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락산권의 역사문화자산과 장소정체성 찾기 ⑲ - 부락산권 역사인물 홍보 네트워크 구축과 장소마케팅

2025-09-17     평택시민신문

부락산권의 역사문화자산과 장소정체성 찾기 ⑲

부락산권 역사인물 홍보 네트워크 구축과 장소마케팅

부락산권 위성사진

평택 북부지역의 주산인 부락산(높이 143m)은 고려 승장 김윤후, 임진왜란 당시 연안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정암·이정형 형제, 일제강점기 자전거 영웅 엄복동, 판소리 근대5명창 이동백, 민족 지도자 민세 안재홍, 기지촌 쑥고개의 삶을 노래한 박석수 시인 등 역사인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삼남대로 대백치에서 이충동 동령마을로 내려오는 흔치고개, 흔치휴게소를 지나 소골로 내려가는 고갯마루 서낭당, 400년 전통의 정제와 줄다리기가 남아 있는 동령마을 등 역사문화자산도 풍부하다. 특히 북부지역의 유일한 생태 휴식 공간으로서 부락산과 덕암산을 잇는 생태통로는 주말이면 1000명이 넘는 시민이 이용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본지는 그동안 부락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꾸준히 고민해온 황우갑 민세아카데미 대표와 부락산의 역사문화자산을 깊이 들여다보고 장소 정체성을 어떻게 세울 지에 관한 글을 기획하여 매월 1회 연재한다. 앞서 황우갑 대표는 본지에 국내 공간문화재생 사례, 퇴역 평택함을 활용한 평택시의 장소마케팅 전략, 해외 문화예술 공간 탐방 등의 기획 기고를 게재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그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통찰력 있게 제시해왔다.

‘부락산권의 역사문화자산과 장소정체성 찾기’가 평택의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을 확립하는 데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락산을 단순한 야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많아 안타까워

 

김윤후, 조광조, 원균, 오달제,
안재홍 등 많은 역사인물과
연계해 부락산권 스토리텔링
개발하고 홍보작업 확대해 
향후 브레인시티 입주자나 
수도권 유입 인구들 고려한 
다양한 장소 마케팅 전략 세워 나가야

 

 

부락산권 역사인물 스토리 공유 필요

휴일 아침마다 가끔 가벼운 마음으로 부락산에 오른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는 평택 사람이 아니라 외지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 공통적으로 등산객들이 하는 말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도심 가까이에 이런 편안한 능선을 가진 곳이 많지 않은데 늘 야트막한 산과 가까이 할 수 있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평택에 사는 사람들은 그 천혜를 잘 모른다. 이는 사시사철 누구나 부담없이 오르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자연공원이지만 시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스토리가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이제라도 부락산이라는 공간을 장소로 바꿔 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공간을 장소로 바꾸는데 중요한 것이 스토리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우리의 직접적 인류인 사피엔스종이 다른 모든 종을 물리치고 이 지구를 장악했던 힘으로 스토리의 공유를 강조했다. 여전히 많은 평택 시민들에게 부락산권은 생태환경의 강점만으로 다가온다. 이제라도 부락산권에 이야기를 공유하는 노력을 펼쳐나가자.

이충동 충의각을 찾은 지역청소년 동아리

공간을 의미있는 장소로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해야

이런 노력을 장소마케팅(place-marketing)이라고 한다. 동네에 잘 되는 음식점에 가보자. 간판이나 벽을 이용해서 팔고 있는 음식과 관련 역사, 건강에 좋은점, 가게의 전통 등을 자세히 써 놓고 있다. 이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은 이런 정보나 스토리를 공유하면서 자부심도 느낀다. 이런 선순환은 더 자주 찾는 충성 고객을 만들고 가게는 더욱더 번창하게 된다. 결국 장소마케팅은 지역의 장소성과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전략이자 공간을 장소화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론에 강해야 한다.

스토리를 만들고 입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개별 공간이 지니는 장소정체성에 대한 자료 조사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들려면 스토리텔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락산권에 흔적을 남긴 많은 역사인물 알리고 이야기 공유해야

그러나 현재 부락산권에 대한 지역 사회 차원의 이해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재 연재 중인 글과 관련 자료를 통해서 살펴본 것처럼 부락산권에는 무장·문인·독립운동가·문학인 등 다수의 역사인물에 대한 기억과 흔적이 남아있다.

향후에는 부락산권에 대한 거시적 이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각계의 연대와 협력 활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첫 국립공원으로도 지정된 지리산과 지리산권의 장소마케팅 노력은 부락산·부락산권과 규모면에서 직접 비교할 수는 없으나 장소정체성 확보와 지역간 협력 차원에서의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영호남의 여러 학술기관이 힘을 합쳐 다양한 역사·문화·생태 자료 분석을 통해 시대별 지리산권의 장소정체성을 축적하고, 주요 문인의 지리산 답사기 내용을 정리하고 그 탐방 목적을 명확히 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지리산 공간 스토리텔링 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부락산의 장소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조사와 자료 축적을 바탕으로 이곳을 널리 알리고 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하자.

오좌동에 있는 수성군 최유림 장군 묘

부락산권 역사인물 관련 기관단체 협력체계 구축해야

김윤후, 정도전, 최유림, 한온, 조광조, 원균·원전, 이정함·이정암, 오달제, 이동백, 안재홍, 박석수 등 역사인물 기념사업회나 문중과의 협력 체계 구축은 첫 번째 과제이다. 또한 현재 부락산을 둘러싸고 있거나 관련이 있는 평택시 북부지역의 송북동, 송탄동, 중앙동, 신장동, 지산동 등 지역간의 협력도 요청된다. 그리고 평택시, 평택문화원을 비롯해 주민자치단체와 연대해서 부락산권 역사인물 장소 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해나가야 한다. 지역 초중고 및 대학교와의 협력 방안을 마련해 각 학교의 장소정체성을 알려주고 부락산권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일에 함께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부락산 자락에 있는 은혜중고가 매년 4월 은혜로 벚꽃길 축제를 통해 많은 시민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시민축제로서 향후에 부락산권 장소마케팅 전략 수립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사진, 미술, 음악 등 관련 단체와의 협력 체계 구축도 고려해야할 방안이다.

도일리 원균장군묘

점·선·면 장소 스토리 만들기

부락산권 장소 스토리 만들기를 위해는 점·선·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 점의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락산 인물장소 자산의 경우 앞서 언급한 주요 인물에 대한 개별적인 자료의 축적과 정리가 우선적일 필요가 있다. 이런 개별적인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는 부락산의 인문적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매년 부락산 인문학포럼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선의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점으로 된 개별 역사인물 자산에다가 마을 등을 연계해서 다양한 주제의 답사 코스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선의 전략을 통해 역사인물의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걷기 등과 연계한 신체활동을 통해서 부락산권에 대한 애정을 높여 나갈 수 있다. 면의 홍보 전략도 필요하다. 이는 다양한 형태의 입체적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부락산 음악회, 부락산 전시회 등의 개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역량이 강화되면 지역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매년 적당한 시기에 역사문화축제 같은 프로그램도 기획해 볼 수 있다. 이런 작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민관협력의 부락산역사문화연구회와 같은 중간 조직 개발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주제로 부락산을 알리며 걷기, 생태체험 등과 연계하면 더욱더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적극적인 홍보 매체 활용과 민간 스토리 정리 활용

현재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 중의 하나가 온오프라인 홍보 자료의 제작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부락산권에 오르고 있으나 부락산권이 단순한 동네 야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앞서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부락산권에는 한국사를 빛낸 여러 저명한 인물과 기지촌의 기억을 간직한 인물들의 활동이 녹아있는 장소이다. 이런 역사인물과 부락산과의 인연을 정리해서 시민과 특히 청소년들에게 홍보해서 부락산의 장소성에 대해 시민인식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부락산에 대한 기억을 지닌 일반 시민의 기억과 사진, 기타 자료를 모으는 일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모으는 것은 이후 다양한 부락산 장소정체성 강화 행사 진행에 유용한 콘텐츠로서 활용되게 될 것이다. 1차적으로는 60대 이상 부락산에 대한 소중한, 특별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의 영상과 사진, 증언 자료 등을 지속적으로 모아나가야 한다. 이는 부락산역사문화연구회와 같은 중간조직에서 담당할 필요가 있다.

 

부락산권 확장 대비와 1박 볼거리가 있는 평택 만들기

기존에는 부락산권이 1번국도와 인접한 부락산 서쪽 지역에서 흔치휴게소 사이가 주 등산 코스였으나 향후 브레인시티 지역에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늘어나면 흔치휴게소에서 덕암산까지의 코스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흔치휴게소를 중심으로 좌우로 현재는 실외 휴게 공간만 있으나 안내를 겸한 실내 휴게공간 조성도 필요하다. 덕암산 지역까지 등산로 이용이 많으면 부락산-덕암산은 왕복 2시간 이상의 거리로 평택뿐 아니라 수도권 등지에서 가족 단위의 등산 등을 위한 평택 방문이 많아질 것이다.

부락산권 외부 방문객들은 등산에 그치지 않고 주변 볼거리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이다. 현재 사유지가 많아 애로사항은 있으나 시범적으로 부락산권 내 1개소에 나무 데크를 놓아 숲체험과 연계한 도보 코스를 만드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충북 진천군은 만뢰산 자연공원 조성으로 나무데크로만 숲길을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주변 환경도 보전하고 안전한 이동 통로 조성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락산권과 연계해서 북부 지역의 특히 신장쇼핑몰, 송북시장과 고덕국제신도시 함박산 공원, 알파문화예술공원, 안재홍 역사공원 등 여러 주제공원과 박물관, 평화예술의 전당, 평택호·평택항 등과 연계하면 1박 관광이 가능한 평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우갑 전문기자
​​​​​​​민세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