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로 만나는 평택섶길 풍경 특별편 2
토스카나 기행 두 번째 이야기
평택섶길해설사
전 평택시 송탄출장소장
이계은 평택섶길해설사가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둘러보고 쓴 기행문을 특별편으로 해서 2회 싣는다. 그동안 평택섶길의 아름다움과 평택시민의 삶을 심도 있게 다뤄온 그가 전하는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풍경, 풍부한 역사·예술에 관해 들어보자.
르네상스 발생지 피렌체 두오모 성당과 단테 생가,
시뇨리아 광장, 베키오다리 관광은
한편의 명품 영화 보고난 듯 가슴 뿌듯
피렌체와 경쟁에 뒤져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특이한 중세풍 고도 시에나와 발도르차 평원 지나
18년 만에 다시 와 본 로마 감회 새롭고,
케사르포룸 유적과 유명한 트레비 광장,
로마의 랜드마크 원형경기장과 판테온 등
둘러보며 행복감 느껴
여행을 함께하면 친구가 된다
지난해 11월 24일~12월 2일 9일간 스무 명 일행과 함께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로마를 여행했다. 치비타베키아, 엘바섬, 친퀘테레, 피사까지의 상편에 이어 나머지 여정을 마무리 정리한다.
일행들은 여행 중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며 친해졌다.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
빼빼한 남성 가이드는 시뇨리아 광장 등 피렌체의 중심지역을 두어 시간 함께 걸으며 그곳의 역사, 문화, 예술에 관해 술술 풀어놓는다. 이어폰의 음성과 그의 손짓에 모두가 집중한다. 보고 들을 것은 많고 시간은 적으니 바쁜 여행자들에게 효율적이다. 1296년부터 140년에 걸쳐 지었다는 피렌체 두오모(Duomo, 그 지역의 가장 큰 성당)의 이름은 ‘산타마리아 델피오레 대성당’이다. 엄청나게 큰 붉은 돔(쿠폴라)은 건축기술이 따르지 못해 함께 올리지 못하던 중 르네상스의 천재 건축가 부르넬레스키에 의해 완성되었다. 성당옆 오페라홀 입구엔 돔을 올려다보는 부르넬레스키와 성당의 건축가 아르놀포 디 캄비오가 무언가를 적으며 성당을 바라보는 조각상이 있다.
성당의 양편엔 세례당과 종탑이 있다. 세례당 청동의 동문과 북문은 로렌초 기베르티가 각각 21년과 27년을 걸려 제작했다. 구약을 소재로 제작된 북문을 본 미켈란젤로는 ‘천국의 문’이라고 극찬했단다. 천국의 문은 25년마다 열린다. 올해가 그해다. 그날을 대비해 곳곳은 공사 중이다. 종탑은 조토가 설계했다. 조각가이자 화가이기도 했던 그는 성모마리아의 가슴 모습을 여성스럽게 표현하는 등 서슬 퍼렇던 종교적 중세사회에서 인본주의(人本主義) 르네상스를 처음 선도한 사람이었다. 주변 골목들이 간결하고 예쁘다. 옛 모습을 지키는 노력에 의해서다. 약국, 담배가게(복권, 차표 등을 판다) 외에는 돌출간판을 달 수 없단다. 단테의 생가와 단테의 성당을 지나 시뇨리아광장, 베키오궁전, 우피치미술관, 바사리회랑, 베키오다리까지 해설은 마무리된다. 한편의 명품영화를 보고난 듯 가슴이 뿌듯하다.
르네상스는 14세기 무렵 피렌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신용과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신조로 유럽의 양모산업과 금융업 등으로 부를 축적한 메디치가의 지도자들은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그들의 후원을 받은 갈릴레오, 보티첼리, 조토, 부르넬레스키, 도나텔로, 기베르티, 바치오 반디넬리,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등 수많은 천재 예술가와 학자들에 의해서였다. 또한 그들 장인과 예술가들을 최고로 존경하여 우대했던 사회풍토 덕분이기도 했다. 메디치가의 마지막 직계 후손인 마리아루이사 메디치(1667~1743)는 메디치가의 미술품을 피렌체에서 반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토스카나 정부에 기증하여 우피치 미술관의 전신이 되었다. 지금의 피렌체 사람들은 메디치 가문이 남긴 막대한 문화유산으로 먹고 산다.
피렌체와 경합했던 시에나
길을 잃어 어두워 도착한 시에나 인근 에포카호텔은 아침에 보니 진입로에 오래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빽빽하고 축구장만한 잔디광장이 있는 전원호텔이다. 일행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외곽에 차를 대고 걸어가며 바라보이는 시에나 모습이 아름답다. 시에나는 르네상스 시기 피렌체와의 경쟁에서 밀렸단다. 그 이후 도시는 발전이 멎었지만 그 바람에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골목길을 내려가자 나타난 캄포광장, 넓은 광장 정면에 붉은 벽돌의 푸블리코궁전과 만지아탑이 서있다. 궁전 1층은 시청사로 쓰이고 2, 3층은 미술관이란다. 언덕으로 올라가니 웅장한 시에나 두오모가 있다. 피렌체 대성당보다 더 크게 지으려했지만 흑사병이 퍼지는 바람에 지금 규모로 마무리했단다. 골목들이 특이한 중세풍 고도(古都) 시에나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로마로 가는 길 발도르차 평원
대평원 완만한 구릉에 넓게 펼쳐진 밀밭이 바람에 술렁인다. 외딴집이 있고 사이프러스가 가끔 서있는 밀밭 사이의 길로 어린 소년이 달려온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의 뒷모습과 멀리서 다가오는 남편을 웃음 띤 얼굴로 바라본다. 잔잔하고 거룩한 한스 짐머의 음악이 흐른다. 질투에 눈이 멀어 부왕(父王)을 죽이고 막시무스 장군의 아내와 아들을 참혹하게 살해한 가짜 황제 코모두스를 천신만고 끝에 원형 경기장 로마시민들 앞에서 처단하지만 그도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환영(幻影) 속의 고향집으로 달려간다. 그를 안아 부축한 루실라 공주는 속삭인다. ‘드디어 가족들을 만나셨군요’ 영화는 막을 내린다. 시에나에서 로마로 가던 길 외딴 작은 성당이 있는 언덕에 차를 세우고 오솔길을 내려가자 펼쳐진 전경은 영화 그래디에이터의 마지막 장면 막시무스의 고향집 바로 그곳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 로마
18년 만에 다시와본 로마는 감회가 새롭다. 가이드는 원형경기장에서 안내를 시작한다. 네로 황제의 몰락을 지켜본 후임 황제는 로마시민들의 불만과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서기 70년부터 80년까지 5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원형경기장을 짓는다. 검투사들의 생사를 건 경기에 로마시민은 열광했다. 원형경기장은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치며 많이 훼손되었지만 로마의 랜드마크가 되어있다. 전망대에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아우구스투스신전, 케사르포룸의 유적 벽체와 기둥 주춧돌을 조망한다. 베네치아 광장 조국의 제단은 이탈리아 통일을 이룬 비또리오 이마뉴엘레 2세를 기리기 위해 1870년 지어졌다. 2000년 전 지은 판테온은 천정 돔의 중앙 꼭대기 키 스톤(Key stone) 자리를 구멍으로 비워 천정 돔에 동그란 빛이 찍힌다. 미켈란젤로는 천사의 설계라고 감탄했단다. 트레비 분수는 공사 중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 오드리햅번이 앉아 아이스크림 먹던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일행들은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인파들에 섞여 로마시내 명품상가를 구경하며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많이 걸었다.
공항 근처 호텔에 들어와 최교수와 집행부는 렌터카를 반납하고 온다. 홀가분해진 일행은 호텔 근처 닭튀김에 생맥주 파는 가게로 몰려간다. 마침 이 동네 아마추어 뮤지션들 모임이 두 시간 뒤 예약되어 있단다. 통역 김용택씨 주문으로 생맥주 한 잔씩을 하는데 드럼, 기타 등 뮤지션들이 일찍 등장한다. 아마츄어들이 잘한다. 비틀즈의 예스터데이에 이어 헤이쥬드(Hey Jude)를 부를 땐 일행들도 합창하며 모두 하나가 된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 흥겹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