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만드는 세상 ‘협치’
평택읽기
6개월 전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처음으로 민간위탁기관 두 곳을 관리하게 되었다. 두 곳을 관리하다 보니 각 기관에서의 잘된 점과 보완점이 파악되었고, 보완할 부분을 개선하면 더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수탁기관에 필요사항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한 수탁기관에서는 요청에 대해 비협조적이었으며 갑질이라는 표현까지 하며 큰소리가 났다. 나는 일개 주무관으로서 법령과 지침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였을 뿐이었고, 내가 관리하는 기관의 담당자로서 이 사업이 문제없이 잘되기를 누구보다 염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저렇게 방어적으로 대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신임으로 온 나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그 후에 직접 만나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오해를 풀어 지금은 너무나 좋은 관계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이 있고 난 후 평택협치아카데미에서 시민(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강의가 있다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듣게 되었다.
관과 중간지원조직은
갑을 관계나 이분법적 관계 아닌
더 나은 세상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대등한 관계
강의는 “시민(중간)지원조직의 존재 이유”라는 주제였고 공직과 중간지원조직 그리고 민간 모두에서 경험이 있다는 가치혼합경영연구소 김재춘 소장이 강사를 맡았다. 중간지원조직의 순기능과 역기능, 운영 시 노하우, 관과의 관계 등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수탁기관 입장에서의 민간위탁에 대한 부분에 관한 현장감 있는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강의를 들으며 내가 맡고 있는 수탁기관에서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왜 그런 평판이 있었는지, 일반적인 위탁관계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각자 상황과 기준이 다르기에 생각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일반적인 논리가 위·수탁 관계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관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위에 있고 지원조직은 복종해야만 하는 수직적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간위탁의 개념적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중간지원조직의 존재 이유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에서의 효율적 사업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관과 중간지원조직은 갑과 을의 수직적 위치에서 각각의 목표를 향해가는 평행선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위로 한발 한발 올라가는 하나의 수직선이라고 생각한다. 즉, 각 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보완하며 혼자서는 힘들 수 있는 일에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 공통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관계인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 주도권이 있고 어디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보다 ‘공통의 목적 실현’이라는 더 중요한 존재 이유가 있다고 본다.
어떤 사업이건 기본적으로 법령과 규정에 근거하여 추진하는 것이니 중간지원조직에서도 일부 단체의 이익만을 반영하거나 기준을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는 당연히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관이 정한 기준에 따라 무조건 반복적인 일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에 제정된 조례나 지침이 현재의 기준에 맞지 않거나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전문기관으로서 시대에 맞는 발전방향을 제안해야 하는 것이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고, 관에서는 이러한 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각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관과 중간지원조직은 너와 나, 갑과 을, 관과 민이라는 이분법적 관계가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라는 통합적 관계라고 본다. ‘우리’는 중심(시민)을 지탱하는 각각의 두 다리로서 대등하게 중요한 존재이다. 한쪽 다리가 문제가 생기면 한 발로 몇 발짝은 가겠지만 최종 목적지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건강한 두 다리가 함께 발맞춰 나가야지만 모두가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추상적이고 막연하기만 했던 ‘협치’가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일상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니. 시민으로서뿐만 아니라 공직자 입장에서 협치의 의미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고 마음에 새겨볼 수 있었다.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시민 중심 새로운 평택’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오늘도 지원센터와 함께 열심히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