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준수 평택시문화재단 문화교류팀장

2024-08-21     김윤영 기자

문화예술 거버넌스로 ‘내 삶의 가치’ 발견

 

조준수 평택시문화재단 문화교류팀장

 

문화예술 거버넌스는 
시민·문화예술인과 행정이
문화예술 문제를 풀어가고 
지역의 자원·욕구 연결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공공 영역에서 새로운 조직이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대체로 녹록지 않다. 2020년 출범 이후 평택시문화재단이 문화예술 현장과 소통하고 상생하기까지 논란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다. 그리고 문화재단의 조직과 사람 그리고 사업이 없었다면 현재 평택 시민이 누리는 공연·전시뿐 아니라 생활문화·청년문화 등에서 빈자리가 의외로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문화예술 거버넌스의 매개자이자 촉매자로서 문화재단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준수 문화교류팀장을 만나 평택의 문화예술 거버넌스가 어느 시점에 이르렀는지 살펴보고 다음을 위한 새로운 씨앗을 준비할 시기는 언제인지 가늠해보았다.

 

조금씩 조금씩 부딪치면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돼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2022년 7월부터 평택시문화재단에서 문화교류팀을 맡고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졸업 후 합창단에서 3년가량 활동하다 문화기획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세종문화회관, 강남문화재단 등에서 근무했다. 지방에서의 문화사업을 고민하던 중에 공고가 나서 평택시문화재단에 지원했다.

입사 후 문화교류팀장을 맡아 평택시민과 평택의 문화예술인·단체가 문화예술로 교류하게 돕는 역할을 해왔다. 문화교류팀은 지역 문화예술인·단체 지원사업을 총괄하며 문화예술 거버넌스 구축사업, 평택 문화지대 기반 활성화 사업, 청년예술인 지원사업 등을 담당한다.

 

2022년 평택문화재단은 “문화예술 거버넌스 구축사업을 하겠다”며 평택시민문화위원회를 구성했다. 문화예술 거버넌스가 무엇인지 알려달라.

2010년부터 생활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시민이 하나의 문화 주체로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하는 요구가 점점 커졌고 이제 지역 문화예술의 수준과 역량이 시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동안 해온 문화행정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평택시문화재단 혼자 평택의 문화예술 분야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 어느새 지역문화, 생활문화, 문화도시 등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업이 늘어났다. 이런 사업은 문화재단이 시민·문화예술인과 소통해 이들의 협력을 끌어내고 함께 풀어가야 한다. 즉, 문화예술 거버넌스는 문화예술 분야의 문제를 풀어가고 지역의 자원과 욕구를 연결하면서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2기 시민문화위원회 운영
더 나은 방향을 찾아 개선
고도화돼 결정권을 갖고
행사하게 하는 것이 목표

시민문화위원회 활동이 올해로 2년째다. 문화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엔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것 같다.

5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시민문화위원회에는 생각과 취향이 매우 다양한 54명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 개개인이 평택문화를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문화재단에서 추구하는 거버넌스와 참여하는 위원들이 기대한 거버넌스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문화예술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주위 사람과 공유하면서 ‘차이’를 좁혀가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톱다운 방식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리고 기나긴 협의에 피로감을 느껴 포기하는 시민이 나올 수 있다. 시민도, 문화예술인도, 그리고 행정도 조금씩 조금씩 부딪치면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문화예술 거버넌스를 탄탄하게 잘 구축해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2기 평택시민문화위원들은 문화예술 정책, 문화예술 교육, 공연·전시, 생활문화 등의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시민과 문화예술인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지난해 1기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을 찾아 개선해 나가고 있다. 50명이 넘는 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협의하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졌다. 올해에는 문화예술 정책, 문화예술 교육, 공연·전시, 생활문화 등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원하는 분과에 참여하게 했다. 목표 의식과 참여도가 높아졌으며 관심 있는 분야이다 보니 안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훨씬 좋아졌다. 분과별로 협의한 결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회도 예정하고 있다.

3년 차인 내년에는 협치·거버넌스를 주제로 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협치·거버넌스 교육~분과위원회 활동~성과공유회라는 과정이 안정화되면 성과공유회에서 우수사례를 선정해 실제로 실행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투명성과 개방성을 갖춘 
구성원 계속 배출할 계획

일부 사례를 보면 거버넌스를 통해 열심히 준비한 제안을 담당 부서에 전달한 후 여러 이유로 유야무야되기도 하더라. 기존의 틀과 관점을 넘어서는 행정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거버넌스는 참여한 구성원이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시민의 열정과 참여에 부응하도록 더 노력하겠다. 최근 시민문화위원회 생활분과에서 생활문화 거점공간 활성화를 위해 프로그램과 홍보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올해엔 관련 예산이 없어 추진하지 못했지만 내년 예산을 수립할 때에는 반영할 계획이다. 시민문화위원회가 고도화돼 결정권을 갖고 행사하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문화재단을 매개로 만난 
시민과 문화예술인이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

운영이나 콘텐츠에 부족함은 없는지, 문화재단이 놓친 점은 없었는지를 문화예술 거버넌스를 통해 살피고 개선하겠다.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할 때에도 단순히 지원 대상에서 머무르지 않고 새롭고 참신한 문화사업의 기획자이자 이행자로서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이에 발맞춰 문화예술인이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끔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원정책도 다양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 거버넌스가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투명성과 개방성을 갖춘 구성원을 계속 배출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이때 정말 필요한 것이 문화예술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지역 곳곳에 분포하며 지역 문화예술자원을 연계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조준수 문화교류팀장과 평택시민문화위원회를 담당하는 김유진 주임

 

평택의 문화를 평가할 때 문화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던데.

평택아트센터와 같은 대규모 문화시설이 완공되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남부·북부·서부 문예회관은 각기 차별화된 콘셉트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부문예회관을 어린이 공연을 위한 특화된 문화시설로 꾸민다면 남부·북부에서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문화시설뿐 아니라 슬세권(슬리퍼+역세권의 합성어로, 슬리퍼와 신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까운 문화 권역이란 뜻)에 생활문화공간을 촘촘하게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이나 전시만큼 내가 사는 곳에서 좋은 이웃과 친구와 함께하는 문화예술 체험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문화재단을 매개로 만난 시민과 문화예술인이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루기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올해 2년째인 시민문화위원회의 성과가 현장에 반영되기까지, 위원회의 대표성이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을 때까지 투명하게 알리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쉼 없이 점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