 통찰과 축적된 데이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수립한 ‘살아있는 계획’으로 평가받는다.

실증 데이터와 시민 협치로 구현하는 스마트 거버넌스

화성시연구원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데이터 기반 정책 지원 체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데이터센터는 지역화폐 정책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통해 연 발행액과 사용액은 물론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 부가가치 유발효과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시각적 자료로 제공했다. 올해 1월 발간한 ‘데이터로 만나는 희망화성’은 2001년부터 2022년까지의 시계열 통계 분석을 통해 화성시 발전 궤적을 조망하고 미래 정책 방향 설정의 나침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시의성을 강화한 ‘이슈리포트’를 발간해 출산율, 지역화폐 등 주요 정책을 그래픽과 그림으로 시각화한 ‘인사이트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시정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화성시연구원의 또 다른 중요 임무는 주요 재정사업 평가다. 지방보조금 사업을 체계적으로 평가해 예산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 기준 9월에 연구가 완료됐으며, 화성시 예산 중 사회복지 비중이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교통, 물류, 건설 인프라 순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사업에 대한 예산 증액과 인센티브제 도입, 저조한 사업에 대한 감액과 페널티 등을 제안해 정책 예산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성시연구원이 추구하는 가치는 시민과 함께하는 연구 생태계 구축이다. 개원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기관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4년 8월 시민연구참여단 1기를 10개 분과 148명 규모로 출범시켰다. 29개 읍면동에서 추천받은 시민들이 박사급 연구진과 함께 설문조사, 간담회를 통해 연구 주제 키워드를 발굴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협치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균형발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 제안 100건 중 70%가 실제 반영되는 등 실질적 시민 참여의 모범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화성시연구원은 2023년 7월 21일 동탄2신도시 LH인큐베이팅센터에서 개원식과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갖고 출범했다. 

글로벌 싱크탱크로의 비전 제시

화성시연구원은 한 차원 높은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향후 연구인력 확충 등 전문 역량을 강화해 화성시 용역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의 연구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연구기관으로의 발전을 1차 목표로 설정했다. “지방연구원은 시민의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철학 아래, 단순 시민참여형 연구기관을 넘어 시민과 함께 숨 쉬고 함께 연구하는 실천적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제세미나 개최와 국제 학술지 논문 투고 등을 통한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구축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화성시연구원이 개원 2주년을 맞아 명실상부한 화성시의 ‘두뇌’로 자리매김하며, 시민과 상생하는 살아있는 싱크탱크로 진화할 수 있을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작은인터뷰

화성시연구원, 시민과 함께 걷는 2년

최재용 화성시 연구원 연구기획부장

 

급성장 도시 복합문제 해결 시급
전문연구기관으로 역량 강화 박차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도약 꿈꿔

 

2주년을 맞은 소감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한다. 만 2년이 되었지만 시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기관임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특히 91%라는 정책반영률은 우리 연구가 실제 시정에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시민연구참여단 1기 운영 성과에 대해 궁금하다. 나아가 2기에서는 어떤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2024년 8월 10개 분과 148명 규모로 출범했다. 29개 읍면동에서 추천받은 지역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분들로 구성됐다. 균형발전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들이 제시한 100개 의견 중 70% 정도가 실제 반영됐다. 특히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1순위로 나와 적극 반영했다.

각 분과별로 해당 분야 박사급 연구진과 함께 설문조사,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연구 주제에 대한 키워드를 발굴하고 시민 의견을 듣는 역할을 한다. 1년 단위로 운영되며 연임 규정도 있다. 현재 화성시는 급격하게 커가는 도시로 각각의 지역 수요를 잘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모집하는 2기는 보다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시민참여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연구과제 공모전, 시민연구포럼 개최, 우수 시민연구자 시상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단순 참여를 넘어서 시민이 직접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려고 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도시인 화성시의 특성상 복합적인 도시문제를 겪고 있는데 연구원은 어떤 분야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화성시는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교통, 교육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통근 인구가 30~40%에 달할 정도다. 또한 특례시이지만 기초지자체로서 자치 영역이 제한적이다. ‘옷만 새로 입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4개 권역별 시리즈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방보조금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화성시 예산에서 사회복지 비중이 가장 높고, 교통, 물류, 건설 인프라가 그 다음이다. 우선사업에는 예산 증액과 인센티브를, 저조한 사업에는 감액과 페널티를 제안한다. 내부기관이 아닌 외부기관의 시각에서 평가한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화성시만의 차별화된 연구 정체성을 어떻게 구축해나갈건지 이야기해달라.

1차 목표는 화성시 용역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 연구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연구인력 확충 등 전문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국제세미나 개최, 국제 학술지 논문 투고 등을 통해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고 싶다.

화성시연구원은 시민과 함께 숨 쉬고, 함께 연구하는 실천적 연구기관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시민들이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화성시민의 행복을 위한 정책연구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