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평택의 성숙한 교통문화

2025-03-19     평택시민신문

평택 읽기

길강묵 법무부 광주출입국외국인관서 소장 행정학 박사, 평택고 32회

현대 사회는 즉각적인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인터넷 속도가 조금만 느려도 답답함을 느끼고, 온라인 쇼핑에서는 당일 배송, 익일 새벽 배송이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뉴욕의 ‘'데이먼 베럴(Damon Baehrel)’ 레스토랑은 약 10년 이상의 대기 명단을 보유하며, 자연주의 요리로 명성을 얻고 있다. 기다림이 필요한 경험은 우리에게 ‘인내’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지난 2월 발표된 ‘2024년 교통문화지수’에서 평택은 90.17점을 기록하며 A등급을 받아 전국 229개 시군구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는 평택시민들이 교통법규 준수와 질서 의식을 높게 유지하며, 이동의 효율성보다 안전과 상호 배려를 중시하는 교통문화를 정착시켰음을 방증한다. 이 결과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평택의 성숙한 교통문화를 반영하는 지표다. 교통사고 안전 전담 인력 확보, 담당 공무원 교육 이수, 교통안전정책 운영 등의 노력이 만들어낸 큰 성과다.

문화는 개인의 생활 양식 이상의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문화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문화가 사람들이 세계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틀이라고 설명했다. 교통문화는 기계적인 법규 준수를 넘어 평택시민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평택시민들은 교통법규와 질서를 중시하며 성숙한 교통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속도의 시대에서 인내와 배려를 실천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고, 우리의 일상에서 ‘기다림’과 ‘인내’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한다.

 

평택이 교통문화지수 평가에서
전국 2위 차지한 것은 
평택의 성숙한 교통문화 반영 지표
이번 평가가 공동체적 가치 실천 하는 
선진 국제도시라는 평택의
새로운 정체성 확립하는 계기 되기를

국제적으로 교통문화 수준이 높은 도시들은 단순한 법규 준수를 넘어, 공동체적인 배려를 바탕으로 한 교통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선 보행 존(Woonerf)’이었다. 이는 물리적 기반의 교통 시스템이 아니라, 보행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공간에서 운전자들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며 사람과 공존하는 방식이었다. 일본 도쿄 역시 철저한 대중교통 질서와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를 통해 국제적으로 모범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도시 구조를 보다 안전하고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행정적 조치를 뛰어넘어 시민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평택이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지향하는 도시의 국제화는 경제적 발전이나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 국한되지 않는다. 진정한 선진 도시란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공동체적 배려 속에서 발전하는 곳이다. 진정으로 국제적인 도시는 도로 위의 질서와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것에서 나아가, 시민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평택이 이번 성과를 통해 성숙한 교통문화를 바탕으로 시민의 품격을 높여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 존재의 핵심을 ‘시간성’으로 보았다. 우리는 언제나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우리의 현재 선택이 앞으로의 삶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평택시의 교통문화 사례는 이러한 철학적 개념과 맞닿아 있다. 빠르게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기다릴 줄 알고 질서를 존중하는 태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이는 정책적 성과를 넘어, 평택이 ‘교통문화가 성숙한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언젠가 교통선진국 네덜란드와 일본의 중앙일간지에 ‘기다림의 미학, 평택의 성숙한 교통문화’라는 기사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