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당진항, ESG 바람타고 해양레저 항만으로 가자
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44
항만배수로 녹지축 중심으로
권관항 수변 친수공간 조성해
권관리 일원을 해양레저
관광거점으로 육성해야
권관리와 평택항 배후단지를 연결하는 다리 위에서 남쪽을 보면 권관항 부잔교, 아산만방조제 수문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멀리 서해대교와 항만과 육지 사이로 물이 흐르는 배수로가 보인다.
썰물 때에는 배수로에 모여있던 물이 아산만을 통해 서해로 흘러나가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민물이 하얀 거품을 내며 바다로 흐르는 모습은 서해안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풍경이다. 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로 머릿속이 텅 비는 듯한 느낌이다.
배수로를 통해 흐르는 물은 현덕면 서측 마을인 권관리, 장수리, 방축리와 포승읍 신영리, 만호 등에 내린 빗물이 실개천과 소하천을 통해 해안으로 유입된 민물이다. 권관리부터 만호리까지 6.5km 긴 배수로가 빗물을 내보내는 기능과 함께 항만과 육지를 분리해주기도 한다. 배수로 제방은 콘크리트와 큰돌로 마감을 하고, 바닥에는 자연스러운 갯벌이 남아있다. 해안선의 아름다운 곡선이 모두 콘크리트 구조물로 직선으로 변해버린 삭막한 항만 배후단지와 배수로 틈 사이에 자연생태계를 복원시키려는 희망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평택시는 항만배수로 녹지축을 중심으로해서 ‘권관리 수변친수공간’으로 수변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을 조성하고, 장수리에는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평택항국민여가캠핑장’을 조성했다. 현덕면 권관리 평택호 관광단지에서 바닷가로 나가면 권관항이 어촌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권관항 어촌뉴딜 300 사업’으로 부잔교를 확대해 소형어선들의 접안 여건이 개선되었다. 앞으로 2종 항만배후단지 매립구역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현덕지구 도시개발과 평택호 관광단지가 활성화되면 권관리는 해양레저 관광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다.
평택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의 안전문제와, 평택항의 환경개선에 관한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된 ‘평택항 현안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평택당진항발전협의회 최성일 회장은 2종 항만배후단지의 민간주도 개발을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항만 주변지역에 친수시설을 대규모로 육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양레저 활성화를 위해 소형선박 접안시설을 조성해 평택시민들이 평택항에 자유롭게 방문하고, 평택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거점으로 개발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수출과 수입차 야적장을 위해 항만 배후단지의 절반이 넘는 면적의 부지를 수입차 야적장(차고지)로 임대 운영하는 현재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평택당진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당진화력발전소, 현대제철이 석탄을 주연료로 이용하고 있다. 당진 부두에서 석탄, 철광석, 고철을 수입하고 있고 석탄 하역, 운반, 비축 과정에서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대형굴뚝에서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어 편서풍을 타고 평택으로 날아온다. 설상가상으로 서부두에는 시멘트 공장, 양곡, 목재 수입 부두가 있다. 작은 단위로 포장하지 않고, 입자, 분말 상태로 선박으로 수입하는 벌크화물의 특성상 하역, 운반 과정에서 강한 바람에 날리는 먼지가 심각하다.
벌크화물뿐 만이 아니라 항만에 드나드는 대형 선박들이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다. 선박이 부두에 접안해 장시간 대기할 때, 선내에서 냉동냉장설비, 취사설비, 자동화 설비 등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전력생산을 위해 발전기를 가동한다. 이때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이 다량 배출되어 바람을 타고 평택으로 날아온다. 자동차의 경우 주차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시간에 엔진을 켜두고 공회전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서울특별시는 배기가스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을 이유로 관할구역 전역에서 공회전을 규제하고 있다. 평택항에 정기적으로 입항하는 컨테이너, 국제 카페리 선박부터 미세먼지를 줄이는 환경규제가 필요하다.
평택항 AMP 육상전원공급 설비는 동부두 13번 선석 포스코 전용부두에 1기만 설치되어 있다. 해양수산부는 AMP 이용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두에 AMP 설비가 설치되어 있으나 정작 선박 내부에 육상의 전력을 연결할 장치가 없는 노후 선박들이 많고, AMP를 이용할 경우 비용이 자체발전기 가동 연료비보다 고가라는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국제해사기구는 항만 환경개선을 위해 운항선박 탄소집약도지수 제도를 도입한다. 선박에 대한 에너지효율등급지수 규제로 1톤의 화물을 1마일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하고 지수화해 A, B, C, D, E 5단계로 평가해 3년 연속 D 등급을 받거나 E 등급으로 1회 평가받은 선박은 에너지효율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선박 검사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운항할 수 있다.
평택시는 장기적으로 수소전용항만을 구축하기 위해 평택항 수소교통복합기지를 준공했다. 원정리에는 수소특화단지를 조성하여 수소생산을 하고 있고, 앞으로 수소연료전지발전 등 수소 산업단지로 확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는 LNG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앞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실증사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한 다음에 수소생산 설비를 추가로 확장해야 한다.
평택항에 출입하는 대형 경유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수소항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교통복합기지를 중심으로 수소트럭에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대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승용차를 평택항으로 운반하는 글로비스 소속 대형 트레일러부터 수소차로 교체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공장과 평택항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트레일러부터 수소차로 교체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실증사업이다.
평택당진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을 고려하는 ESG 경영이 필요하다. 평택당진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평택시, 당진시의 시민사회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
경기환경교육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