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등
2025-07-16 평택시민신문
문화산책
저물녘
저녁밥을 짓는다
거실의 불을 켜고 창밖을 보는 기다림의 시간
현관 밖의 기척 소리에 귀를 세운다
어스름이 스멀스멀 스며든다
곧 식구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시달렸을 남편과 아이들
이마의 주름을 세우고 인상을 구기고 들어오더라도
이내 따뜻해지는 가슴들이다
어릴 적 저녁 무렵
문이야! 엄마가 부르시면
에잇~ 더 놀아야 하는데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굴뚝의 연기가 반갑기도, 아쉽기도 했던
아쉬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던 그 시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으로 들어와 눌러앉던 어스름
사랑과 고단함이 들고나는 엄마의 품 속 같았다
저녁의 어스름은 기다림이다
남편을 기다리고
아이들의 귀가를 기다린다
등 굽은 엄마는 아들딸을 기다리고
밥상의 반찬들은 주인을 기다리는
아늑한 어스름이 마냥 좋다
등
누워서 맞대면
울음이 나지
우린 싸운거지
앉아서 맞대면
웃음이 나지
우리 운동하는 거지
일어서서 맞대면
불끈 힘이 나지
우리는 서로를 보호하는 거지
계간 <한국 작가> 등단
평택문인협회 사무국장
경기문학공로상·평택문학상
시집 <누가 엄마에게 한숨을 선물했을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