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수 평택시마라톤연합회 회장

2024-04-11     평택시민신문

삶도 마라톤도 ‘행복한 완주’를 목표로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은 고통스러운 운동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은 터질듯이 뛰며 땀은 비 오듯 쏟아진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달리는 힘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진수 평택시마라톤연합회 회장(60)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고통이 사라지면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면서 “안 뛰어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 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적어도 그 한쪽 끝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의 성질은 성적이나 숫자나 순위라고 하는 고정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 속에 유동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는 인식에 다다를 수도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언제 마라톤을 시작했는가.

평택에서 태어났고 군대 빼고 평택을 떠나본 적이 없다. 30대 초반에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한 200m 뛰었나, 숨이 차 힘들더라. 꾸준히 달렸더니 300m·500m·1km 이렇게 달리는 거리가 늘어났다. 10km, 20km 하프 그리고 42.195km 풀코스까지…. 1998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처음 완주했다. 완주 후에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처음에는 혼자 뛰었는데 점점 뛰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렇게 만난 분들과 함께 2000년 6월 평택마라톤클럽을 만들었다. 이후 송탄마라톤클럽, 서평택마라톤클럽 등 동호회가 하나둘 생겨났다. 2006년 평택지역 5개 마라톤클럽이 모여 평택시마라톤연합회가 창립했고 현재 평택·송탄·서평택·거북·KG모빌리티·한온·롯데웰푸드·평택시청·만도 등 9개 클럽이 참여하고 있다.

 

4월 7일 열린 영주소백산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평택마라톤연합회 회원들이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택시마라톤연합회는 어떤 활동을 해왔는가.

연합회가 창립한 2006년은 마라톤 확산과 함께 생활체육이 자리 잡던 시기였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42.195km 풀코스가 확정된 후 마라톤은 프로선수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 기록 경쟁을 하는 종목이었다. 생활체육이 자리 잡고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즐겁게 달리면서 마라톤을 즐기게 됐다. 달리기가 인류 최초의 스포츠였다는 점에서 뒤늦게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그 과정에서 연합회는 마라톤을 알려내고 대중화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대표적으로 2000년 시작된 평택항마라톤대회를 들 수 있다. 연합회원들은 매년 4~9월 6개월간 전국 주요 대회에 참가해 평택항마라톤대회 홍보에 힘썼고 첫 대회부터 지금까지 매년 200명씩 운영요원으로 봉사했다. 마라톤 동호인으로서 코스 등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 참가자들이 마라톤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원활한 대회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줬다. 평택항마라톤대회가 성장 발전하는 데 연합회가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평택시의 우호교류도시인 중국 샤먼시, 일본 마쯔야마시와 마라톤을 통한 체육 교류도 빼놓을 수 없다. 연합회원들이 매년 그 도시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샤먼시와 마쯔야마시의 마라톤 동호인은 평택항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10년 넘게 서로 진정성을 갖고 교류하며 돈독한 우애를 쌓게 됐다. 마라톤 교류는 코로나19로 3년간 중지됐다 지난해부터 재개됐다.

 

마라톤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려달라.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 마라톤까지 석권해 ‘인간 기관차’라 불리는 체코의 에밀 자토페크 선수는 “달리기를 하고 싶다면 1마일을 달려보고, 지금의 삶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풀코스를 완주해봐라”면서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가장 정직한 스포츠다. 오롯이 달리는 사람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를 동력 삼아 완주에 이르기에 그 성취감과 희열이 대단하다. 풀코스를 뛰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160번 정도 찾아온다고 한다. 160번 중에 한 번만 포기해도 더 달릴 수 없게 된다. 힘들어 달리기를 멈추고 걷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죽을 만큼 힘든 극한의 고통을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평생 느껴보지 못한 희열이 찾아온다. 안 뛰어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다.

 

 

지난 1월 14일 평택시마라톤연합회 1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먼저 회원 확대에 중점을 두겠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동안 여러 이유로 마라톤을 그만둔 분들이 제법 되니 20~30대 청·장년층 회원 가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젊은 세대가 참여해 기존 회원과 융화하고 함께 운동하는 연합회로 발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연합회가 창립한 지 20년 가까이 되다 보니 회원 연령대가 60대 이상으로 높아져 이에 맞는 운동처방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평택시가 고령 사회로 진행 중이니 나이가 들어도 마라톤을 즐길 방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시각·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가이드 러너 육성도 과제다. 이분들이 마라톤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가이드 러너가 보도블록이라든지 과속방지턱이라든지 걸림돌, 몇 미터 앞에서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해야 할지를 알려줘야 한다. 더 많은 장애인이 마라톤으로 건강을 챙기고 대회에 참가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잘 챙길 생각이다.

넷째로 국외대회 도전이다. 그동안 국내 대회를 중심으로 참가해왔는데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해 세계 각국의 동호인들과 겨뤄 현재 실력을 점검하고 견문을 넓힐 기회라고 본다.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회원 전력 향상과 육상꿈나무 육성이 있다. 연합회는 2007~2009년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마라톤 부문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아 앞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겠다. 육상꿈나무들이 성장하는 것을 돕겠다. 육상이 모든 스포츠의 기본인데 평택에는 육상부가 있는 학교가 현일초·현화초·평택초 세 곳뿐이고 중·고등학교는 아예 없다. 그동안 추진해온 장학금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교체육발전기금 조성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평택시체육회에 근무했고 2020년부터 평택시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평택시 체육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째 체육회관 건립이다. 한 가지 운동은 필수인 시대를 맞아 평택시 체육행정을 종합적으로 조율·관리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체육회관이 있어야 한다. 현재 평택시체육회에 48개 종목별 체육회, 장애인체육회에 17개 종목별 체육회가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소사벌레포츠타운 공간이 부족해 5개 종목별 체육회만 입주한 상황이다.

두 번째로 100세 시대를 맞아 날로 증가하는 고령 인구가 운동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체육 시설·공간 확보다. 고령 인구만을 전담할 시니어체육회 창립도 필요해 보인다.

 

평택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삶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싶다. 이래야 건강한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마라톤은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가다듬을 수 있는 스포츠다. 마라톤을 하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키울 수 있다. 마라톤이 아니더라고 땀 흘린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정직한 운동을 즐기며 평택시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향해 함께 나아갔으면 참 좋겠다.

 

글 김윤영 기자 / 사진 한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