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 경기도 탄소중립 도민추진단 평택시 대표
대도시로 성장한 평택,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할 때
평택시 통합 30주년을 기념한 ‘평택스토리텔링 시민강좌’의 두 번째 강연이 9월 26일 열린다. 이날 박환우 경기도 탄소중립 도민추진단 평택시 대표는 평택수필문학작가협회 회장이라는 낯선 직책을 걸고 ‘옥관자정에서 유천정수장까지 평택시 수돗물의 역사’를 강연한다.
박환우 대표는 아주대 공과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30년간 평택에서 환경운동가로, 도시생태전문가로 활약해왔다. 그가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에 주목한 이유를 묻자 “창작자의 시각에서 지역 환경을 들여다보고 기록으로 남겨 지역사회와 평택시민과 공유하고 싶다”고 답한다.
30년 동안 환경운동가로, 생태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1984년 아주대학교 환경공학과에 입학해 아주공대 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을 했다. 환경에 관심이 있어 환경공학을 전공했으니 내가 배운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환경운동에 전념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는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같은 ‘공해’ 추방이 환경 분야 주요 의제였고 환경운동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의식과 함께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환경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처음에는 환경운동연합을 통해 평택에 사는 회원 명부를 구해 20명쯤 되는 평택 회원에게 연락하고 그들을 만났다. 1996년 ‘평택환경운동연합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입원해야 했다. 전신 골절로 3~4개월 꼼짝없이 누워만 있어야 하니 사무국장을 계속할 수 없었다. 건강을 회복하니 환경단체들이 1998년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환경 후보로 출마하라고 권유했다. 정당공천제가 도입되기 전으로 읍면동별로 시의원 1명을 선출하는 방식이어서 평택에서도 지방자치에 뜻을 둔 청년 여럿이 후보로 나섰으나 낙선하고 현실정치의 매서움을 체감했었다. “정치가 쉽지 않구나”를 깨닫고 현실을 다시 인식하게 해준 경험이었다.
미세먼지, 평택호 수질개선,
세교산단 아스콘 등 환경 현안
제기하고 지역사회와 해법 모색
20년전 배다리생태공원 필요성
제기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
초창기 환경운동은 어떤 방식이었나.
주로 환경파괴 감시와 평택호 탐사활동 등으로 지역사회의 환경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수원환경운동센터·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등 경기남부권의 환경단체들과 함께 1997년 평택호 물줄기 환경탐사를 시작했다. 미래세대와 함께 평택호 갈대숲, 아산만 갯벌, 하수처리장 등을 탐사하며 평택호 오염이 평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하류 지역 주민이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는 점을 알리자는 취지였다. 평택에서는 평택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전신인 푸른평택21 실천협의회 등 환경단체가 결합했고 시민단체인 평택참여연대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이 점차 본격화되면서 시민참여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많은 시민이 환경문제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면서 환경오염이 개발이익보다 더 많은 건강과 재산상의 피해를 준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고 참여와 관심이 높아졌다. 환
경운동가로서 다루는 영역도 넓어졌다. 평택포럼 제8대 대표와 아름답고 푸른평택21 실천협의회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소사벌지구 신재생에너지 시범단지에 있는 자란초교 앞 지역난방공급시설 문제, 아산만 조력발전소 건설 저지운동, 일본 마츠야마시의 지구온난화 대책 사례과 재활용 인프라 사례를 지역사회에 제시 등의 활동을 펼쳤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평택시의원으로 당선됐다. 환경운동가로서 정치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도권에서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환경 문제 해결의 대안을 마련하고 싶었다. 시의원이 된 후 경기도에서 가장 나쁜 수준을 기록했던 미세먼지, 세교산단업단지 아스콘 악취, 모산골평화공원 조성, 배다리저수지 수질개선,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지역사회 알권리 보장, 자전거 이용 활성화, 노후산업단지의 경쟁력 강화, 아산만 조력발전댐 건설 백지화 촉구 등의 환경 현안을 제기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해법을 모색하고자 노력했다.
깨끗한 물은 도시의 존재 근거
화학물질이 포함된 반도체공장
방류수가 환경과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대비해야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관련 석사를 취득한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과학적·전문적 관점에서 환경문제에 접근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공과대학 출신이다 보니 데이터를 활용하고 도표화하는 데 익숙하다. 시의회 자유발언에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제기할 때는 말로만 ‘미세먼지가 심각하다’고 하지 않고 평택에 위치한 미세먼지 측정장치의 측정기록을 도표화해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도내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다. 평택시의회 속기록을 찾아보면 기존 황사 등의 용어와 구분해 ‘미세먼지’라는 용어도 처음 사용했다.
세교산단 악취가 ‘아스콘공장’ 때문인 것은 끈질긴 자료 요구와 현장 탐사로 밝혀냈다. 세교중·평택여고 학생들이 악취와 유해물질로 구토와 호흡기·피부질환 등을 앓고 있다는 제보에 관련 기관에 1차·2차·3차 계속 자료를 요청하고 교차 검증하며 원인을 파헤쳤다. 그 결과 세교산단에 있는 아스콘 생산업체가 2011년 재생 아스콘 공정을 증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재생 아스콘은 도로에 뜯어온 낡은 아스팔트를 높은 온도에서 녹인 다음 새 재료를 소량 섞어 다시 사용하게 만든 것을 말한다. 10년 가까이 오염된 아스팔트를 녹이는 과정에서 심한 악취와 다량이 오염물질이 배출됐던 거였다.
그때 아스콘공장이 어디인지 확인하려고 이른 새벽 세교중학교를 찾아갔다. 학교 수위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 학교 건물에 올라갔다. 세교산단을 바라보니 가동 중인 한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와 함께 악취가 퍼지고 있었다. 바로 저곳이구나! 그렇게 문제의 아스콘공장을 찾아냈다.
그동안 다뤄온 환경 현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20년간 배다리저수지를 생태공원으로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평택의제21·평택포럼 주최 토론회, 평택환경행동 주최 환경사진전시회, 강의, 칼럼을 통해 생태공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수질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초기 평택시는 배다리저수지를 유원지로 개발하려 했다. 이게 여의치 않자 잔디 깔고 산책로 정도 만들어주는 공원으로 조성하려 했다. 그런데 생태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한 주민의 의지와 노력이 이어지면서 생태가 보존되니 멸종위기종 겨울철새가 찾아오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변모했다. 평택시도 2024년 11월 14일에 기존 배다리공원을 ‘배다리생태공원’으로 공식 선포했다.
아직 손볼 데는 많다. 야생동물을 놀라게 하는 소음을 유발하는 각종 행사를 열고, 요란하게 LED수국을 설치하는 행정은 주민과 야생생물이 함께 살아가기 어렵게 한다. 도시 안에 자연을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생태’ 공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할지를 행정과 주민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야 한다.
환경보전 위해 민관협력 필수
평택시는 환경재단 설립하고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환경은 늘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때가 많지 않은가.
살기 좋은 도시는 경제와 환경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도시는 결국 외면받게 된다. 환경은 실제로 사람들의 삶의 질에 매우 즉각적으로 영향을 준다. 대기오염·수질오염·기후변화는 건강과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쾌적한 환경은 아파트 분양가와 거주지 선택에 영향을 준다. 그러다 보니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개인적인 욕구에 아파트값 같은 이해관계가 더해져 환경운동이 집단화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하지만 추구하는 목표가 같아도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볼 수 없고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때론 정서나 감정 문제로 오해나 갈등을 빚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기도 한다. 개발이든 보전이든 한쪽에서 누군가는 소외될 수 있다. 그런데 소외됐다고 느낀 사람이나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이 맞지 않다고 나선다면, 이때 합리적이고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방향을 정해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를 위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방향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시민의식이 성숙해져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평택의 지역사회가 최우선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환경 의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방류수 수십만톤이 매일 평택호로 흘러들고 있다. 반도체공장은 ‘첨단’이라는 말로 가리고 있지만 수백 가지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대규모 화학공장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평택뿐 아니라 용인·화성에 있는 반도체공장에서 다수의 화학물질이 포함된 방류수가 하루 백만톤 이상 평택호로 유입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용인 첨단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추진을 위해 시민에게 깨끗한 먹는 물을 공급하던 송탄상수원보호구역도 해제됐다. 진위천을 따라 평택호로 화학물질이 포함된 방류수가 흘러들었을 때 환경과 평택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먹는 물이 고갈되는 기후위기 시대에 깨끗한 물의 확보는 도시의 존재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에 환경재단 설립을 평택시에 제안하고자 한다. 대도시로 발전하는 평택시 환경보전을 위해 민관협력은 필수적이다. 환경단체·환경전문가와 함께 평택호 수질 개선·보전, 물순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자원순환 폐기물시설 등과 같은 문제도 환경재단에서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해 전문적·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평택수필문학작가협회 회장을 맡아 평택스토리텔링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문인 박환우의 향후 계획도 듣고 싶다.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서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서사를 만드는 데 문화예술인 즉 창작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으로 스토리텔링도 하고 의미도 부여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도시의 서사가 형성되고 정체성을 구체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수필이 평택의 서사를 만들어가기 적합한 문학 장르라고 봤다. 문화예술인이 지역과 환경을 자유롭게 기록하며 모아낸 서사를 시민과 공유하고 싶다. 이런 취지로 평택시 통합 30주년을 기념한 ‘평택스토리텔링 시민강좌’를 8월 28일, 9월 26일, 10월 31일 개최한다. 9월 26일에는 제가 ‘옥관자정에서 유천정수장까지 평택시 수돗물의 역사’를 주제로, 한인숙 시인이 ‘일상에서 수필 소재 찾기’를 주제로 각각 강연한다.
앞으로 수필작가의 시각에서 지역 환경을 들여다보고 기록으로 남겨 지역사회와 평택시민과 공유하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