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주둔 피해 대처 '하나'이어야 한다.
<기고> 김 용 한(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 평택시민모임 공동대표)
2001-07-30 평택시민신문
- '미군 기지 주변 지역 특별법(안)' 입법 추진을 적극 환영하며 -
평택을 비롯해 미군 기지가 있는 전국 11개 지역 시민 운동 단체들이 1996년 결성한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전국공동대책위원회>라는 민간 단체가 '미군기지주변지역지원특별법안'(가칭)을 만들어 국민의 서명을 받아 입법 운동을 한 적이 있다. 그 뒤 한 국회의원은 이 민간 단체가 만든 법률안을 다듬어 국회에 단독 발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간 단체나 국회의원 한 명이 아니라, 평택을 비롯해서 미군 기지가 있는 전국의 15개 기초단체장들이 모인 '미군 주둔 지역 자치단체장 협의회'가 훨씬 구체적인 내용의 특별법안을 만들어 입법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누구든 '미군 기지 특별법'을 만들려는 이유는 딱 하나다. 미군이 주둔하기 때문에 국가가 이익을 본다면, 이익을 보는 국가가 미군이 주둔하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국민들에게 국민 세금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평택이나 동두천 같은 이른바 '기지촌' 사람들을 위해 주둔하는가? 그런데 왜 미군이 주둔하기 때문에 생기는 범죄나 환경 파괴, 재정 손실 따위의 피해는 이른바 '기지촌' 사람들만 옴팡 뒤집어써야 하는가?
미군이 주둔하기 때문에 생기는 모든 피해는 이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첫째는, 미군이 이제까지 주둔하던 지역이나 우리나라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대로 몇 천 년이고 몇 억 년이고 외국 군대인 미군이 '무기한으로' 주둔하게 방치하는 것도 국가가 할 일은 아니다.
두 번째는, 미군이 주둔하며 피해를 끼치는 지역에 국민의 세금을 특별히 쏟아 붓는 일이다.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돈으로라도 그 지역 주민들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 단체나 단체장협의회가 추진하는 '미군 기지 특별법(안)'은 근본 해결책이 아닌 두 번째 방법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현 시점에서는 적극 환영할 일이다. 물론 특별법을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특혜를 받다 보면, 미군 기지 지역 사람들은 미군이 영구 주둔하기를 바라지 않을까? 미군 기지가 없는 곳에서는 미군 기지 유치 운동을 벌이지는 않을까? 미군한테 받은 돈으로 특혜를 준다면 모를까, 국민 세금으로 한다면 제 살 깎아먹기 아닌가? 한국군 기지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들이지만, 지난 57년 동안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땅을 빼앗기고, 범죄와 환경 파괴를 당해도 목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던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입밖에 낼 수 없는 소리다.
민간 단체와 정치인과 단체장들이 따로 놀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