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고지고, 만원 지하철에서

2025-09-17     평택시민신문

문화산책

 메고지고

 

지하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떡집이 눈에 띄었다
그 떡집의 이름은 메고지고였다
순간, 사람들의 어깨가 보이기 시작했다
메고 진 그들의 삶이 계단과 함께 출렁거렸다
잠시 그들의 속내를 기웃거려 보았다
뒷모습을 더듬어보니 일상을 담은 날개가 보였다
내색하지 않는 고뇌와 시름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삶의 둘레에서 거품처럼 이는 욕심의 더미들을 
쓰임에 따라 가려내고 담으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떻게 담아야 할 것인지를
묻고 답하며 마음의 그릇을 비우고 또 채운다

흔들리지 않는 삶은 없다
넘어지지 않는 삶도 없다
날개는 꺾어서 겹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상을 꿈꾸며
메고 진 어깨를 끌어안는 것이다 

 

만원 지하철에서

 

그래요,
조금 밟히고 구겨져도 괜찮아요
그대의 고단한 삶의 무게를 
저에게 기대어 덜어내도 좋아요
우리는 삶을 함께 걸어가는 길벗이니까요
어제의 피곤함을 뒤로한 채
오늘을 살아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때로는 숨이 차지만
그래도 기우뚱거리는 열차 안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조용한 움직임이 들리지 않나요
그래요,
우리 서로에게 힘이 되어요
오늘을 잘살아보아요
그리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아요.

 

 

공도환 시인
숭의여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평택문인협회 회원
동서문학상 맥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