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봉련 전 지산코아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2024-08-14     김윤영 기자

부당한 해임에 당당히 맞서 명예를 회복하다

 

김봉련 전 지산코아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허위 사실로 누명을 씌우고 
소명 없이 절차 없이 해임

 

정당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아
해임 결의 무효소송 제기해
2023년 12월 대법원 승소

 

2021년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아파트 도색비용으로 시청에서 지원받은 1억원 중 9000만원을 무단 사용하는 등 큰 잘못을 저질러 해임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에서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졌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해임은 무효’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2년 넘는 소송 끝에 자신의 결백을 밝혀낸 김봉련 전 지산코아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만나 2021년부터 그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봤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평택시 지산동에 있는 코아루아파트 2동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 2017년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지인의 추천으로 동대표가 됐다. 당시 동대표를 하려는 입주민이 없었고 바르게살기 등에서 봉사하고 있으니 주민들을 위해 수고 좀 해달라는 권유에 얼떨결에 동대표가 되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맡았다. 임기가 끝난 2019년과 또 한 번의 임기가 끝난 2021년에도 하려는 사람이 없어 계속 연임을 하게 됐다. 4년간 다른 동대표들과 관리사무소와 항상 협의하고 화합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실내건축공사를 하는 이아무개씨가 2021년 6월 5동 동대표를 맡았고 이어 12월 동대표 회의에서 이씨가 지하주차장 공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마침 관련 업종에 종사하니 이씨에게 아는 업체에 공사 견적을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받은 견적을 관리소장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가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며 관리사무소에서 관리소장에게 삿대질과 고함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이때 만류하던 저와도 마찰을 빚었다. 이후 이씨는 일부 주민을 모아 만든 단체 카톡방에 저에 대한 허위 사실을 올려 선동하고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적은 유인물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착하다 제게 발각되기도 했다.

 

평택시가 공동주택 관리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선례로 
판결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

허위 사실이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는지.

제가 아파트 도색비 명목으로 평택시청에서 1억원을 지원 받아 9000만원을 무단 사용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제가 보험업에 종사하니 주민에게 비싼 보험을 강요했다는 식의 소문도 냈다.

이씨는 자신과 친한 주민을 중심으로 교묘하게 허위 사실을 퍼뜨렸고, 이에 주민들이 제게 동대표 회장에서 물러나라는 터무니없는 요구까지 해왔다. 그래서 2022년 1월 28일 문제를 풀기 위해 그들을 만났지만 그들의 거칠고 고압적인 태도에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고 결국 저는 그 장소를 벗어나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상황이 이씨와 그를 지지하는 주민이 꾸민 작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1월 28일 만남이 임시회의였고 제가 동대표와 입주자대표 회장에서 해임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동대표 등의 해임은 입주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능하다. 제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해임이 어떻게 가능한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상적인 회의로 볼 수 없고 사퇴 수리가 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아파트 게시판에 제가 해임됐다는 공문을 붙이고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저를 해임시켰다. 그리고 이아무개씨를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선출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듣고 싶다.

동대표를 맡은 것은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였을 뿐 어떤 이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허위 사실로 제 명예가 훼손되고 주민에게 손가락질까지 받게 됐다. 평택시청에 찾아가 해임이 불법임을 알렸지만 제 주장과 자신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는 이씨의 주장이 상충하므로 일일이 개별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정당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제 명예를 회복하고 지역사회에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법의 판단이 필요하겠구나 결심했다. 그래서 2022년 6월 법원에 ‘동대표 해임 결의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2023년 12월 28일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한 점 부끄럼이 없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당사자 소명 없이 보궐선거로 해임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법원 역시 상식에 입각해 판결을 내렸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평택시 대응에 실망하기도 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은 이씨는 2022년 9월 사업비 7억2800만원 규모의 지하주차장 누수 보수와 에폭시 도장공사를 발주했다. 입주대표자회의 회장 명의로 서류가 접수됐으니 그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해임 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고 소송 결과에 따라 이씨의 입주자대표회의 자격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해도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였다.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고 재방문하니 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막대한 예산이 자격 없는 입주자대표가 있는 아파트에 지원됐지만 책임지는 이가 없어 씁쓸했다.

 

본인이 동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서 해임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관련 업종 종사자가 수억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고 업체를 선정할 권한을 얻게 됐다.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현 회장에게 누명을 씌워 정당한 절차 없이 해임시키고 그 자리에 올랐다. 그 기간에 수억원이 투입되는 아파트 도색 공사와 지하주차장 공사가 이뤄졌다.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이후 입주자대표자회의 측이 항소했다. 제게 그 항소가 자신들의 정당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공사를 마무리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비쳤다.

 

최종 승소를 통해 해임이 부당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소송을 제기할 때 지역사회에 정의를 세우고 싶다는 결심에 변함이 없다. 제가 회장 자리에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을 바로잡고 소중한 이웃인 아파트 주민에게 제대로 된 사실을 알리고 싶다.

이번 판결이 평택에 아파트가 늘어나는 만큼 평택시가 공동주택 관리를 세심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경각심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아파트에 사는 시민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동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파트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깨닫는 데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