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택문인협회 김복순 지부장

뒤늦게 찾은 내 삶의 중요한 조각 시詩

2023-12-13     김윤영 기자

 

6년간 문인협회 사무국장  맡아

회장된 후 무거운 책임감 느껴

 중학생 1학년 때부터 간직했던 ‘문학의 꿈’을 50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펼친 이가 있다. 바로 김복순(62) 평택문인협회 지부장이다. 2017년 첫번째 시집 <목련 우체국>을 발간했을 때 그의 나이 56세였다. 1992년 평택으로 이사와 자리 잡으며 두 아이를 키우고 살았다. 문득 떠오르는 공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시를 썼다. 시는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정화해줬다. 늘 마음에 간직한, 포기할 수 없던 삶의 한 조각을 그는 드디어 찾았다.

 

평택문인협회 회장이 된 계기가 있었는지.

원래 성격이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6년간 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전임 배두순 회장과 함께 일하며 한 단체를 이끌어가려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협회 업무를 비교적 잘 아는 제가 신임 회장을 맡게 됐다. 사무국장일 때와 달리 회장은 무언가를 결정하는 자리여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평택문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평택문인협회는 문학을 사랑하는 평택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글을 쓰고 활동하는 단체다. 문학의 향상 발전과 회원 상호 친목을 도모하고 작가의 권익을 옹호하며 국내외 문학인과의 교류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등단·출간 등의 활동이 있는 분이거나 출향 문인이라면 평택시민예술대학의 문예창작반 2년 과정을 수료하면 가입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문인협회에서 활동하다 평택으로 이사온 분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15대 지부장으로 취임한 이후 어떤 일들을 해왔는가.

평택사랑 전국백일장 공모전, 생태시문학상 공모전, 제30호 평택문학 발간, 제13회 공간풍경 시화전 등 문인협회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느라 분주하게 보냈다. 또 평택예총 산하 8개 지부와 함께하는 시화 전시, 시낭송 공연, 음악협회와 함께하는 창작가곡제를 마쳤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이었던 작가

평택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반

수강하며 드디어 실현하게 돼

 

문학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중학교 1학년 국어 숙제로 우리집 은행나무에 대한 글을 썼는데 선생님이 소질이 있다고 작가가 되는 꿈을 가져보라고 권하셨다. 이후 제가 쓴 시가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때부터 장래희망에 작가라고 적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결혼하고 애들 키우고 생계를 꾸리다 보니 그 꿈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평택대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문예창작 강좌를 들으려고 했더니 수강생 수가 적어 폐강되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 무렵 소사벌레포츠타운을 지나다 한 현수막을 보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평택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반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망설임 없이 수강 신청을 했고 당시 강사였던 배두순 전임 회장을 만나 시 공부를 시작했고 평택문인협회에 입회해 평택 문인들과 교류하게 됐다. 처음 시를 썼을 때 내면에 감정과 생각이 넘쳐 흐르는데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힘들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배두순 시인이 용기와 조언을 줬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를 쓰고 있다.

 

시를 쓰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항상 마음이 공허했다. 도대체 왜 무엇을 하려고 사는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거나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항상 마음 한편을 채우지 못해 외롭고 허전했다. 시를 공부하면서 그런 공허함이 사라지고 여유가 생겨났다. 누구를 기다리든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리든 아니면 병원에서 대기열이 길어도 조급하지 않게 됐다. 기다리는 순간이 시를 공부하는 시간이 됐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시를 쓸 소재가 나왔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도 높아졌다. 시는 뒤늦게 찾은 내 삶의 중요한 조각이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낮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

위로하고 치유하는 시 쓰고 싶어

 

본인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알려 달라.

문학은 우리에게 길이 되고,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문학의 힘이다. 제가 쓰고 싶은 시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낮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다. 홀로 살다 돌아가신 독거노인, 전철에서 구걸하는 분에게 눈길이 간다. 우리가 거들떠보지 않거나 무시하던 존재에 공감하고 심도 있게 들여다보려 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아픔이나 상처가 제가 시를 쓰는 자양분이 된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시로 표현하면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낮은 사람들의 삶을 정제되고 함축된 시로 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년간 시 공부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제가 만족하는 시를 쓰지 못했기에 시를 쓴다고 할 수 없다. 밤새워 고뇌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줄이고 다듬는 퇴고를 수차례 거듭하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을 정제된 시어로 표현할 수 있다. 앞으로 절차탁마를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시인의 연륜이 무르익었을 때 제가 쓴 시가 절망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알리고 그들과 공감하고 위로하며 치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때까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겠다.

 

2017년 첫 시집 <목련 우체국>을 펴냈다.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할 계획은.

첫 시집을 내고 5년이 넘도록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꼭 내야지 했는데 내년으로 다시 미뤄졌으니 내년에 꼭 두 번째 시집을 낼 생각이다.

 

평택평택문인협회의 새해 계획은.

평택문인협회의 주요 행사를 계획대로 알차게 추진하겠다. 시낭송 강좌·교실을 운영하고 시낭송 대회를 개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특히 협회의 모든 활동을 평택시민에게 다가가는 문학, 함께하는 문학, 함께 즐기고 공감하는 문학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