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립미술관, 어디에 어떻게 세울 것인가?

2024-10-08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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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세 번째 제언

최필규
평택미술문화연구회 대표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객원교수

최근 ‘평택시립미술관 기본구상 용역 중간 보고회’가 열려 다양한 의견과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이 보고회는 단순히 미술관 설립을 위한 중간 점검을 넘어, 평택시립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중요한 사실은 미술관이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닌 ‘종합 시립미술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콘텐츠 기획, 타겟 방문객 분석, 비전 설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가장 핵심적인 논쟁은 미술관의 위치 선정 문제였다. 보고회에 참석한 자문위원들 사이에서 미술관의 위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각자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데 그쳐 깊이 있는 논의가 아쉬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평택시립미술관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위치 선정과 건축 방향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나는 미술관 설립의 필요성과 시민과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다룬 글을 기고한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관이 어디에, 어떻게 세워질 것인가? 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글에서는 중간보고회에서 제시된 네 가지 후보지를 중심으로 평택시립미술관의 적합한 입지를 찾아 보고자 한다.

 

모산근린공원은 제안된
시립미술관 건립 후보지 가운데
차별화된 문화 공간 제시할
최적의 장소

현재 검토 중인 후보지는 알파탄약고(고덕면 율포리 고덕국제신도시), CPX 훈련장 반환 구역 (팽성읍 남산리), 모산근린공원(동삭동), 청북하늘빛호수공원(청북읍 옥길리)이다. 앞의 알파탄약고와 CPX 훈련장은 과거 군사시설이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와 한미동맹의 역사, 냉전 시기의 안보 환경을 담고 있고 이들은 평택의 중요한 역사적 유산으로 남아 있으며 평택시 연구용역에서는 이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알파탄약고는 지역 사회의 노력으로 도시개발로 역사 속에 묻힐 뻔한 유산을 지켜 낸 곳다.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의 절대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를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문화 재생의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역사 문화예술공원으로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 곳의 군사시설은 반환 결정이 되었으나 아직 복잡한 진행 과정이 남아 있다. 따라서 평택시립미술관은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 문화공간으로 신축되어야만 하며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편리한 위치에 있어야 할 것이다. 평택호예술관과 엠엠아트센터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시민 방문이 어려웠던 점을 교훈 삼아야 한다. 이와 유사하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천안시립미술관도 접근성 문제로 인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점에서 청북하늘빛호수공원은 자연환경이 우수하나 접근성이 떨어져 미술관 위치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 된다. 반면 모산근린공원은 교통이 편할 뿐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공공시설이 있는 근린공원으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모산근린공원 속의 미술관 설립은 고덕신도시로 편중되는 문화 불균형을 피하는 의미도 있다. 환경 면에서도 모산근린공원은 숲과 물이 잘 어우러진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고 도시 중심에 있기에 시민들에게 차별화된 문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평택시립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삶 속에 호흡하는 문화 허브가 되어야 한다. 이토록 중요한 평택시립미술관을 설립할 위치 결정문제는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해 가는 평택시의 역사 속에서 르네상스를 맞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평택시립미술관 설립에 관하여 기고한 세 편의 글을 마무리하며 잠시 눈을 감고 상상에 잠겨 본다. 아름다운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숲길이 펼쳐지고, 바람이 실어 오는 자연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되고, 마침내 멋진 평택시립미술관의 모습이 눈앞에 드러난다. 그곳에서 나는 시간도 잊은 채 작품 하나하나에 마음을 기울이며, 예술의 깊은 울림을 느껴 본다.

작품 감상을 마치고 미술관 카페에 앉아 창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황금빛으로 물든 소사벌의 노을이 비친 호수를 바라다본다. 그 찬란한 노을 속에서 하루가 고요히 저물어 가는 순간, 이 모든 풍경이 꿈처럼 다가온다.

이런 순간이 과연 호사일까? 평택 시민의 일상 속에서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은 분명 우리에게 꼭 필요한 쉼이자,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