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농민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줄 것인가?

2025-08-06     평택시민신문

평택읽기

윤정원
평택시여성농민회 회장

“가볍고, 높이 조절도 되고, 한쪽에 바퀴가 있어서 아주 쓸모가 있어야~”

“무거운 농약통을 바닥에 놓고 짊어지려면 힘든데, 여기 위에 놓고 높이 맞춰서 지면 아주 좋아요.”

“이거 하나로 온갖 작업할 때 아주 유용하게 써요.”

“그냥 사려면 50~60만원 한다는데, 우리는 10만원 자부담내고 나머지는 지원받았지.”

 

전라도, 강원도까지 사람 만나러 다니기 좋아하는 내가 공통적으로 보게 되는 장비가 ‘다목적 농작업대’이다.

알루미늄 재질로 무게가 33kg 정도여서 가볍고 튼튼한데, 높이 조절이 가능하고 한쪽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서 이동도 편하다.

이런 장비는 어떻게 지원받게 됐는지 알아보니, 각 도와 시군에서 지원하고 일부를 자부담으로 해서 여성농업인들의 노동력 절감을 위해 ‘농작업 편의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이에 대해 더 알아보니 다목적 농작업대 뿐만 아니라 바퀴가 있고 햇빛 가리개가 있는 고추 수확차, 충전 운반차, 충전식 예초기, 충전식 자동 전정가위 등 10여 종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평택 여성농민 약 1만명으로 추정

다른 지자체에 비해

여성농민 지원책은 매우 부족

 

소외감 느끼지 않도록

적극적 지원책 만들어야

여성농민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남성의 보조자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평택시에는 농업경영체의 경영주인 여성농민이 4500여 명이라고 한다. 경영주가 아닌 여성농민을 포함하면 평택시 여성농민은 1만명 내외일 것으로 예상된다. 벼농사가 주를 이루는 논농업 기계화율은 2023년 기준 99.3%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여성농민이 주로 종사하는 밭농업 기계화율은 67%로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경우가 아닌, 소규모로 다품종 농사를 짓는 여성농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기계화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여전히 모종을 옮기고, 수확하는 작업 대부분을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의 농업 노동 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에서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작업 편의장비를 지원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나은 영농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함일 것이다.

평택에서 여성농민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시에서 지원하는 것이 없다는 얘기였다. 듣고 보니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는 정장선 시장이 1인당 지원금도 높이고 총예산도 늘렸지만 2025년에 962명에게 지원했다. 예산은 2억8900만원이다. 매년 신청자는 천명이 넘지만 다 주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평택시는 ‘여성농업인 특수 건강검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24년에 1억1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500명의 여성농민에게 22만원을 지급하는 예산을 세웠고, 2025년에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농정과를 찾아가 여성농민을 위한 편의장비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담당직원으로부터 “여성농업인만을 위해 지원사업을 하는 것은 역차별 아니냐”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아주 단순하게 논농사와 밭농사 기계화율만 생각하더라도 이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차별의 의미는 제대로 알고 하는 것인지, 공무원들에게 매년 성평등 교육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본 개념도 갖지 못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택이 인구도 늘고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농업인들이 처한 현실은 변함이 없다 보니 그만큼 여성농민이 느끼는 소외감이 커지고, 농사가 재미가 없어진다.

당장 이장단의 30%는 여성이 하도록 하라든지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요구하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실시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표시라도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