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로 만나는 평택섶길 풍경 특별편 1

2024-12-19     평택시민신문

 토스카나 기행 첫 번째 이야기

이계은 평택섶길해설사가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둘러보고 쓴 기행문을 특별편으로 해서 2회 싣는다. 그동안 평택섶길의 아름다움과 평택시민의 삶을 심도 있게 다뤄온 그가 전하는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풍경, 풍부한 역사·예술에 관해 들어보자. 

 

절벽 위 다섯 개 마을 ‘친퀘테레’의 두 번째 마을인 ‘마나롤라’ 모습

 

여행의 출발은 항상 설렌다

지난 11월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연재의 일정 조율을 위해서다. 대화 중에 토스카나 여행계획을 얘기하니 반색하며 연말연시 특집 ‘펜화 여행기’를 주문한다. 9일간(11월 24일~12월 2일) 스무 명 일행이 치비타베키아, 엘바섬, 친퀘테레, 피사, 피렌체, 시에나, 로마를 렌터카 3대에 나눠 타고 둘러본다.

최인규 교수와 함께하는 여행은 패키지여행에서 볼 수 없는 숨어있는 비경과 역사 현장을 찾아보는 실속의 특징이 있다. 자유여행의 특성상 가끔 예상하지 못한 해프닝도 있지만 나름 헤쳐나가는 보람과 세상 경험하는 재미도 있다. 그들은 팀이 짜여있다. 카리스마 총무 임경수씨, 한눈파는 이들을 뒤에서 챙기는 임형식 조합장, 국제면허의 베테랑기사들, 그리고 힐튼의 호텔리어 출신 최성씨는 경륜과 전문영어로 매번 막힌 혈(穴)을 뚫어주고 통역 김용택씨는 대화 내용을 일행과 공유한다. 또 테마별로 과제 발표하는 조한상 교장, 이성희 교육감, 이종욱씨, 김원영씨의 성의와 열정이 드높다. 장시간의 비행에도 여행의 출발은 항상 설렌다.

 

11월 말 가까운 지인들과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을
9일간 둘러볼 기회 가져

치비타베카아 항구의 사무라이 동상

도착 다음날의 첫 행선지 치비타베키아 항구는 수만 톤급 크루즈 선박들이 정박한 로마 기항지다. 그곳 해변 일본 사무라이 동상이 서 있는 곳에서 최교수의 설명이 있다. 동상의 주인공 하세쿠라쓰네나가(支倉常長 1571~1622)는 에도시대 초기의 무사이자 센다이번 번주 다테마사무네의 가신이었다. 그는 막부와 다테마사무네의 명으로 1613년 10월 180명의 유럽사절단(게이초사절 慶長遺歐使節)을 이끌고 로마로 향한다. 일본에서 건조된 500톤급의 갈레온선(서양식 범선) 다테마루호를 이용해서다. 그는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의 아카풀코에 배를 정박하고 육로로 멕시코시티를 거쳐 대서양 연안의 베라쿠르스로 이동한다. 거기서 스페인 범선으로 대서양을 건너 1615년 1월 스페인 국왕 펠리페 3세를, 같은 해 11월 교황 바오로 5세를 알현한다. 그리고 주변국들을 방문한 후 7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 당시 조선의 세계관은 명나라와 일본 정도밖에 모르는 몽매(蒙昧)한 상태였고 임진왜란·정유재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도 붕당을 지어 헛된 논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하세쿠라쓰네나가의 동상은 이곳 말고도 스페인 세비야, 쿠바의 아바나, 멕시코, 필리핀에 있다. 진취적이었던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자 일본의 민간단체들이 세운 거다. 콜럼버스의 항해보다 세배는 길었을 한 사무라이의 400여 년 전 발자취를 조명하면서 번개처럼 변화하는 오늘날의 세계에 지금도 집안싸움에 바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나폴레옹 유배지 엘바섬

섬으로 들어가기 전 큰 마트에 들러 스테이크용 고기들과 쌀, 과일, 포도주 등을 잔뜩 산다. 고기·과일 등 물건값은 우리보다 싼 편이고 특히 토스카나 와인 산지인 이곳 포도주값은 우리의 30% 수준이란다. 저녁에 도착한 숙소는 산 중턱의 휴양소처럼 전망 좋은 곳이다. 일행은 베란다가 널찍한 방에 모여 고기 굽고 김치찌개에 즉석밥에 저녁들을 먹는다. 꿀맛이다. 와인 애호가 최인규 교수는 병을 딸 때마다 각각 맛의 특징을 설명해준다. 와인을 잘 모르는 나로선 평생 먹은 와인보다 그날 더 많이 먹었겠다. 엘바섬은 224㎦로 안면도 두 배 정도 크기다. 이튿날 아침 섬에서 제일 높은 1018m의 카판네산을 중간까지 오른다. 다음 행선지 나폴레옹기념관의 폐관 시간 때문이다. 산엔 밤·도토리가 지천이다. 길 주변에 멧돼지가 헤쳐 놓은 흔적이 많다. 늑대인지 들개인지 네 마리의 야생동물을 목격한 일행도 있다. 작은 섬이지만 환경과 먹이사슬이 살아있음이다. 급하게 내려오던 중 미끄러져 호되게 자빠진다. 앞서가던 일행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코르시카섬 출신의 젊은 포병장교 나폴레옹(1769~1821)은 프랑스혁명과 정복전쟁으로 승승장구하며 35세에 황제에 오른다. 프랑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에 의해서였다. 그는 세계 각국의 법체계에 영향을 준 나폴레옹법전을 편찬하고 유럽대륙 전체에 자유·평등·박애의 프랑스혁명 정신을 전파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영국을 겨냥한 대륙봉쇄에 반발한 반프랑스 동맹군에 패하며 1814년 엘바섬으로 유배된다. 300일 만에 섬에서 탈출하여 복위했지만 워털루전투에서 다시 패하며 대서양의 세인트헬레나섬에 갇혀 생을 마감했다. 산중턱 풍광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기념관은 옛날 그곳에서 쓰던 집기와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다.

토스카나 지역은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지역,

첫 행선지인 치비타베키아 항구에 들어서니
17세기 초 이곳을 방문한 일본 사무라이 기념하는 동상 서 있어 

 

나폴레옹 유배지 엘바섬 기념관에는

그가 쓰던 집기와 그림들 진열돼 있어

친퀘테레 해변마을

섬을 나와 이동하던 중 휴게소에 들렀던 차량이 시동이 안 걸린다. 여럿이 밀어도 보고 엔진오일도 채우고 배터리 접속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휴게소 차량용품 파는 현지인에게 보이니 요소수가 떨어진 거란다. 보충하자 거짓말처럼 시동이 걸린다. 굽이굽이 산을 넘는 친퀘테레 가는 길은 푸른 바다에 크루즈선이 보이는 라스페치아 항구를 내려다보며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 산 너머 꼭대기에서 한참을 내려가는 해변마을 ‘친퀘테레’는 다섯 개 마을이라는 뜻이란다. 우리가 간 곳은 두 번째 마을인 마나롤라다. 한마디로 예쁘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가파른 천애(天涯)의 비탈에는 계단식으로 포도나무들이 심겨있고 한참을 내려가니 해안의 절벽과 해변에 붉은 지붕의 성당과 빨강 노랑 분홍의 집들이 모여 있다. 그곳 길가에서 끈 달린 통을 어깨에 멘 청년과 또한 사람이 얘기하고 있다. 혹시 관광객을 위해 연출된 사람들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이 든다. 돌덩이 해변에는 생뚱맞게 철도와 간이역이 있다. 라스페치아에서 연결된 순환선 철도란다. 도대체 어떻게 놓았을까?

절벽 뒤엔 첫 번째 마을 리오마기오레가 있단다. 반대편 해변에서 보이는 나머지 마을들은 멀리서 바라보다 돌아선다. 시간이 없어 아쉽다.

 

저녁 노을에 물든 피사 성당

 

해질 무렵 피사의 사탑

해 넘어갈 무렵 피사성당에 도착했다. 로마네스크양식의 웅장한 대성당 양편에 세례당과 종탑이 있다. 종탑은 12세기 건설할 당시부터 기울어졌다. 지반이 약했던 때문이다. 종탑일 뿐인 사탑(斜塔)은 기울어진 유명세로 이탈리아 랜드마크가 되었다. 중고생 정도 한 무리의 남녀 아이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공깃돌 구르는 듯한 소리로 재잘거린다. 무슨 노랜지 한 아이가 부르면 금방 합창이 된다. 천진난만하고 아름답다. 석양빛에 사탑이 붉게 물든다. 올해도 저물어 간다. 새해엔 새로운 희망의 해가 솟아오르길 소망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계은 시민기자평택섶길해설사전 평택시 송탄출장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