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의 자리, 스킨답서스

2025-07-02     평택시민신문

문화산책

수저의 자리

 

정해진 자리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는지 
금수저 흙수저 구분하는 저울 앞에
아득히 태어난다는 
요즘 용 멸종 위기

안 쓰고 안 먹고 7포* 세대 원룸들
따뜻한 밥숟가락에 배추김치 쭉 찢어
걱정은 등 뒤로 묻고 
바닥에 닿다 보면

조금씩 달라질 거라 기대를 달아놓고
자식 입에 들어가면 배가 부른 어머니
접어둔 버킷리스트 
한 줄 한 줄 달려본다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희망, 꿈을 포기함

 

스킨답서스

 

오른다, 타고 오른다 등 돌린 구호처럼

마디마디 잎을 펼치고 높다랗게 손 뻗어
벼랑에 몰아친 바람 
어깨로 받아낸다

그늘진 거리에는 굳게 문이 잠기고

더 오를 수 없을 때 함성이 짙어 짙어간다
어둠은 난청이 되어 
소리마저 덮는다

공중으로 뻗은 손 붙잡지도 못한 채

뚫고 나오려는 잎과 막으려는 잎이 높아
불빛에 밤을 접혀도 
목청은 더 환해지고
 

오향숙 작가
2025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란’ 동인
평택문인협회 회원
동인지 [자전거를 타고 온 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