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강의 물도 부족하다

2025-03-26     평택시민신문

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55

태백시 매봉산 능선에 설치된 풍력발전단지 3월 중순 고산지대에는 눈이 남아있다.

황사 미세먼지를 피해 강원도 태백으로 여행을 간다. 평택제천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려가다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가득 채운다. 제천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 38호선을 타고 이동한다. 강원도 고산지대로 오르는 길은 수소자동차도 힘들어한다.

3월 중순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지고 많은 눈이 내려도 봄기운을 이기지는 못한다. 높은 산에는 눈이 남아 있지만 국도 도로변에 쌓인 눈은 먼지에 오염된 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해발 1048m 두문동재 정상 터널을 통과하니 태백산국립공원 산맥과 맑은 공기가 우리를 반긴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과 남아 있는 하얀 눈을 보니 생선 가시와 반짝이는 비늘이 연상된다. 매봉산 능선 따라 보이는 풍력발전단지에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거대한 풍차가 힘차게 돌고 있다. 경사도가 급한 국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높은 산들 사이 평지에 둥지를 마련한 고원도시 태백시가 보인다.

태백 금대봉 낙엽송 숲 사이로 검룡소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 지난 겨울에 내린 폭설이 남아있다

 

국가하천 한강 발원지는 강원도
태백시 대덕산 금대봉 자락 해발
800미터 높이에 있는 검룡소

 

물줄기는 대덕산을 지나 영월
동강과 충주댐을 겨쳐 여주
이천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류 팔당댐에 저장돼

국가하천 한강 발원지 검룡소에서 발원한 눈 녹은 계곡 물이 봄 바람을 타고 한강을 향해 달려간다.

높은 고원도시 태백시 시내에서 국도 38호선을 벗어나 국도 35호선을 따라 검룡소 방향으로 좌회전해 삼수령 고개를 넘어간다. 태백산국립공원 검룡소 입구 창죽교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금대봉 대덕산 사이 깊은 골짜기를 따라 10분 정도 달려 검룡소분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국가하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금대봉 자락 해발 800m 높이에 있다. 검룡소 계곡 바위에 낀 이끼들은 사계절 샘솟는 9도 정도의 수온 덕분에 푸른빛으로 살아있다. 겨울에 내린 폭설이 골짜기에 그대로 남아 있는 금대봉과 대덕산 골짜기 계곡물 소리가 우리의 영혼을 맑게 씻어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야생화가 피어나기 직전의 계절이라 검룡소 산책로는 한적하다. 산책로를 내려오던 주민은 위쪽으로 올라가면 빙판길이니 조심해서 옆으로 한발씩 올라가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카메라만 메고 평상복 차림으로 산속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걱정스러운가 보다.

겨울에 쌓인 눈이 남아있는 금대봉 골짜기 검룡소에서 솟아오르는 물 덕분에 눈이 녹고 푸른 이끼가 살아있다

대덕산에서 남서로 방향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강원도 정선을 지나 영월로 흐르며 깊은 산골짜기의 맑은 물이 모여 동강이라 불린다. 영월 동강은 래프팅으로 유명하다. 영월 동강은 서강, 평창강과 만난다. 영월 청령포에는 단종 유배지가 있어 조선시대 단종의 슬픈 역사가 전해지고 있다. 제천시 구간을 지나 충주시 충주댐을 지나 하류로 흘러온 물은 여주 이천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해 팔당댐에 저장되어 수도권 주민의 생명수인 팔당광역상수원으로 공급된다.

1985년 완공된 국내 최대규모의 충주댐 건설로 인해 충청북도 단양·제천·충주 등 광범위한 지역이 물에 잠겨 주민들이 수몰돼 떠나야 했다. 평택시에도 댐 건설로 인해 이주한 수몰민들이 있다. 단양 도담삼봉, 제천 청풍호, 충주호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국내 최대규모의 인공호수, 내륙의 바다인 충주호를 둘러볼 수 있다.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면 단양 남한강 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제천시도 청풍호 케이블카를 운영하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인공호수의 명칭을 변경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갈등도 장기간 잠복하고 있다. 기존의 충주호 명칭을 제천시는 ‘청풍호’ 단양시는 ‘단양팔경호’로 변경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아산호·평택호·평택강 등 국가하천 안성천의 명칭 관련한 갈등과 비슷한 느낌이다.

충주호 선착장에서 유람선이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다.

충주댐은 40년 동안 남한강의 물을 저장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충주댐의 건설로 장마철에는 빗물을 저장해 홍수로 인한 한강 인근 도시의 침수피해를 줄이고, 가뭄에는 댐에 저장한 물을 방류해 충청북도·경기남부·수도권 지역에 상수원·공업용수를 담당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전기가 부족할 때는 수차발전기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태풍으로 인한 홍수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주요 방송 뉴스는 북한강 소양강댐이나 남한강 충주댐의 수문 개방 상황과 한강 잠수교의 수위를 생방송으로 내보낸다. 최근에는 경기남부 용인시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 개발이 추진되어 대량의 물을 정밀 부품의 세정수, 냉각수로 이용하는 반도체 공정의 공업용수 공급 때문에 한강 팔당댐 광역상수원에 의존하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을 위한 안정적인 상수원 수량확보 대책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충주댐·소양강댐·팔당댐의 용수 공급 능력이 장기적으로 부족하다는 전망이다.

1985년에 완공된 충주댐. 국내 최대규모의 콘크리트 중력댐이다.

 

용인원삼과 남사에 SK하이닉스와
삼성반도체산단이 조성되면
약 160만톤 공업용수 더 필요해
한강 팔당댐 광역상수원 수량확보
대책 국가적 과제로 부각 

 

지난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광역상수원 의존도 더
높아진 평택, 반도체 폐수 대책과
더불어 물 부족 문제에도 관심 가져야

용인시 남사읍 일대에 추진될 용인반도체국가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2024년 12월 진위천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어 평택시의 한강 물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용인시 원삼면에 건설 시공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반도체일반산업단지가 가동되면 한강에서 하루에 87만톤의 공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하는 하루 수십만톤의 폐수는 폐수처리를 거쳐 안성 고삼저수지·한천을 통해 국가하천 안성천으로 합류해 평택 유천동으로 유입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용인시 남사읍에 추진되는 삼성전자 반도체국가산업단지는 하루 80만톤의 공업용수를 이용하고, 방류수는 진위천을 흘러 평택호를 통해 아산만으로 배출될 계획이다. 한강 물을 취수해 반도체산업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버린 물은 오산천·진위천·안성천을 통해 평택호로 유입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공장 방류수를 모두 평택호에 담수해야 한다면 평택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환경부는 기후위기에 따른 폭우 피해, 물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상류 지역에 보조댐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단양천에 댐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에 단양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룡소·충주댐·한강을 둘러보며 반도체산업단지 개발은 경기 남부에 집중하고, 정작 상류 지역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강을 흐르는 물은 유한한 자원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