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길과 나의 여정 ‘관찰창’
평택읽기
평택섶길 걷기 미학에 빠진 섶길인
한국사진문학협회 회원
관찰창*
목영目迎**으로
삐거덕 문 열리면
그리움들이 와락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그리움의 통로
동장군의 시샘일까. 오늘이 입춘인데, 며칠간 강추위가 온다고 한다. 이럴 때 우리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동장군의 마지막 저항이길 바라며 겨울과 관련된 ‘섶길과 나의 여정’을 적어본다.
추운 겨울 가난한 시절 창호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관찰창
이제는 추억 속의 창이 되었지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그리움의 통로이자 미래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섶깊 과수원길을 걷다가 어느 빈 농가의 문간방 여닫이 창문을 보고 찍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을지 아니면 그사이에 사진으로만 남는 풍경이 되어버렸을지 궁금하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듯 창호지는 뜯겨나가 쓸쓸한 바람만 드나드는, 여닫이 창문은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그리움을 바로 불러왔다.
창문은 채광·환기·경관·방음·단열·안전 등 여러 가지 기능적 역할을 한다. 창문에 창호지가 뜯겨 있지 않더라도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채광과 단열 등 여러모로 창문으로서의 기능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과거에서 현재로의 시간의 경계를 넘은 우리의 기억 속에, 저 창문은 과거의 경험을 공유하는 그리움의 표상 중 하나이다.
창문을 조금 더 눈여겨보면, 오른쪽 창문의 중하단에 있는 작은 유리창이 보인다. 비디오 인터폰이 없던 옛 시절 창문 속의 작은 유리창은 방 안에서 문을 열지 않고, 바깥에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등의 날씨를 살폈고, 인기척이 들리면 누가 왔는지 확인하던 관찰창이었다. 필자가 어릴 적 살던 판잣집에도 저 창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옛 시절 창호지의 창문이 있는 어느 집이든 다 있었을 것 같다.
특히 관찰창은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아주 유용했다. 단열이 매우 취약한 옛 가옥의 구조적 특성상, 외부의 찬 공기를 최소화하면서 실내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의 지혜였다. 따라서 관찰창은 단순한 작은 창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을,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창으로, 세상과 소통하던 목영目迎의 창이었다. 이제는 추억 속의 창이 되었지만, 그 시절의 지혜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의 통로였다.
옛 농가의 관찰창을 보며 그리움을 소환했으나 그리움은 단순히 애틋한 과거의 회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뿌리이며 과거 부족하고 어렵던 시절의 아픔과 기쁨이 얽힌 복합적인 감정이다. 이를 극복하려던 우리 선대들의 지혜는 현재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러므로 그리움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미래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 창호지 창문의 작은 유리창 구멍을 ‘관찰창’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전통가옥이나 민속자료에서는 이와 같은 창이 어떤 용어와 의미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 목영(目迎): ‘눈으로 맞이하다’라는 뜻으로 주로 사람이나 사물을 시각적으로 바라보며 반가워하거나 환영하는 상황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