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대책은 없는가?

2024-09-04     평택시민신문

수요칼럼

윤성근
경기도의원(평택 4선거구)
경기도의회 안정행정위원회 부위원장

최근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차 폭발 화재 이후 전기차 안전대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지상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 붐이 일면서 최근 지어진 아파트 대부분이 지상에 녹지 공간을, 지하에 주차장을 조성하는 흐름이기에 지하주차장만 있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불안해하고, 전기자동차 소유주는 대안 없이 속만 끓이는 형국이다. 그래선지 일부 아파트에서는 전기차 주차 때문에 주민 간 다툼도 벌어졌다고 한다.

본 의원은 33년의 소방공무원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다양한 정책활동을 추진해 왔다. 2022년 11월 경기도의회 제365회 정례회 ‘5분자유발언’에서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 진입이 불가할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진화를 할 수 없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전기차 충전시설 안전성 확보를 촉구했다.

같은 해 12월 ‘전기자동차 충전구역 화재 안정성 확보 방안’ 토론회 좌장을 맡아 전기차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는 현재 지하주차장을 보유한 아파트와 대형 상가, 관공서 건축물은 주차장법에 따라 일정 비율로 충전시설을 의무 설치해야 하지만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압·확산을 위한 장치를 설치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법적 기준이 없어 제품을 생산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전기차 화재 예방과 안전성
확보 위해서는 국토부와 
환경부, 소방청 등 정부 부처가 
합심해 대책 마련해야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를 보면 스프링클러 미작동, 소방차 진입 불가 등의 문제로 피해 규모가 커졌다. 따라서 법령 개정과 기준 마련을 통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전용 소방시설의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전기차 관련 제도는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으므로 각 부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면 국무조정실이 총괄해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가 전기차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완성 전기차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전체의 화재안전에 관한 기준을, 배터리와 충전기 지원금을 담당하는 환경부는 배터리 화재안전성 기준과 주차시설 등에 대한 기준을, 화재에 대응하는 소방시설을 주관하는 소방청은 전기차 전용 소방시설 설치에 대한 기준을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화재 사고는 다수의 문화유산 등이 있는 국공립공원도 예외가 아니다. 주차장법에 따라 이곳에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는 진압에 최소 3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겨울철에는 강풍으로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불을 일으키는 ‘비화’ 현상이 발생해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부분 산속에 위치한 국공립공원 내 문화유산이 일시에 소실될 우려가 있으므로 예외 규정 마련 등 관련 법 정비가 시급하다.

또 지하주차장을 지상으로 옮기는 것을 우선하면서 지하주차장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하주차장은 통풍이 어려운 공간이므로 적절한 환기시스템을 설치하여 공기 흐름을 유지하고 배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열을 방출하게 해야 한다. 적절한 전기차 전용 소화시설과 화재 감지·경고 시스템을 설치하여 화재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기차와 충전설비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배터리·충전기·전기시스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수리하도록 해야 한다. 충전 시 불필요한 충전이 이루어지거나 과충전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차장 관리자는 전기차 화재 예방·대응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고 비상 상황 시 대응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친환경 전기차는 현재를 넘어 미래 교통수단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 산업은 우리나라 핵심산업이자 미래 먹거리사업이며 세계 각국의 전기차 업체가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가 계속 증가하고 관련 화재가 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재난과 재해는 치밀하게 대비해도 안타깝지만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를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면 지속해서 증가하는 전기차 화재에 더욱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전기차가 두려움과 걱정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