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을 찾다
2022-04-13 평택시민신문
나의 길을 찾다
늦은 출발이 화근이었을까
서녘 하늘 속으로 타들어가는
벚꽃과 유채꽃의 환영(幻影)에 취했을까
홀린 듯 미끄러져 들어가는 길
섬이 섬을 낳고 있는 바닷가를 달릴수록
어둠의 공포가 가슴을 조였다
점점 어두워지는 초행길을 분간하지 못하고
낯선 숙소에 주저앉은 봄나들이
약속처럼 아침은 오고
창밖은 온통 꽃들의 신천지다
어젯밤 길을 잡아먹던 검은 포식자는 어디로 갔을까
흔적 하나 남겨두지 않았다
바다와 하늘은 한통속으로 푸르고
화려한 꽃들을 보며 잠시 환희에 젖어보는데
해금강이 아침 태양을 밀어 올리고 있다
맑은 태양빛을 가슴 가득 안으며
어젯밤의 공포를 말끔히 지워버린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법
환한 봄 길을 달리며 나의 길을 찾다
진달래 사랑
벼랑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넘실거리는 아득한 물결
천 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면서
벼랑의 각오는 더욱 단단하게 굳어갔다
움켜쥐고 받쳐주면서
꽃으로 피워내는 분홍빛 연정
사랑이란 저처럼 포기하지 않는 맹목일 것이다
만개한 진달래가 절벽을 절벽답게 세워놓고 있다
골짝은 깊어 폭포 소리 더욱 우렁차고
올려다보는 눈동자들
그들의 봄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일까
벼랑 끝에 다다른 붉은 봄이
여린 잇몸으로 꽃잎을 씹으며
하늘길을 오른다
뒤를 이은 연둣빛 이파리들이
벼랑을 단단히 거머쥐고 내일을 기약하는 중이다
계간 '월간문학' 등단
평택문인협회 회원
황금찬문학상, 문학광장 문학대상경기 신인문학상, 칸느문학상, 다선문학상 수상
시집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공저 '삶'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