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저고리

2022-12-14     평택시민신문

문화산책

천사빈 시인

배냇저고리

 

옷장 정리를 하다가

손끝에 전해지는 어여쁜 감촉

딸아이 노란색 배냇저고리

세상에 나와 처음 걸친 옷

그 안에서 꼬물거리던 생명

잠투정 받아주느라 밤잠 설쳐도

방글방글 웃는 배냇짓에

피곤함이 녹아내리고

젖과 침으로 얼룩진

배냇저고리 앞섶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듯

조물조물 손빨래해서

포근한 햇살 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널어두면

너울너울 나비가 춤추며 간다.

 

 

* * *

 

 

복점(福點)

 

삼신할미가 주신 점이라고

복점이라고

엄마는

내 등의 아메바 모양 점을 볼 때마다

얼굴 가득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다

게다가 얼굴이나 목이 아닌

등에 있는 건

더욱 큰 복이라며

함부로 보여주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인복, 먹을 복, 돈복을 누리며

지금까지 잘살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복점이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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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빈 시인
2020년 8월 문예종합 계간지
<연인>으로 등단
2020년 12월 (연인>
시부문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