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서 예술을 꿈꾼다, 음악가 송찬영
김해규의 문화살롱 ⑩
충남 당진이 고향이지만, 2020년
평택에 정착한 그는 jtbc ‘풍류대장’
4라운드까지 진출하는 실력파로
국악과 재즈, 클래식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퓨전음악을 통해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젊은 음악인
평택시의 문화예술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문화예술가가 평택으로 몰려오고 있다. 지영희 선생을 계승하려는 국악인도 있고 클래식 음악가, 퓨전국악인, 대중음악가 등 장르도 다양하다. 송찬영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우연히 평택과 인연을 맺다
송찬영(남, 1991년생)은 충남 당진이 고향이다. 중학교 때 관악부에서 활동하며 클래식 음악을 접했다. 전공은 타악기였지만 드럼에 관심이 많았다. 음악대학에 진학하면서 스스로 재즈 드럼을 익혔고, 대학교 4학년 때는 네이버의 ‘재즈매니아’ 카페에서 만난 친구들과 ‘잼잼’이라는 재즈 직장인밴드를 조직했다. 잼잼을 이끌고 가평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개막 무대에 섰고 재즈클럽에서도 연주했다. 그렇다고 클래식 연주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친구와 2인조 타악기 앙상블 ‘두들리안’을 조직하고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실험적 연주 활동을 병행하면서 음악적 안목이 넓어졌다.
2016년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주 활동을 했다. KBS교향악단·수원시립교향악단·춘천시립교향악단 등 이름 있는 교향악단의 객원 연주도 많이 했다. KBS교향악단 객원 연주는 불과 1~2년밖에 하지 않았지만 전문 연주자들의 집중력과 음악적 깊이를 보며 안목이 넓어졌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도전을 받았다.
평택에서도 음악활동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도
만들고 소공연장도 개관하며 저변
넓히고 있지만 아직은 현재 진행형
평택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9년. 처음 객원 연주를 위해 찾았다가 2020년에는 아예 평택에 정착했다. 평택은 수도권이어서 서울과 소통이 잘됐으며 교통이 편리해서 전국활동에도 유리했다. 정착에 도움을 주신 분도 많았다. 평택 이주 후 ‘싸이터치’라는 프로젝트 재즈밴드를 창단했다. 다른 재즈팀 객원 연주를 하던 피아노와 비브라토 그리고 드럼 연주자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재즈그룹이었다. 얼마 후 싸이터치는 퓨전국악그룹 RC와 통합하여 ‘RC9’이라는 퓨전국악재즈팀을 창단했다. 클래식과 재즈, 국악의 만남은 절묘했다. RC9을 이끌고 JTBC ‘풍류대장’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에 출전하여 4라운드까지 진출하는 성과도 냈다. ‘풍류대장’ 출전으로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무대에 출연했다. 2023년에는 국악방송에서 현대적 감성의 창작곡과 역량 있는 음악인을 발굴하기 위해 주최하는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 출전해서는 은상을 수상했다. 국내 유수의 대회 입상은 RC9의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싸이터치 사회적 협동조합 창립
굵직한 두 대회의 상위 입상으로 지명도는 높아졌지만 재정적 어려움은 여전했다. 대회출전이나 객원연주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음악적 공간을 만들고 공연할 무대와 안정적인 연습실이 필요했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싸이터치 사회적협동조합’이다. 평택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해당 강좌를 수강하고 창업오디션에 입상하면서 설립이 성사되었다. 비전2동 뉴코아아울렛 부근에 50여 석의 소공연장과 합주실, 개인 연습실을 갖춘 ‘사운드웨이브’를 개관했다. 평택시에 풀뿌리 연주단체들이 공연하고 연습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현실에 착안해서 만든 공간이었다. 합주실과 연습실은 직장인밴드나 학생밴드들에 대여하여 수익을 창출했으며 소공연장에서는 월 1회 싸이터치와 RC9이 공연했다.
지속적으로 연주회가 개최되면서 팬층도 확보됐다.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이해하고 함께 즐겨주는 팬층이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예상처럼 수익 창출도 비교적 잘 됐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운영비, 싸이터치와 RC9의 활발한 외부공연에 따른 운영관리의 어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오랫동안 고심하던 송찬영은 2024년 11월 임대만료와 함께 애써 마련한 연습실과 공연장을 접기로 했다.
송찬영은 이것을 실패로 생각하지 않는다. 연습실과 소극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며 수익 창출에 따른 재정적 자립의 가능성도 발견했다. 무엇보다 연주자들에게 공연장과 관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한발 물러난 뒤 전열을 재정비하여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자치단체와 문화재단의 지원이 많고
문화 소비층이 증가하는 평택에서
그의 시도가 꼭 성공하길 기대해 보자
평택시문화재단 ‘청년예술인지원사업’ 참여
2022년 송찬영은 국악과 블루스음악을 크로스오버하는 ‘블루지 GUKAK’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공연했다. 송찬영은 ‘국악은 어느 음악과 접목해도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특히 선율보다 리듬이 발달해서 드럼이나 서양의 타악기와도 잘 어울리고 재즈나 블루스와도 융화되는 점에 주목했다. 블루스를 국악에 접목한 실험공연은 성공이었다. 익숙한 블루스 음악을 국악기로 연주할 때의 매력과 색다름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연주자들도 무척 즐거워했다. 연주자와 관객들의 긍정적 반응은 향후 새로운 시도를 할 힘과 용기를 주었다.
2023년에는 펑키(Funky)와 국악의 접목을 시도했다. 펑키는 재즈에서 ‘흑인적 감각이 풍부한 리듬이나 연주’를 의미한다. 블루스보다 국악으로 편곡하기가 어려워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예상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블루스는 국악과 박자 형식이 비슷해서 비교적 쉬웠지만 펑키는 편곡부터가 힘들었다. 연주자들도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렵고 힘든 만큼 도전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2024년에는 평택시공연예술지원사업에 ‘싸이터치와 평택의 청년예술가들Ⅱ with 천공’이, 평택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에 ‘재즈나이트(jazznight): 전통과 현대의 밤’이 각각 선정되어 기획과 공연을 이끌었다. ‘싸이터치와 평택의 청년예술가들Ⅱ with 천공’에서는 퓨전국악팀 RC9과 타악팀 천공이 콜라보하여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야외공연을 펼쳤다. 공연에 대한 시민 반응은 뜨거웠지만 주변 아파트에서 제기하는 민원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재즈나이트: 전통과 현대의 밤’은 싸이터치협동조합의 ‘사운드 웨이브’에서 개최했다. 모두 4회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국악기와 양악기가 재즈를 연주하고 솔리스트가 함께하여 꾸민 무대였다.
싸이터치의 ‘사운드웨이브’에서는 매월 유료공연도 열었다. 평택이라는 중소도시에서 재즈 유료공연을 한다는 것이 모험에 가까웠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대중적 음악을 국악재즈로 편곡하여 연주하고 관객에게는 와인과 핑거푸드를 제공했다. 연주 중간중간에 영화나 문학과 관련한 토크도 했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거듭 무대에 올리면서 평택시민의 음악에 대한 이해 수준이 점점 향상됨을 느꼈다. 조금은 생경하고 낯설었을 텐데 관객은 늘었고 팬층도 두터워졌다.
희망은 산 너머에 있지만 계속 나아갈 것
지역 예술은 하부구조가 허약하다. 소비층이 다양하고 관객의 열띤 호응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관(官)이나 공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때론 관 중심의 인큐베이팅도 요구된다. 송찬영은 평택이라는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한다는 것에 기대가 크다. 평택은 자치단체의 관심이 높고 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이 잘 이뤄지며 중산층의 유입으로 문화 소비층이 질적 양적으로 증가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가까운데다 함께 할 예술가들이 유입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은 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결혼을 앞두면서 ‘평택에서 음악활동만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다. 3~4년 동안 활동하면서 팀의 색깔과 정체성도 고민되었다. 어렵게 시작한 싸이터치협동조합도 폐업에 직면했다.
상황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절망하지 않았다.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퓨전음악도 향후 계속할 생각이다. 그동안의 실험과 연주를 통해 발견한 희망의 씨앗이 싹이 나서 자라고 값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을 보고 싶다. 지속적인 공연으로 평택시민이 경험하고 즐겨보지 않아서 그렇지, 국악 재즈나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해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지금보다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대중성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송찬영은 앞으로도 동서양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연주 활동을 할 것이다. 다양한 음악, 다양한 악기를 경험하고 협업하려는 계획도 있다.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다. 좀 더 대중적으로 성공해서 후배들에게 ‘평택에서도 예술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본지는 1월 24일부터 매월 넷째 주에 ‘김해규의 문화살롱’을 싣습니다. 김해규 평택인문연구소 소장이 다양한 문화예술인을 인터뷰해 독자들의 평택 문화를 향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공감대를 이루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