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시민광장 없애고 상가 주차장 조성한 행정 바로 잡아야
소사벌상업지역 공영주차장 조성을 보며
평택읽기
배다리생태공원 지킴이 모임 공동대표
평택 남부권인 소사벌택지지구는 비전동·죽백동 일원 약 91만평을 공영개발해 준공을 마친 신도시다. 이곳에는 배다리‧이화‧가내‧이곡마을 등 4개 마을과 상업지구가 있으며 환경·생태를 내세우며 이곡천·통복천 등을 연계해 녹지체계를 형성한 배다리생태공원이 자리한다.
현재 1만6400여 세대, 4만300여 명이 입주하여 생활하고 있는 소사벌택지지구에서 시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부당한 행정이 이뤄졌다. 바로 최근 준공된 소사벌 상업지역 공영주차장이다. 소사벌 상업지역 공영주차장은 죽백동 799 일원에 100면 규모, 비전동 1099 일원에 60면 규모로 각각 조성되었다.
비전동에 조성된 주차장이 있던 곳은 배다리생태공원과 연계된 수변공원이었다. 이 수변공원은 중요한 생물서식공간인 배다리생태공원과 에코브릿지를 연결하여 이곡천·통복천을 잇는 생태거점으로 조성됐다. 때로는 시민이 모여 배꽃노래자랑 등 문화·예술·축제의 향연을 펼치고 평소에는 청소년과 동호인들이 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익스트림 공원이었다. 시민과 청소년이 여가와 문화를 즐기는 광장이 주차장으로 바뀐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평택시 담당부서에 문의하니 소사벌상가들이 주차장이 없어 장사가 안 된다는 민원을 제기해 절차를 거쳐 주차장을 조성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죽백동 일원은 공공청사부지 계획을 용도 변경하고, 비전동 일원은 시민 누구나 이용할 권리가 있는 공원·광장을 용도 변경해 주차장을 만들었다.
소사벌지구 허가 주차 면수는
2656면으로 결코 적지 않은데
시민과 청소년이 여가와 문화
즐기던 광장이자 수변공원을
없애고 60면 공영주차장 조성한
부당한 행정에 실망을 넘어 분노
이런 부당한 행정이 어디 있는가. 비전동 일원에 있던 수변공원은 소사벌택지지구의 모든 입주자가 분양가에 포함된 비용을 내서 만든 곳이다. 그렇지 않아도 갈 데 없는 청소년들이 지친 학업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여가‧체육 활동을 즐기며 즐겁게 놀던 곳이다. 청소년과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만남과 소통의 장소이자 공동체 공간이며 동물들에는 목숨줄과 같은 생태통로 공간을 날름 뺏어 주차장을 만든 평택시 행정과 그것을 막지 못한 평택시의회에 실망을 넘어 분노와 통탄이 터져 나왔다.
더구나 비전동 일원에 조성한 주차장은 근처 대형 웨딩홀과 연결돼 있다. 많은 시민이 대형 웨딩홀을 위한 주차장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60면 주차장이 소사벌 상업지역 매출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이제 주차 민원이 발생했을 때 많은 예산을 들여 공영주차장을 짓는 행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소사벌상업지역에는 56개 건물이 있고 건축허가상 주차면 수는 2656면이다. 결코 적지 않다. 배다리생태공원 지킴이 모임이 7월 3일과 5일 오후 8~10시에 소사벌 상업지역 내 규모가 큰 주차장들을 조사해봤다. 어림잡아 약 60~70%가 비어 있었다. 심지어 민영주차장 일부 층은 운영하지 않고 아예 불까지 꺼놓고 방치하고 있었다.
민영·부설 주차장을 활용해 주차공간을 확보할 방안을 찾는 노력이 먼저 아니었을까. 일부 상가 민원을 받아들여 시민의 소중한 공간을 용도 변경해 주차장을 만들고 특혜 행정이라는 의혹까지 받아야 하는가.
많은 전문가가 말한다. 사람이 걸어 다니지 않게 되면서 상권이 쇠퇴한다고. 이는 정장선 시장의 주요 정책인 ‘걷고 싶은 길’을 만드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평택 어느 곳의 상권을 활성화하려면 시민이 모이는 광장과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차 없는 거리가 필요하다. 소사벌상가 활성화를 위해 선결해야 할 행정은 주차장 조성이 아니다.
최근 정장선 평택시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평택역 광장이 소통과 만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는 사업이 착공되었습니다”라는 글을 접했다. 평택역광장은 시민 여러분의 휴식과 문화가 어우러지고 원도심의 활력을 불어 넣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소사벌상업지역의 상권을 활성화한다면서 기존에 있던 광장과 공원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드는 엇박자 행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이러한 엇박자 행정에 시민은 갈등하고 혼란에 빠지며 행정에 불신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정 시장이 강조했던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첫 마음 그대로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철학으로 부당한 행정을 바로 잡아 평택이 명품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