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운철 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 회장

2024-06-05     평택시민신문

기준 맞는 ‘개인하수처리시설’ 설치·관리로 수질오염 막아야

한운철 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 회장

 

수질 오염의 숨겨진 주범 
저가 제품, 부실 시공으로
오염된 물이 그대로 방류
허술한 성능 기준이 문제

 

협회 노력으로 하수도법 개정
이끌어내…설치 기준 강화
지자체가 세부기준 고시해야
2025년 12월 11일 본격시행

맑고 깨끗한 물은 인간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필수요소다. 우리는 혹여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배출되지 않는지에 신경을 쓰곤 한다. 이처럼 환경에 배출되는 오염물질 중 생활하수가 약 40~50%를 차지한다고 한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생활하수 93%가량이 공공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되고 나머지 6.3%만 오수처리시설·정화조와 같은 개인하수처리시설에서 개별 처리된다. 문제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은 규모가 작고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어 유기물·질소·인 등의 오염물질을 완전하게 제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러나온 오염물질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가 제주도 등 전국 곳곳에서 수시로 발생하고있기도 하다.

한운철 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 회장은 “단속 소홀도 문제지만 저가의 제품 난립, 부실한 설치기준, 관리 소홀에 근본 원인이 있었다”며 “50만원의 저가 제품을 설치하면 되는데 2000만원을 들여 제대로 된 제품을 설치할 건축주가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짚었다.

평택에서 나고 자라 생활하수처리 분야 전문업체인 동산환경을 운영해온 한 회장은 2022년 3월 제8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하수도법 개정에 매진해 같은 해 12월 개인하수처리시설 기준 강화라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개인하수처리시설 부실로 인한 지하수 오염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

대다수 오염물질이 하천·호수 등을 거쳐 취수장으로 유입되는 시간은 길어야 3~6개월이다. 문제가 눈에 보이니 대부분 빠르게 조치가 취해진다. 팔당댐 상류에서 차량 전복 사고로 휘발유가 유출되면 하천을 차단하고 댐 입구에 방제 펜스를 설치하는 등 비상이 걸릴 것이다.

반면 개인하수처리시설 대부분은 땅에 묻는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오염물질을 제대로 처리하는 지도 오염물질이 땅속이나 지하수로 스며드는 지도 알 수 없다.

 

개인하수처리시설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하수도법 개정으로 시설기준을 강화한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개별 건축물을 지을 때 함께 매설한 개인하수처리시설에서 오염물질을 한차례 걸러낸 다음 인근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식이다. 주로 하수도가 없는 농촌지역이나 도시지역의 일부 건축물이 이런 방식을 쓴다. 이는 전체 하수 발생량의 6% 수준이지만 오염물질 배출 비중은 매우 높다. 정화조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 6%가 하수 전체 오염물질의 50%를 넘게 차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결국 정화조가 제 기능을 한다면 오염물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십 년간 정화조의 성능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화조를 설치하는 건축 현장은 관할 지자체에서 준공 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성능이 기준에 못 미치면 건물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성능·재질이 낮은 제품을 써도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었고 품질이 낮은 저가 제품이 시장을 점령했다. 결국 허술한 성능·재질 기준이 문제였다.

일부에서는 단속 강화를 대책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점검·단속하려면 시설 수가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2022년 하수통계를 보면 평택에 오수처리시설 1만840개, 정화조 1만8780개가 있다. 결국 보이지 않는 문제를 관리하려면 ‘눈으로 보는 기준’을 바로잡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우수하고 품질 좋은 제품 생산 
기준에 맞춰 제대로 시공…
생활하수처리업계가 나아갈 방향

 

30년간 종사해온 경험 살려 
회원사 위상 높이고 
관련 인프라 구성 지원하는 
제도적 방안을 꾸준히 모색

 

개인하수처리시설로 인한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을 포함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는 2005년 발기인 총회를 거쳐 환경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비영리사단법인이다. 하수도법 개정 이후 환경부,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지자체 등과 협업해 오수처리시설 전문업체 종사자 교육, <개인하수처리시설 업무편람> 집필 참여, 소규모 개인하수처리시설 방류실태 공동 조사 참여, 제주특별자치도 개인하수처리시설 기술자문 등의 활동을 해왔다. 경기녹색환경지원센터와 함께 개인하수처리시설 선진화 방안 토론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협회 회원사는 개인하수처리시설 설계·시공·관리·장비제조 업체들이다. 회원사들이 다양한 수처리를 통하여 생활하수의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방류함으로써 정부의 수질환경 시책을 구현하고 환경보존·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게 계속 노력하겠다.

 

제품 가격 차가 크게 난다면 회원사에서 불만이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맑고 깨끗한 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개인하수처리시설 제작·관리 비용을 낮추려고 수질오염의 악화를 묵인해서는 안된다.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저가 제품을 생산하고 시공한다면 자칫 생활하수처리업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6월 <개인하수처리시설 업무편람> 집필에 참여하면서 오수처리시설 제조 제품의 73.5%가 방류수 수질기준 불합격이라는 연구 결과를 접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면 환경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우수하고 품질 좋은 개인하수처리시설 제품을 생산하고 기준에 맞춰 제대로 시공하는 것이 생활하수처리업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아울러 건축주들도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오수처리시설 제조제품의 경우 76만원짜리도 있고 2400만원짜리도 있다. 가격 차이가 크다. 하지만 76만원짜리 제품에 제대로 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수도법 개정으로 이런 제품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환경보존을 위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하수도법 개정안이 2025년 12월 11일 본격 시행된다. 개정안을 보면 지자체별로 세부 기준을 고시해야 한다. 평택시처럼 선제적으로 세부 기준을 고시한 지자체가 아직은 드물다. <개인하수처리시설 업무편람>을 활용한 하수 관계 공무원을 위한 직무교육을 확대해 지자체가 세부 기준 고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의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의 구조나 기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안전이나 적정처리 여부를 확인하고 감독하기 쉽지 않다. 시설 대부분이 지하에 설치되고 한 번 시공하면 눈으로 점검이 불가능해 싱크홀·지하수오염에 대응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 직무교육을 통해 시설의 형식과 용량, 설치·시공요령, 관리 시 주의사항 등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담당 공무원의 행정지도는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앞으로도 30년간 생활하수처리업계에 종사해온 경험을 살려 회원사들의 위상을 높이고 개인하수처리시설 관련 인프라 구성을 지원하는 제도적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겠다.

글 김윤영 기자 / 사진 한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