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파란 하천에 농민들 속은 타들어간다

2024-01-24     김윤영 기자

200m 반경 농가 32곳
유해화학물질 지하수로  
유입될까 하루하루 불안

1월 23일 오전 청북읍 어소리에서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조종석씨가 에틸렌다이아민에 오염돼 파랗게 변한 하천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화성의 화학물질 보관창고에서 난 불로 평택 청북읍·오성면 하천 일대가 파랗게 오염된 상황이 보름째 이어지면서 하천 주변 농민들은 화학물질이 지하수로 유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1월 23일 환경부·평택시 등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이 유입된 하천 반경 200m 내에는 축산농가 20곳, 시설재배농가 12곳이 있다. 평택시가 주 2회 자체 검사를 진행해 농업용수 사용 적합 결과를 내놓았지만 농민들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제둑으로 막아놓은 오염수가 언제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까 걱정이 돼서다. 

청북읍 토진1리 주민 이계종씨(63)는 “당장 눈으로만 보이는 하천뿐만 아니라 하천 아래 토양도 화학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 화학물질이 지하수로 유입되는 상황은 차마 떠올리기도 싫다”고 우려했다. 

관리천 인근 청북읍 어소리에서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조종석씨(71)는 “화학물질이 지하수로 유입되면 더 이상 지하수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상수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소 한 마리가 하루에 지하수 70리터를 마시는데 이를 어찌 감당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평택시는 관리천 인근 피해 농가들을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발표해 더는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어소리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조응수씨(70)도 “오염수가 지하수까지 다다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은 괜찮아도 결국 오염수가 섞여 나와 농사를 망칠까 봐 걱정”이라며 “앞으로 일정 기간을 정해 정기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출 추정 화학물질 3종
아직까지 수질기준 없어
물속 오염도 확인 못 해

문제는 오염수 처리가 장기화되면서 농민들이 우려하는 토양·지하수 오염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점이다. 평택시는 11~20일 열흘동안 2만톤이 넘는 오염수를 퍼올렸지만 23일 확인한 바로는 하천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지지 않았다. 그동안 눈·비가 내리면서 하천 전체 물의 양이 계속 늘어나고 한파로 작업 진척도 여의치 않아서다. 처리 기한이 늘면서 최대 1000억원으로 추산했던 복구비용이 평택시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증가할 수도 있다. 이에 탱크로리로 오염수를 퍼올리는 방식만 고수하지 말고 여러 방식을 동시에 추진해 처리 기한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천 주변에 저장소를 만들어 오염수를 대량으로 분리하는 방법, 활성탄을 이용해 여과하는 방법 등이 제안되고 있다. 

박환우 평택환경행동 공동대표는 “방제 둑을 만들었다 할지라도 오염구간이 완전히 밀폐될 수는 없다”며 “오염수 처리방법을 다각화해 처리를 서둘러야만 현재 오염되지 않은 토양·지하수로의 유해화학물질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유해화학물질이 얼마나 유출됐는지, 물속 오염도는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자료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하천이 파랗게 물든 것은 에틸렌다이아민이 유출됐기 때문이라면서도 지난 16일 발표한 수질분석 결과를 보면 분석 대상 물질에 에틸렌다이아민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통상 수질을 분석할 때 유해화학물질 20여 가지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이번에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는 에틸렌다이아민, 메틸에틸케톤, 에틸아세테이트 3종은 이런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 관계자는 “에틸렌다이아민은 공정시험 기준이 없어서 다른 분석 방법을 참조해야 하고 일반 오염물질과 방법도 달라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제 처리될지 기한 없고 
복구비용 감당하기 어려워
평택시·평택시의회는 
특별재난구역 선포 요청

평택시·시의회는 주민 피해가 심각하다며 청북읍·오성면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사유·공공 시설 피해 복구비의 50~8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고 피해 주민은 재난지원금, 국세·지방세 납부 예외, 전기·도시가스 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