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인 지진
문화산책
마음에 인 지진
노모가 말씀하시길
덥다는 생각 들거든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개울가 숲길에 앉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자갈거리는 오후
개울물 비비며 부딪히는 울음소리
자갈을 건들며 흔드는 노랫소리
몇몇 개의 돌과 물이 만나 들려주는 앙상블 소리
좔좔좔이라 표현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니
개울가 숲길에 앉아 눈을 감아봐
개울거리는 노래를 돕는 것
홀로는 이룰 수 없는 가슴 뛰는 동요라지
마음에 인 것은
가셔 버린 더위에 생기는 에너지인가
문득문득 예고 없이 나타나는 그리움이
계시지 않는 노모를 찾는다
* * *
건망증, 드문드문 적립되다
내 몸에 구덩이가 있어
하나둘 쏟아붓다 보니 상실된 기억이 서서히 쌓인다
그러나
어느 시절의 단편에 빠져서
기억을 훔쳐내는 혼돈의 발자국이
빈처의 안갯속으로 향해 있다
빠르면서도 허술한 속도로
불시착 된 망각의 날개가 관자놀이에 붙었다가
손톱으로 후려친 듯 빠져나가고 있다
서서히 적립되어 가는 기억의 사멸과
서로 응집된 편린들은
제멋대로 왔다 제멋대로 간다
마디마디 적립되는 망각이 있다
냉장고 앞에서 적립 하나 시키고
화장실 앞에서 또 하나 시키길 여러 차례
포위되어가는 외곽의 힘도 같이 야해져 있다
외출하려 현관문을 닫는다......
열었다......, 다시 닫는다
빈처의 안갯속으로 자주 들락거리며
다 알고 있는 비밀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용식 시인
<서정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정문학 회원,<시원문학> 동인
평택문학상, 시집 <그리움의 사선>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