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진성 AAM 평택공장(메탈다인코리아) 대표

2024-11-20     김윤영 기자

등고자비(登高自卑)의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

변진성 AAM 평택공장(메탈다인코리아) 대표

평택은 경기도에서 성남시에 이어 두 번째로 외국계 기업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다. 경기도외국인투자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평택에는 102개의 외국계 기업이 있고 근무하는 노동자 수가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2000년대 들어 포승(BIX)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일본계 반도체 제조기업과 유럽계 물류기업이 입주하기 시작해 현재 전자·자동차·물류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계 기업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메탈다인코리아(유)는 평택에 외국계 기업의 입주가 본격화되던 2002년 어연한산외투기업단지에 입주했다. 2017년 세계적 자동차 부품사인 어메리칸 액셀 매뉴팩처링(American Axle Manufacturing, AAM)이 본사인 메탈다인사를 인수하게 되면서 AAM 평택공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올해 AAM 평택공장은 수년의 준비 끝에 획기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미국 ‘포드(Ford)’로부터 ‘큐원 어워드(Q1 Award)’ 인증을 획득한 것. Q1 인증 획득으로 AAM 평택공장은 향후 포드가 진행하게 될 신차 개발에 참여해 자동차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등고자비(登高自卑)의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온 변진성 AAM 평택공장(메탈다인코리아) 대표를 만나봤다.

 

20년간 부품개발 집중해

차근차근 노력한 결과

미국 포드 Q1인증 획득

70만대 규모 부품 공급

메탈다인코리아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AAM이라고 해서 잘못 온 줄 알았다.

2017년 본사가 메탈다인에서 어메리칸 액셀 매뉴팩처링(American Axle Manufacturing, AAM)으로 바뀌었다. AAM과 메탈다인 모두 세계적 자동차 부품사였는데 AAM이 메탈다인을 인수하면서 연매출 8조원의 거대기업이 탄생했다. 그 과정에서 법인명을 바꿀지를 검토했지만 사업 상대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기존 메탈다인코리아를 그대로 쓰고 있다.

AAM은 현재 북미·남미·아시아·유럽 17개 국에 80곳 이상의 공장을 두고 있으며 평택공장도 이 중 하나다. 이들 공장은 자체 기술과 경쟁력을 개발하면서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변진성 사장이 어떤 분인지 알려달라.

자동차 설계를 하던 엔지니어였고 AAM으로 이직하면서 관리 경험을 쌓아 2023년 7월 1일 자로 평택공장의 대표로 임명됐다. 일본 자동차 부품회사와 한국GM에서 일하다 2011년 AAM 서울사무소로 입사했다. 이직할 때 AAM이라는 회사가 제게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4륜구동 설계와 전기차 부품 개발을 담당했고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활동했으며 AAM 평택공장의 관리자(Launch manager)를 맡았다. 제가 1978년생이니 올해 46살이다. 40대라는 비교적 젊은 대표로서 빠르고 명확한 의사 결정, 역동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동력으로 삼아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이루는 데 힘쓰고 있다.

 

11월 14일 청북읍 어연한산산단에 있는 AAM 평택공장에서 미국 포드(Ford) ‘큐원 어워드(Q1 Award)’ 인증 획득 기념식이 열렸다.

 

AAM 평택공장은 밸런스 샤프트 모듈(Balance Shaft Module, BSM)이라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다고 들었다. 어떤 부품인지 설명이 필요해 보이는데.

AAM 평택공장은 전 세계에 있는 AAM의 제조공장 중 BSM만을 생산하는 특화된 곳이다. BSM은 자동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료 펌프와 엔진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게 해줌으로써 진동과 소음을 감쇄해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의 동맥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연료 펌프가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연료 펌프와 엔진이 오차 없이 매끄럽게 맞물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의 균형이 깨져 진동이나 소음이 발생하게 된다.

어연한산산단에 입주한 후 20여 년간 약 900만대의 BSM을 생산하여 국내외 완성차업체에 공급해왔다. 우리 회사는 현대기아차와 오랜 협력관계를 이어왔기에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준중형·중형 차량 모델 다수가 우리 회사의 BSM을 장착하고 있다.

 

요새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자동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들었다. 미래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내연기관에서 미래차로의 전환이 단시간에 이뤄질 수 있을까. 기술과 여건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려면 시간이 제법 필요하다. 그때까지 자동차 회사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해 판매해야 한다. 대다수 부품업체가 전기차로의 전환에 뛰어들다 보니 우수한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오히려 부족해졌다.

우리는 내연기관 차량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에 장착하는 BSM의 개발에도 참여해 양산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감소 또는 정체하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개발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 회사 또한 하이브리드 차량용 BSM을 개발·양산한 경험으로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미래차 부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본사는 전기차 부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해왔으며 프로젝트 결과물 중 한국 시장에 맞는 부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협업 중이다.

 

왼쪽부터 AAM 품질팀 김진욱 책임, AAM SCM팀 김현천 팀장, 포드코리아 김경근 이사, 포드코리아 이굉찬 상무, AAM 변진성 사장, AAM 품질팀 오영우 팀장

 

미국 포드(Ford)로부터 ‘큐원 어워드(Q1 Award)’ 인증을 받았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Q1인증 획득의 의미는.

우리 회사는 포드로부터 차량 70만 대에 장착할 BSM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Q1인증 획득은 AAM 평택공장과 포드 간의 협력이 신뢰와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졌음을 확고히 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Q1인증은 유능한 시스템, 지속적 개선, 지속적 성능, 우수한 제조 공정, 고객 만족도 5가지 영역에서 우수성을 입증해야만 획득할 수 있으며 부품업체가 이 인증을 받지 못하면 포드사에 부품을 공급할 수 없다.

놀라운 점은 해가 아닌 10년간 대규모로 공급할 거래처를 확보하게 돼 지속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통상 자동차 모델은 수년 넘게 판매되고 리뉴얼 등을 통해 10년 이상 꾸준히 판매되기 때문이다. 매출도 올해 500억원에서 내년 1000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좋은 이웃 될 수 있게

지역친화 활동에 관심

기울이고 실천하겠다

70만대 규모의 부품 공급이라니 놀랍다.

제가 AAM 평택공장 대표로 취임할 때 아버지가 ‘등고자비(登高自卑)’라는 문구를 직접 새긴 서각작품을 주셨다. 등고자비는 <중용>의 “먼 곳을 감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함과 같고, 높은 곳에 오름은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함과 같다(行遠自邇 登高自卑)”에서 따온 글귀로 모든 일은 순서에 따라 기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70만대 규모의 부품 공급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20년간 BSM에 집중해 차근차근 이뤄낸 성과다.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섰으니 몸을 낮추고 다시 차근차근 나아갈 생각이다. 품질 확보와 납기 준수를 위해 직원 추가 채용과 공장 증설 등에 만전을 기하겠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20년간 이웃으로 지내온 평택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년 전 평택은 인구 30만명을 넘긴 도농복합도시였다. 이제 인구 60만명을 넘어 반도체·자동차·물류·항만 산업의 중심, 물류 및 자동차 제조 산업의 우리나라의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변치 않는 것도 있으니 평택 분들이 친절하고 평택에 있는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평택 분들과의 소소한 인연은 저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기억돼왔다. 기업에게 우호적인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15년 전부터 작은 기부를 이어왔고 2022년부터는 어린이·청소년을 지원하는 기부를 정기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 AAM 평택공장을 평택에 적극 알리고 평택시민에게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게 지역친화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