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志向), 평택박물관이 추구할 가치에 대하여
시민기고
2023년 7월 평택박물관 포럼 소식을 접하고 강연자인 ‘서해성’에 관해 검색보았다. 작가, 공간연출가로 소개된 이분은 1989년 소설가로 등단한 이후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고 세상의 각종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남산 예장자락이나 3.1운동 100주년 기념 사업 등을 감독하였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한국 근현대사와 같은 역사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일 것이라 추측되었다.
그렇다면 서해성 작가와 포럼의 부제인 ‘고고학’과는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고학이란 통상 ‘과거 인류 문화들의 물질적 잔재들의 체계적 발견, 분석, 해석을 통해 인류의 과거 연구 및 과거 생활양식의 복원에 관심을 갖는 학문분야’(<考古學의 理論과 方法論>, Molly Raymond Mignon저, 김경택 번역, 2006, 주류성)로 이해된다. 토기, 기와 등 땅 속에서 나온 유물들과 각종 건물터, 성곽, 고분 등 잔존하고 있는 흔적을 통해 과거 문화상을 복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평택박물관 포럼에서 서해성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왜 모든 것을 궁금해 하지 않는가?”하고 말이다. 면도는 왜 하는지, 의자는 언제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하였는지에 대한 분석을 설명하며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강조한다. 박물관은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라 ‘저수지’라고 말이다. 정보라는 자원의 ‘순환’, ‘공유’, ‘소통’이란 측면에서 너무나도 적절하고 적당한 비유였다. 기억 또는 기록의 권력을 유지하며 일방적인 지식 습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공유하며 즐겁고 재미있는 정보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설계하는 것이 박물관의 가장 큰 목표이자 평택박물관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강연의 부제인 ‘일상과 역사의 만남: 고고학으로서 현재’도 이해된다. 서해성 작가는 “깨진 사금파리 하나에서 사라진 기억을 회복하는 일”이 고고학의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라고 말한다. 현재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어떤 것들은 시작일 수도, 진행형일 수도 있다. 그것을 잘 들여다보고 탐구하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잊혀지게 했던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간 서해성 작가가 연출했던 여러 공간처럼 평택박물관은 현재의 나와 역사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포럼이 끝날 즈음 지나간 몇 시간을 돌이켜보았다. 강연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처음에는 호기심과 궁금함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고, 강연을 들으면서 강연자의 지식과 말에 소통하기 시작했으며, 서로의 의사와 진심이 통했을 때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생각해보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정보의 교환 때문이 아니라 ‘서해성’이라는 인물의 역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평택박물관’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그것이 ‘긍정’이나 ‘부정’, ‘인정’이나 ‘비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박물관을 방문하는 평택시민 및 모든 관람객이 수많은 감정과 생각을 쏟아내고 교환하고 토론하면서 여러 개의 정답을 찾아가는 공간, 그것이 ‘평택박물관’이 되길 희망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모두가 똑같은 무언가를 얻어갈 수는 없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그간 알지 못했던 나, 뿐만 아니라 이웃과 동네, 지역, 나아가 민족과 국가의 역사를 이해하는 큰 물줄기와 같은 박물관이 건립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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