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형 사회주택 활성화를 기대하며

2022-05-18     평택시민신문
노현수
사회적협동조합
평택지역자활센터
경영기획실장

사람은 누구나 좋은 집,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발간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현재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 1순위가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이사하려고’로 나타났다. 또한 사람들은 환경이 더 나은 주거형태를 선택하려는 욕구가 있다. 단독이나 다가구연립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싶다던지, 오래된 집에서 새로운 집으로 옮기고 싶다던지 말이다. 하지만 월 소득이 높지 않은 서민이 월소득 대비 임대료·대출이자의 수준이 높다면 주거 상향을 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하루하루 삶의 희망을 가지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활의 안식처라고 불리는 집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모두 알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크게 민간시장에서 전월세·매매, 민간임대, 공공임대로 나눠진다고 볼 수 있다. 작금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우리가 살아야 할 집은 자본증식의 도구, 부의 상징으로서 상품으로 활용되어왔고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하며 집값 폭등이라는 결과물을 가져왔다. 정부의 공공임대라고 해서 주거안정을 원하는 서민 욕구를 모두 채워주지는 못했다.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사회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주택은 시세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고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급 또는 운영하는 임대주택을 일컫는다. 타 주거 형태와는 달리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운영방식이 돋보인다. 주택을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입주자들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활동하면서 특성에 맞게 다양한 생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사회주택 거주자는 저소득층 대상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덕신도시 내 LH공공지원사회주택 한솔아이키움의 경우 4인 가구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20%(747만1610원)까지 입주지원이 가능하다.

사회주택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형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LH·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이 기존 또는 매입 토지를 사회적경제기업에 장기간 저렴하게 빌려주면 그 땅 위에 건물을 지어 시민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다.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은 빈집이나 노후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주거환경을 조성하여 임대한다. 최근 언론에서 많이 접한 과도한 임대료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노후된 호텔 등 숙박시설을 1인 가구를 위한 쉐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해 주거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주택이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평택지역자활센터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사회적주택’을 운영한다. 사회적주택은 LH 또는 지방도시공사가 공급하는 매입임대 등을 사회적경제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기존 정부나 LH가 운영하면 되는 것을 왜 민간이 하는 거지? 민간과 공공의 중간지점인 사회주택의 경우 사회적경제기업이 임대공급을 하기 때문에 입주 절차가 간단하고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징점이 있어서다.

사단법인 한국사회주택 자료에 따르면 2021년까지 우리나라에서 4943세대가 사회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주택은 서울·경기에 몰려 있는데 전북 전주시가 84가구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주시의 사회주택에 대한 고민은 청년·장애인 주거 부문에서 시작됐다. 2016년 전주시 주거복지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매년 시민 주거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전주시 중위소득 50% 이하 월세 가구는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에 쓰고 있고 월세 가구의 대부분이 20~30대 젊은 계층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기존 공공임대주택 설계 구조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주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전주시 사회주택의 경우 토지임대부 리모델링형이 대부분인데, 전주시가 토지·건물을 사들여 사회적경제기업 운영사가 리모델링하고 입주자를 모집·관리하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시세 80% 이하이고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특히 주거복지 활성화를 위해 중간지원조직인 전주시주거복지센터를 설립해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평택시에도 사회주택의 씨앗이 움트는 중이다. 주거 안정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제3의 방식인 사회주택을 준비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하나둘 출현하고 있다. 함께 공동체적 삶을 일궈나가고자 중산층 노인 주거공간을 마련하려는 사회적협동조합이나 기존 LH의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한 사회적주택을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평택지역자활센터 등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청년·장애인·노인 등 주거취약계층 외에도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가치관을 함께 공유하고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택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평택시는 서민 주거안정, 사회주택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준비해야 한다. 평택시 주거복지 지원 조례 제정, 주거복지센터 설립, 정기적인 주거실태조사, 평택시 노후건물 매입 및 리모델링 임대 지원, 사회주택 설립 지원 등 법적·재정적 지원을 할 토대를 탄탄히 세우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