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의 쌀값 폭락은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와 무대책 때문
평택농민회 부회장
본지 지면평가위원
월급 말고 모든 것이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월급만 오르지 않았을까? 농민들이 농민값이라 부르는 쌀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하락 정도가 아니라 폭락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2021년산 쌀 가격은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하락했고 7월 말 시점으로 전년 대비 21.4%가 떨어졌다. 농업생산비의 주요 원인인 비료, 기름, 농약 등 영농자재값은 두 배가 폭등하였기에 쌀값 하락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농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면세유 중 경유는 130%가 인상되었다. 농민들의 영농비는 2배 인상되었고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폭락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농협과 민간 정미소에 쌓여 있는 재고미다. 우리 평택지역의 농협에도 미처 다 소비하지 못한 벼가 많이 남아 있고 이것은 올 가을 쌀값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쌀 값 하락으로 농협은 쌀을 팔수록 적자가 발생하고 농협마다 적게는 수 억 원, 많게는 수십 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것은 곧바로 올 가을 농민들의 벼 수매가 인하로 이어져 농가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과연 쌀 값 폭락의 원인은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인가?
쌀값 폭락은 정부가 고의로 의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쌀이 소비되지 않아 가격 폭락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수입쌀을 대량 방출했다. 지금의 쌀 재고량은 쌀 소비량의 11%가 넘는 수입쌀이 근본 원인인데 정부는 2022년 한해에만 수입쌀 방출 공고를 70여 차례 하였다. 작년 쌀 생산량이 27만 톤이 넘어서면서 전국의 농민단체들은 쌀 시장 자동 격리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가격하락이 지속되자 올해 2월 8일 1차 격리를 시행하였다. 하지만 그 방식도 가격하락을 유도하는 최저가 입찰로 진행하면서 쌀값하락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게 되고 실제로 그 이후에 쌀값은 더 심하게 추락하였다.
모든 것이 오르는 시기에
쌀값만 45년만에 최대 폭락
농협 재고미 넘쳐 쌀값 대란 올 수도
수입쌀 대량 방출하는 정부가 근본
원인 제공, 정부는 쌀값하락 정책
당장 멈추고 농업정책 혁신하길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으로 우리 농산물중 유일하게 양곡관리법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품목이다. 그래서 정부는 풍년이면 추수한 벼를 시장격리 하고 흉년이면 방출을 하여 가격조정을 해왔다. 정부가 보유한 쌀 재고량은 풍년인 2016년에는 200만 톤 가까이 늘리고 2021년에는 15만 톤까지 줄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쌀값은 정부가 의도한 대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쌀값 폭락의 주요 원인인 시중의 재고량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앞에서는 최저가 입찰로 벼를 사들이고 뒤로는 수입쌀을 시장에 풀어 쌀값을 떨어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모든 물가가 오르니까 정부가 통제 가능한 쌀 값이라도 떨어뜨리겠다는 정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농산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특히 쌀은 국민이 자주 마시는 커피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정부의 수급계획 실패와 쌀값 하락 정책으로 농민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농협과 농민이 입은 피해는 무려 1조 3천억원에 이른다. 농민도 국민이다. 농민을 희생양으로 삼은 국가의 정책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가? 더 이상 농업과 농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통해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는 정책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기초식량인 쌀을 지키고 농민의 삶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의 농업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초인 각종 농업관련 법이 재정비되어야 한다.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업,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어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세상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