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미군기지 주둔 이후 평택 지방자치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 6

2023-09-20     김윤영 기자

6. 평택시 대응방안 점검 및 제언

 

미군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

평택시가 주최하고 주관하는 평택국제평화안보포럼이 ‘한미동맹, 평화와 미래를 여는 70년’을 주제로 9월 22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에서 개최된다.

2022년 11월 15일 한미연합군사령부의 평택이전이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시작됐다. 한미연합사가 있는 험프리스 기지는 1467만㎡(444만평) 규모로 미2사단과 미8군사령부, 한미연합사 장병과 군무원, 가족 등 8만여 명이 거주하는 미군의 해외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군기지 주둔으로 평택에서는 크고 작은 미군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해왔다. 하지만 미군기지로 발생한 문제는 국가 간 조약에 따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법률적 권한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평택시가 시민의 삶과 안전을 책임지고 지켜내려면 지방자치와 주민참여를 어떤 방향으로 확립해 나가야 할지 모색하고자 취재를 진행해 6회에 걸쳐 게재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오키나와·요코즈카, 우리나라 부산광역시, 강원도 춘천시, 서울시 용산구, 인천시 부평구 사례를 종합해 평택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그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정부는 미일지위협정을 전면 개정하라”현수막이 걸린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청

 

지자체는 끊임없이 요구하고 대처해야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청에는 “정부는 미일지위협정을 전면 개정하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평택시 홈페이지에는 ‘한미동맹, 평화와 미래를 여는 70년’을 주제로 한 평택국제평화안보포럼 개최 배너가 눈에 띈다. 미군기지가 있는 지자체임에도 두 도시가 추구하는 미군을 대상으로 한 행정 방향이 확연하게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점은 두 도시의 행정조직에서도 발견된다. 광역지자체인 오키나와현은 물론 기노완시·가데나초 등 기초지자체에는 미군기지 민원을 처리하는 부서가 있다. 가데나 미군기지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을 운영하고 시민 누구나 망원경으로 기지를 감시할 수 있게 한다.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에 요구안을 전달하는 지자체 협의회도 운용한다. 1977년 오키나와현과 현내 시정촌(일본의 기초지자체)들은 ‘오키나와현 군용지 전용 촉진 및 기지문제협의회(군전협)’를 구성했다.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키나와 지자체들이 당면한 미군기지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정부가 나서야 한다. 미군과 협상할 권리는 일본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오키나와 지자체들은 미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군기지와 일본정부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다. 오키나와국제대학 지역행정학과 사토 마나부(佐藤 学) 교수는 “미일주둔협정에 따르면 미군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국과 중앙정부가 협의해 대응하고, 미국은 문제가 발생한 지자체와 대화할 의무가 없다”며 “중앙정부가 소극적이면 지자체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게 되기 때문에 지자체는 끊임없이 요구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근거와 논리를 갖추고

잊지 말아야 점이 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요구할 때 정확한 근거와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의 다이옥신 오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인천광역시는 자체 예산을 편성해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캠프마켓 주변지역 토양 6개 지점과 지하수 1개 지점에서 다이옥신 오염을 확인했다. 같은 해 10월 ‘인천광역시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가 제정되고 12월 민관공동조사단을 꾸렸다. 시민참여위원회·민관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됐고 정부의 전향적 협조를 이끌어냈다. 시민참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장정구 생태공간연구소 공동대표는 “지자체는 미군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앙정부에 문제해결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며 “공식 요청은 정부가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입증 가능하고 타당한 논거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 논거는 지자체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함께 조사·연구하고 논의해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8월 14일 내린 폭우로 잠긴 서탄면 장등리 670-3번지 일대 모습. 장등리는 오산에어베이스(K-55)가 2017년 세운 높이 3m 옹벽 때문에 빗물이 흐르지 못해 매년 침수 피해를 보는 지역이다.

이때 미군기지 관련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확대하지 말고 지자체 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춘천 캠프페이지 반환부지 재오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배상요구 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오동철 춘천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캠프페이지 반환부지는 춘천역에 가깝고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어 이곳의 환경오염은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며 “반환부지를 정화했던 국방부가 원인자부담 원칙에 따라 환경오염을 조속히 정화해줄 것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부평과 춘천 사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민사회와 지자체 간 신뢰와 파트너십이다. 신영진 춘천시 환경지도팀장은 “중앙정부를 상대할 때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손발이 맞아야 한다”면서 “국방부와 협의할 때 ‘춘천시가 정화하려 해도 지역의 사회·보훈·직능 단체를 망라한 범시민대책위가 반대하니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며 국방부에 정화비용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법·제도 보완 필요

이러한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노력은 법·제도의 보완으로 귀결된다. 미군기지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평택의 경우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지역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지원특별법)을 개정해 평택시민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평택발전을 이루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평택지역개발계획을 세울 때 평택시민의 의견수렴 과정의 도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병효 강원대 교수는 2007년 5월 (사)비전2100연구소(소장 장정민 전 평택대 교수) 창립 1주년 기념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지역개발계획이 평택시 발전을 위한 것이고 평택시민의 삶과 직접 관련된 것이라면 실질적인 권리보장 차원에서 평택시민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의견수렴 과정과 정보공개를 통해 계획의 공정성·투명성·신뢰성 그리고 행정의 민주주의적 정당성이 확보되며 이를 통해 갈등이나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어 결국은 행정의 원활한 집행과 능률화에 기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제안은 평택지원특별법이 세 번 개정되며 15년이 지난 현재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평택의 작지만 희망적인 변화

올해 평택에서 작지만 희망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불씨는 5월 6일 발생한 주한미군 F-16 전투기 추락사고. 평택시가 대처에 나섰으나 미군 측이 조사 일정, 배상기준 등 주민피해 대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다 보니 협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33개 농가 농경지 15만4800㎡가 피해를 입어 올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됐음에도 미군은 추락사고 한 달이 넘도록 배상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6월 평택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승겸 복지환경위원장은 “사고에 대응해 주한미군과 공문서로 소통하여 이를 명문화해 매뉴얼을 수립하며 피해배상 절차 적극 안내, 사고정보 공유, 평택시-미군 간 사고대응체계 개선 등을 반영한 주민피해 지원조례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5월 6일 팽성읍 노와리의 한 농지에 추락한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가 추락할 때 발생한 화재로 불타고 있다.

그리고 7월 21일 평택시의회 제240회 임시회에서 이종원 평택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택시 주한미군 주둔 등으로 인한 피해지역 및 피해주민 지원 조례’가 의결됐다. 이 조례는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은 피해를 입증하고 배상을 신청할 때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평택시·시의회·시민사회가 미군 관련 사고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첫 단계로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대표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대표는 “평택시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향유하는 도시가 되려면 미군기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평화와 교류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를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형태로 드러내어 미군이 대응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이 축적되어야 평택시가 행정력을 발휘하고 주민 안전이 보장되며 미군이 피해배상에 나서는 제도와 절차를 마련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