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 오면 잠기는 물놀이장을 굳이 만들어야 했나
노을생태공원 물놀이장 준공했으나 개장 못한 채 집중호우에 전면 침수 예산낭비 우려 목소리 지역에 유사 사례 있어… 진위천유원지 물놀이장은 매년 침수복구에 1억 써 결국 지난해 3월 철거돼
원평노을생태문화공원이 개장도 못한 채 침수 피해를 겪으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7월 21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원평노을생태공원은 약 117억 원을 투입해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을 가까이 누리는 생태공간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6월 27일 준공식 이후 정상 개장하지 못하다 7월 16~17일 내린 집중호우로 완전 침수됐다. 주요 시설인 물놀이장은 형태를 찾을 수 없고 그늘막 상단부만 수면 위로 드러나 물놀이장이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시는 호우가 내리기 전 가설건축물인 탈의실이나 샤워장, 화장실 등을 미리 다른 곳에 옮겨 큰 피해를 막기는 했다. 현재는 인력을 투입해 물놀이장에 밀려든 토사와 물을 빼내는 중이다.
문제는 원평노을공원 물놀이장의 침수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침수 대책도 없다는 데 있다. 물놀이장이 들어선 안성천 둔치는 태풍·장마 때 집중호우가 내리면 자주 침수되는 곳이다. 거센 물살이나 떠내려온 나무 등으로 시설이 파손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를 놓고 지역에 진위천유원지 물놀이장이라는 유사 사례가 있음에도 물놀이장을 또 설치함으로써 ‘새로운 예산낭비 사례’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진위천유원지 물놀이장은 매년 반복되는 침수 피해와 막대한 복구 비용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 4월 완전 철거됐다. 진위천유원지를 관리하는 평택도시공사 관계자는 “배관 청소, 보수 작업, 정수차 정비 등으로 복구 비용이 최소 1억원 이상 투입됐다”며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반복되면서 운영 부담이 가중돼 공청회와 간담회를 거쳐 시민 의견을 수렴한 후 철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환우 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장은 “1년 전에 침수와 복구비용 문제로 철거한 물놀이장 사례가 있는데 걸핏하면 침수되는 공간에 굳이 물놀이장을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기후위기로 매년 침수가 기정사실화된 수변공간에 시민을 위한다면서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물이 차면 복구하고 다시 설치하는 예산을 반복 투입하는 행정을 재검토하고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환우 분과장은 “자연을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라며 “원평노을생태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연과 시민이 공존하는 생태적 공간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침수에 대비해 수처리시설 등을 이동식으로 설치·운영해 시설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진위천유원지처럼 1억원까지 복구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물놀이장을 설치한 이유를 묻자 “시민이 이용할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원평동 제방에 기존 계획했던 성인 수영장을 수정해 소규모 어린이 물놀이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바꾸었다”고 답했다.
시는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을 검토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해 8월 중에 물놀이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다만 대책 마련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개장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