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로 파랗게 변한 평택 하천
수요칼럼
평택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사무국장
지난 9일 화성에 있는 위험물보관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다량의 유해화학물질이 청북읍 관리천으로 유입됐다. 평택시 청북읍 한산리·토진리 일대 7.4km 구간은 파랗게 오염됐고 이곳에 살던 물고기가 떼죽음을 맞이했다. 철새를 비롯한 새들이 사라지고 생태계 또한 위험에 빠졌다.
평택의 하천을 파랗게 물들인 물질은 제4류 위험물(인화성액체)인 에틸렌다이아민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틸렌다이아민은 표백제, 섬유처리제, 합성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며 체내 흡입 시 알레르기·천식·호흡곤란·피부염증 등을 유발하고 부식성이 있어 화상과 눈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이 물질이 당장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지 않는 ‘유독물질’이 아니라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독성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중세의 파라셀수스는 ‘용량이 독을 만든다’고 했다. 아무리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이라도 충분히 적은 양에 노출되면 문제가 없고, 반대로 아무리 독성이 약한 물질이라도 지나치게 많은 양에 노출되면 치명적인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에틸렌다이아민 등 유해화학물질로 오염된 물은 최대 7만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평택·화성의 하천 7.4km 구간를 파랗게 물들일 정도로 배출된 에틸렌다이아민이 얼마만큼 배출됐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규모가 사람과 생태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화성시는 폐수수거차량 39대, 평택시는 5대를 각각 동원해 오염수를 제거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주가 걸릴 것이라 한다. 오염수가 제거되는 기간까지 배출된 유해화학물질이 하천과 주변 농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된다. 오염수가 제거된 이후 주변 땅에서 농사를 지어도 되는지, 하천의 물을 계속 농업용수로 사용해도 되는지, 유해화학물질이 지하로 스며든 것은 아닌지 등을 철저하게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래야 평택시민이 안전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 오염수 7만톤은 사람과 생태계에 독성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히 많은 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평택시에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은 2020년 말 기준 324곳이 있으며 곳곳에서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만큼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들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하루 방류하는 수십만톤의 폐수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수질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화성 위험물보관창고 화재로 유출된
7만톤 추정 유해화학물질과 오염수
안전성 철저히 점검하고
정부와 평택시는 화학사고 대응 시스템
촘촘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야
이번 사고와 같은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해 2022년 11월 ‘평택시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이 조례에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위원회 구성·운영, 화학물질 취급장 조사,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 수립, 화학사고 대비를 위해 민·관·산 협력과제 도출 및 협력체계 구축, 화학사고 대응 합동훈련 등이 담겼다.
‘화학사고 발생 시 주민 고지’ 항목도 있다. 화학사고 발생신고를 받거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화학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 받았을 때에는 ▲사고발생 여부, 사고 접수시간 및 장소 ▲사고발생 시간, 사고 물질의 이름 및 독성정보 ▲대기 또는 외출금지 등 사고 시 행동요령 ▲사고 물질에 노출된 경우의 응급조치명령을 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평택시는 화학사고 관련 정보를 즉시 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오염하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오염수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개천에 위험 안내 표시 하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좋은 제도가 있어도 행정기관이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은 화학물질이 있고 가정에서 쓰는 세제부터 몸이 아플 때 먹는 약까지 그 중 상당수를 우리가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그 화학물질이 사람에게 위협을 끼친다고 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쓰는 세제에 붙어 있는 사용 설명서를 보면 어떻게 사용할지와 사용 시 주의사항, 어떻게 사용하면 안 되는지 그리고 보관 방법과 응급처치법까지 들어 있다. 감기약이나 소화제에도 복용 시 주의사항과 보관 방법 등이 빼곡하게 적힌 사용 설명서가 붙어 있다. 정확한 정보와 사용법을 알려줌으로써 잠재된 위험을 미리 방지하는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에 우리가 안심하고 사용하거나 복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개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유해화학물질 관리와 사고대응 시스템을 촘촘하고 견고하게 만들어가길 기대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