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은 유령이 됐나
평택읽기
이지혜 평택초등학부모폴리스 연합단 단장
요즘 매체를 통해 빈번히 접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다. 친부모가 영·유아 자녀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살해, 유기하는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영아가 이른바 ‘유령아이’로 방치되는 복지 체계의 허점 때문이다.
유령아이들은 불법 입양, 부모에 의한 살해 등 극단적 범죄를 당하고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최근 친부모가 평택에 있는 자기 집에서 사망한 아이를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김치통에 담아 냉장고에 3년간 방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2021년 1월 인천에서도 40대 엄마가 8세까지 기르던 딸을 살해한 뒤 일주일간 시신을 집에 방치했는가 하면 경기 화성에서는 20대 여성이 2021년 12월 출산한 아기를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넘긴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건 모두 출산 후 신생아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저출산 시대에 발생하는
‘영아 살해’ 같은 안타까운 비극
방지 위해 국가는 종합적인
영유아보호시스템 마련해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마을에서 이웃과 이웃이 품앗이를 통해 서로를 도우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정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 돌보는 것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현대 도시에서는 이웃끼리의 교류도 극히 드물어졌다. 한 동네 아니 아파트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들 얼굴을 마주할 시간조차 부족한 사회에서 마을의 아이들을 서로 돌봐주고 관심을 쏟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혼자 남겨지는 아이도 많아졌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급감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매우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신과 출산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아이를 낳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르며 이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명들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고 우리가 서로 다른 생명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법 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호하지 않고 아이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지는 앞으로 국가가 풀어가야 할 핵심 과제다.
의료기관이 신생아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는 출생통보제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출생통보제는 신생아 출생 시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도록 막는 제도다. 이 법은 2년 전 발의됐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다가 ‘냉장고 영아 시신’ 등의 사건이 터지고서야 뒤늦게 힘을 받아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수습 방안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현재의 심각한 인구 문제를 고려하면 출생과 양육 환경의 개선을 더는 개인의 영역에만 맡겨 두기 어렵게 됐다. 이는 공적 기관의 역할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국가가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영유아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출생 단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양육까지도 포함하는 종합적인 영유아 보호시스템도 고려해야 한다. 영아 살해와 불법 입양,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은 사실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새롭게 변하고 있는 가족의 개념과 구성 등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보호하고 책임을 질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간곡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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