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선언은 정말 바보짓일까

2022-06-29     평택시민신문
권현미 제8대 평택시의원

“바보짓, 탈원전 폐기선언!” 어느 날 저녁 식사를 위해 찾아간 식당에서 뉴스를 접했다. 지난 5년간 추진해왔던 탈원전 정책을 바보짓이라 비아냥대며 앞으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탈원전 정책은 과연 바보짓이었을까?’에 대해 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발생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떠올리게 되고, 방사능에 대한 개인적 공포감과 엄마로서 아이들 세대에 느끼는 안쓰러움이 새삼스럽다.

정부는 지난 22일 원자력 발전 산업에 대한 대대적 지원 방안을 들고 나왔다. 원전 협력업체에 올해 중에 925억원, 2025년까지 총 1조원 이상의 일감을 공급하는 내용이 중심이라고 한다. 이로써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 될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8조2600억원을 들여 1400메가와트급 한국 신형 원전 2기를 짓는 내용이며 7천억 가량이 투자된 상태에서 2017년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4곳에 24개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는 이들은 1그램의 핵분열 우라늄으로 석탄3톤, 석유9드럼에 해당하는 열량을 낼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의 고효율을 찬양한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에는 매우 큰 결점이 있다. 그것은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방사성폐기물이 지속적으로 생산된다는 점이다. 인류는 핵발전 시설을 지어낼 때부터 핵폐기물이 매우 위험하고 처리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반적인 쓰레기와 달리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하며, 많은 사람들의 목숨은 물론 도시를 폐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과거 유명한 원전 사고들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위험성 높아 10만년 동안 보관
해야 할 ‘사용후 핵연료’ 저장방법
인류 아직 해법 못찾아, 새 원전
건설은 미래세대 위해 반대한다

방사성폐기물이란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의하여 오염된 물질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이라고 정의된다. 원전연료로 사용된 ‘사용후 핵연료’를 비롯해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원전 내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기기교체 부품 등과 병원,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말하며 법적으로 안전하게 관리 되어야 한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경주에 위치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에서 보관되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의 경우는 매우 높은 열과 방사성으로 보관 혹은 폐기할 곳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 같은 상태의 ‘사용후 핵연료’를 원자력 발전소내에 임시저장하고 있다. 비교적 오염이 적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조차 콘크리트로 만든 저장고에 300년은 안전하게 보관해야 위험성이 사라진다. 그러나 ‘사용 후 핵연료’는 핵반응이 멈춘 것이 아니어서 그대로 두면 10만년동안 보관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여러나라는 몇 가지 대안을 고민한 바 있다. ‘깊은 바다에 묻자’는 대안은 세계의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폐기되었다. ‘남극에 묻자’는 대안도 남극조약에 의해 금지되었다. 남은 방법은 깊은 땅속에 보관하자는 것인데 이를 위한 장소로는 오랜기간 지각변동이나 균열이 없고, 지하수가 없는 곳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세계 원전을 가동하는 31개국이 땅속에 처분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2100년에야 완공이 가능하다는 핀란드를 제외하고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처럼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을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갈수록 핵폐기물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습하고 처리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하다. 스웨덴에서는 몇 년전 처분장 부지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위해서도 반세기가 필요했다. 그마저도 주민들의 반대와 부지의 예상하지 못한 문제 발생 가능성으로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물질은 대책 없이 원전에 임시저장 중이다. 그마저도 곧 용량이 부족해질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새로운 원전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반대한다.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수습과 대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