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통일에 대한 재인식
진세혁의 로컬프리즘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된 날이다. 광복의 기쁨은 ‘우리 나라’에 대한 열망이다. 35년간의 식민 지배를 끝내고 한반도에 한민족에 의한 나라를 세운다는 기대를 누구나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후 한반도의 역사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38도선을 중심으로 북쪽에 소련군이 남쪽에 미군이 진주하며 남과 북이 나누어지는 예기치 않았던 아픈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역사의 현실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는다. 광복 후 80년이 지나고 있다. 80년 전 한반도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이후 80년 동안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살아가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의 분단 상황이 단기간에 극복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현실은 현실. 분단 상황이 80년 전 시작되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매년 맞는 광복절. 80번째를 맞고 있으니 새로운 의미과 각오를 다진다는 것도 사실 어려운 일이다. 지나가는 행사를 형식적으로 치르는 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20년 후면 광복 100주년을 맞게 된다. 20년 안에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요원한 일이라면, 분단 100년이 눈앞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100년이 넘는 기간을 분단된 상황에서 지낸다고 하면 너무 비관적인 관점일까?
통일신라 이후
한반도에서 분단 상황이
80년 넘게 지속된 적 없어
통일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어도
광복 100주년 생각하며 지속적 관심 가져야
100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몽골이 세운 원나라는 쿠빌라이가 1271년 몽골 제국의 국호를 대원(大元)으로 삼은 것을 시작으로 보고, 1368년 명나라에 의해 중국 대륙에서 밀려난 시기에 끝난 것으로 본다. 이후 몽골 고원에서 북원이라고 불리며 명맥을 유지하기는 하였으나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던 원나라가 중국대륙을 지배한 시기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한반도는 통일 신라 이후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단일한 국가 체제를 유지하였다. 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혼란 시기인 후삼국시대도 889년에서 936년으로 50년이 채 안되는 시기로 본다. 지금처럼 분단이 지속되는 시기는 한반도 역사에서 드문 일인 것이다. 한반도에서 통일된 국가가 아닌 두 나라가 존재하는 시기가 80년이 넘어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현 시기를 후세의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광복 80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은 비교, 언급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산업화를 넘어 민주화를 이룩한 국가로, K-컬쳐 등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강국으로 발전해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북한은 글로벌 가치와는 반대의 길을 걸어왔고, 남북한 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이러한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남북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분단의 장기화로 인한 정서적 이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 분단극복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한 나라를 이루어 살아왔던 민족이 분단되어 살아가는 것은 주어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할 일이다. 비록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여도 내부적으로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준비하여야 할 일이다.
통일이 어려운 일이고 비현실적인 일이라 하더라도,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분단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광복 80주년 현 시점에서 광복 100주년을 생각하며 장기적 시각을 갖고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