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폐수 대책 없는 상수원보호구역 조정 왜 하나

2024-01-10     김윤영 기자

정장선 시장 공개적으로
“조정 불가피” 입장 밝혀
시민·환경단체 강하게 반발

정장선 평택시장이 “상수원보호구역 조정 불가피”를 천명하자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역사회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 시장은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제243회 평택시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은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진위상수원보호구역 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27일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평택시민환경연대와의 환경 현안 간담회에서는 “상수원보호구역과 관련해 그동안 여러 협의체가 있었지만, 논의만 되고 흐지부지돼 왔다”며 “중앙정부에 중점관리저수지 지정(목표수질 3등급 확보)과 국가수질측정평택센터 설립, 정기적인 하천생태계 합동조사와 발표 등 평택시 요구사항들을 계속 협의하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상수원보호구역 존치를 고수해 온 평택시의 입장 변화에 시민·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반도체 폐수 대책이나 향후 계획 없이 수질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지역 하천으로 하루 20만톤의 반도체 폐수가 유입되고 있다. 2040년 이후에는 용인시 이동읍·남사읍 삼성전자반도체 국가산단, 원삼면 SK하이닉스공장에서 배출하는 반도체 폐수가 더해져 하루 150만톤이 진위천·안성천을 거쳐 평택호로 흘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반도체 폐수에는 다량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실제로 얼마나 유해한지는 알 수가 없다. 현재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300여 종의 화학물질 중 120여 종은 공개가 되어 있고 이 중 특정수질 유해물질 45종만 배출기준이 있을 뿐이다. 나머지 180종은 국가기간산업의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폐수의 화학물질이
얼마나 유해한지 알 수 없어

 

반도체 폐수 합류지점인 
궁안교 수질 측정 결과
상류인 군문교와 달라

 

부정적 영향 최소화 위해
지역사회 적극 나서야

지난해 9월에는 평택시민환경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반도체 폐수의 부정적 영향으로 추정되는 유의미한 수질측정 결과가 공개돼 반도체 폐수 성분공개와 수질 대책 요구가 한층 높아졌다. 이날 김경섭 한경국립대 교수는 “반도체 폐수가 합류되는 지점인 궁안교에서 반도체 영향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수온·수소이온농도(pH)·전기전도도를 측정한 결과 상류지점인 군문교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이미 반도체 폐수의 영향이 수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평택시민환경대는 “성급하고 섣부른 발언”이라면서 “시민 건강권과 환경권 확보를 중심에 두고 상수원보호구역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1월 현안 간담회에서도 “평택시·삼성전자·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맑은물 협의체’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정장선 시장에게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전명수 공동대표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에 앞서 수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했으며 박환우 공동대표는 “평택시에서 별도의 용역으로 정밀 분석을 진행해 수질개선 방안을 정부와 삼성전자에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21개가 모인 평택시민사회연대 담쟁이(상임대표 소태영)는 지난 1월 1일 성명을 내고 “반도체 폐수에는 많은 유해화학물질과 미량의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으며 앞으로 평택에 유입될 폐수 방류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라며 “반도체 폐수 문제 등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나 계획은 전무한 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나 축소가 먼저 논의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시민 논의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수원보호구역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택시장의 발언은 시민 생명권과 환경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정부·경기도·평택시는 시민의 생명권·환경권에 대한 정치적 거래와 논쟁을 즉각 중단하고 평택호 수질개선 대책을 수립·실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