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지방자치

2025-01-15     평택시민신문

진세혁의 로컬프리즘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

계엄은 특별한 경우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군에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에게 계엄을 선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경비계엄이 치안유지를 위한 것인데 비해 비상계엄은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헌법 제77조 3항)

지난 해 12월 3일 윤석열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하였고 국무회의 의결로 계엄 해제를 선포함으로써 약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종료하였다.

 

지난 12.3 비상계엄은 6시간만에
종료됐지만, 헌법과 법률에도 없는
지방의회 활동 금지 포고령은
지방자치 폄하하는 인식 드러내
국가적 위기에도 지방정부가
중심 잡아야 국가역량 커져 

12.3 비상계엄 시 계엄사령관 명의의 계엄사령부포고령(제1호)이 발표되었다. 이 포고령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헌법적,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지방의회에 대한 부분도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의 활동을 금한다고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상계엄 시 지방의회의 활동을 금지한 사례는 5.16 쿠데타이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장군이 주도한 쿠데타를 통해 군이 전권을 장악하게 된다. 5월 16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당일 군사혁명위원회 명의로 포고를 발표하기 시작한다. 군사혁명위원회 포고 제4호에는 ‘장면정권을 인수한다, 일체의 정당, 사회단체의 활동을 엄금한다, 전 국무위원과 정무위원은 체포한다, 국가기구의 일체기능은 군사혁명위원회에 의해 이를 정상적으로 집행한다’ 등과 함께 ‘현 국회는 하오 팔시를 기해 해산한다(지방의회도 포함)’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포고 이후 지방의회는 30년 동안 구성되지 않는다. 1991년 3월 기초의회 의원선거, 6월 광역의회 의원선거가 실시되어 지방의회가 부활하기까지는 30년이 걸린 것이다.

5.16은 실제 지방의회를 중단시켰고, 12.3은 지방의회를 중단시키려 했으나 실패한 경우이다. 두 경우가 조금 다르기는 하나 비상계엄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지방의회를 보는 시각은 기본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방의회는 비상계엄이라는 상황에서 구성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방의회는 시·읍·면의회의원 선거가 1952년 4월에, 도의회의원 선거가 1952년 5월에 실시되며 도입되었다. 당시는 6ㆍ25전쟁 중으로 비상계엄 하에 지방선거가 이루어진 것이다. 서울특별시, 경기도, 강원도는 전시 상황으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다.

계엄 하에서도 지방의회가 중단되지 않고 지속된 사례로는 대만을 들 수 있다. 대만은 1946년 2월~3월 제1차 이·촌장 선거를 대만성의 현과 시에서 실시하였다. 1950년 7월에는 현·시·향·진 단체장 및 지방의원에 대한 민선을 실시하였다. 국민당 정부는 국공내전을 이유로 1949년 5월 20일 계엄을 선포한 이후 1987년 7월 15일까지 계엄을 유지하였다. 38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엄 치하에 있었던 것이다. 지방자치의 민주성과 대표성에 문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대만정부는 지방의회의 기본 틀을 계엄 하에서도 유지한 것이다.

계엄이라는 특별한 경우를 논의하는 것이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앞으로의 가능성도 희박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보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인식이 어떤 것인지를 반성해 볼 일이다. 중앙정치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가 중심을 잡고 지역주민을 위한 행정과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는 것, 지방자치의 본질이며 국가적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