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호와 평택호 물은 아산만에서 소통한다
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43
당진시 해안지역 삽교호 시작으로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 건설,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농경지와
철강산업단지 등으로 빠르게 변해
평택시청에서 당진시 삽교호 관광단지를 향해 가는 길은 아산시 둔포를 통해 인주면을 지나 삽교방조제 도로를 타고 당진 신평면 삽교호 관광단지로 진입 한다. 삽교방조제 도로는 국도 34호선, 38호선, 77호선이 통과하는 구간으로 당진시에서 아산, 평택을 연결하는 중요한 도로망이다.
방조제에는 디자인이 다른 두 종류의 배수갑문이 있다. 방조제 건설 초기에 설치한 배수갑문 수량으로는 삽교천 상류 지역의 집중호우를 바다로의 내보내기 부족해 농경지 침수피해가 발생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가로 배수갑문을 확장했다. 새로 배수갑문을 설계하면서 회귀성 어류인 뱀장어 어도 겸 통선문을 설치했다. 삽교방조제 설치로 30년 이상 단절된 삽교천과 아산만 해양생태계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배수갑문까지 가득 밀려온 아산만 바닷물 수면 위로 숭어가 뛰어오른다. 삽교천, 안성천에서 흘러온 민물이 유입되는 아산만은 전통적으로 숭어잡이가 활발한 해역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식량증산을 위해 1970년대 아산만 일대에 대규모 방조제를 건설하고 간척사업을 추진한다. 아산만방조제 건설에 이어 삽교천 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으로 삽교방조제를 건설했다. 1979년 10월 26일 오전 ‘삽교천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 삽교호 준공’ 행사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은 10.26 궁정동 시해 사건으로 사망한다. 삽교천 유역 주민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행사인 삽교호 준공식을 기억하며 추모하고 있다. 삽교호 관광지에 세워진 기념탑 사진을 찍으려고 사방을 찾아봐도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안내판에는 1980년에 건립한 기념탑 시설 노후로 안전사고 위험에 따라 철거하고, 재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삽교천 하구에 방조제를 건설한 후 해안에 일부 갯벌생태계가 복원되어 다양한 새들이 관찰되고 있다. ‘삽교해안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아산만 갯벌에 서식하는 새들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정기적으로 모니터링과 시민탐조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생태환경교육연구소 풀씨’ 김수정 대표의 안내로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큰뒷부리도요, 개꿩, 붉은부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관광단지에는 수산물 시장, 회타운 등 음식점 카페와 함께 퇴역 군함을 활용한 함상공원 해양테마 체험관, 멀리서도 잘 보이는 대관람차가 있는 삽교호 놀이동산이 유명하다. 해변에는 삽교호 바다공원이 조성되어 새우깡을 손에 들고 기다리면 눈 깜짝할 사이에 괭이갈매기가 날아와 물고 간다. 전망데크에서 서해대교, 평택호 서해선 철도교가 보이고, 갈매기들과 관광객이 즐겁게 소통하는 친수공간이다. 평택시 해안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친수공간이 부족해 아쉽다. 최근 ‘평택호관광단지’ 재개발 사업으로 폐업하는 횟집들이 증가하자 평택 주민들도 삽교호를 자주 찾고 있으나, 관광객들을 위한 유람선 영업은 중단되었다. 삽교천 관광단지도 해양레저 관광업 활성화에 어려움이 보인다. 평택당진항, 해군2함대, 화력발전소, LNG 기지 등 국가중요시설이 집중되어 관광객들의 아산만 출입이 까다로운 상황이다. 해양레저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한 분야이다.
화력발전소, 현대제철, 시멘트 공장,
평택당진항 개발 등으로
당진, 아산, 평택은
미세먼지 등 환경피해 입어
중국을 연결하는 전진기지의 기능을 평택당진항이 계승하고 있다. 대규모 방조제 건설로 뱃길이 막히고 갯벌이 매립되어 충청남도 당진, 아산, 예산, 홍성 등 내포지역의 작은 포구, 나루터 대부분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진포구는 한때 꽃게, 숭어, 준치 등이 많이 잡혀 어항으로 호황을 누렸다. 평택당진항 건설공사로 아산만 해안 매립공사가 장기간 추진되면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한진포구는 주변 포구들보다 어선들의 조업 활동이 비교적 활발하다. 삽교천방조제 건설 전에는 당진을 가려면 국도를 이용해 아산, 합덕을 통해 빙 둘러가거나, 평택 만호리 선착장에서 당진 한진포구로 배를 타고 아산만 바다를 건너갈 수 있었다. 한진포구에서 여객선을 타고 평택이나 인천을 경유해 서울로 이동할 수 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개통으로 당진과 평택, 서울을 자동차를 타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당진시 해안지역은 삽교호를 시작으로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가 건설되어, 바다 갯벌은 인공담수호와 농경지로 변해버렸다. 크고 작은 섬과 좁은 만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당진 해안은 방조제 축조로 단순하게 변했다. 아산만 광역개발계획에 따라 수십 년간 추진된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농경지, 철강산업단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대지구, 부곡지구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과 화력발전소, 현대제철, 시멘트 공장, 평택당진항 활성화 등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당진, 아산, 평택 지역은 미세먼지로 인한 주민 호흡기 피해가 심각해 지방자치단체들이 환경, 에너지 문제에 공동으로 협력하고 있다.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경기에너지협동조합 주관으로 경기도 지역에서 활동가들과 석탄화력발전소인 한국동서발전(주) 당진발전본부를 방문했다. 홍보관인 ‘에너지캠퍼스’ 견학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발전소 내부 시설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발전소 외부에 위치한 회처리장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은 석탄 화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기구 ‘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 김병빈 센터장이 나와서 견학을 안내해 주었다. 석탄 연소잔재물 매립시설인 회처리장 위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환경, 건강 등 민원으로 최근에 건설한 9호기, 10호기는 굴뚝 높이를 더 높게 설계했다. 높은 굴뚝에서 배출된 미세먼지는 편서풍 타고 경기남부 지역으로 날아와 평택, 안성으로 확산된다. 당진발전본부에는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정부는 2029년부터 1호기와 2호기를 시작으로 노후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환경문제로 피해를 받는 당진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교육 홍보 사업을 담당하는 중간지원조직인 ‘당진시에너지센터’를 설립해 (사)충남시민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에너지센터는 신재생에너지 태양광발전시설 관련 에너지 시민강사 양성, 에너지전환 시민 교육, 탄소중립 초록발자국 학교, 에너지전환 정책토론회, 취약계층 나눔 태양광 보급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에너지 공급시설이 있는 평택시도 에너지전환, 생태전환 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환경, 에너지분야 공동대응 절실
매립지 분쟁으로 인한 상처 치유하고
광역 아산만권 ‘베이밸리 메가시티’
성공 위해서도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평택시와 당진·아산은 광역아산만권 이웃으로 환경·에너지 문제와 관광 분야부터 교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2011년 대우건설이 추진하던 아산만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평택·아산·당진 지역의 환경단체와 시의회가 힘을 모아 조력댐 건설을 저지한 경험이 있다. 그동안 평택당진항 매립지 분쟁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생태관광 분야부터 협력이 필요하다. 충남 북부와 경기 남부를 아우르는 ‘베이밸리 메가시티’ 비전의 성공은 당진과 평택 사람들을 연결하는 소통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
경기환경교육연구소 대표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