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밥상을 공격했다

2022-03-23     평택시민신문
권현미 평택시의회 의원

저녁 장을 보기 위해 마트를 돌다가 붉은 빛깔의 속살,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하얀 지방실이 그림처럼 그려진 연어가 올라간 초밥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요리를 위한 식재료가 가득한 카트 사이에 미리 조리되어 포장된 초밥 상자를 올려놓곤 했다. 흰색살이 대부분인 생선들 사이에 유독 선명한 주황색 속살을 가진 연어는 탐스러운 식재료 중의 하나이다. 요즘 이 맛난 식재료를 쉽게 장바구니에 담기 어려워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하늘길을 막았다. 그리고 우리의 밥상에서 연어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연어의 95% 가량을 차지하는 노르웨이산 연어는 주로 러시아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이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금지했고, 러시아도 이에 맞춰 자국 영공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연어뿐 만이 아니다. 러시아산 비중이 큰 수산물 가격도 함께 치솟고 있는데,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산물 수입량 637만4493t 가운데 8%(48만9708t)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수산물은 중국(90만1946t)에 이어 두 번째로 그 규모가 크다. 영공 폐쇄로 러시아산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그마저도 수급이 어려워 횟집에서는 해당 메뉴의 판매가 중단되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 물론 해산물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맛있는 해산물을 전처럼 자주 먹기 힘들 수 있지만, 우리 주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밀생산 30 퍼센트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밀 생산 중단위기... 
심각한 세계 식량위기 불가피

 

각종 개발압력으로 사라지는 평택농지 생각하며

생명과 식량안보 소중함 새삼 느껴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지대라고 불릴 정도로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수출하는데 전쟁으로 인해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CNN은 이런 상황을 놓고 “식량 위기가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거대한 위기가 찾아오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식량 위기가 오는 건 기정사실이 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의 30%를 생산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워야 하니 밀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 밀 파종 시기는 다가오고 있고, 밀 생산이 어려운 상황으로 밀의 선물 가격은 한달새 70%가량 치솟았다. 당장 밀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모자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자국에 우선적으로 밀을 공급하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는 중이다. 밀과 같은 곡물은 보통 선물 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밀의 가격은 6개월 전의 가격이다. 따라서 향후 6개월까지는 당장 빵값이 오른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전문가들은 6월을 전후로 곡물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동네 빵집에서 풍기는 달콤한 빵냄새가 그리워지게 되면 어쩌나 걱정스럽다. 그러나 사실 전세계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식량난은 시작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의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량 위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지른 상황인 것이다. 그냥 저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인 줄 알았다. 나비의 펄럭임보다 지나치게 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먼 나라인 한국의 밥상 메뉴를 바꿔놓고 있다. 곡류 가격이 오르고, 사료 값, 비료값 그리고 육류의 가격도 연이어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문득 지난 행정사무 감사 때 살펴보았던 서류들이 생각난다. 상당수의 많은 평택 농지들이 도시개발압력으로 용도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반도체, 카이스트 이전 등 많은 호재가 평택시를 발전시키고 평택시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식량문제를 생각해 보면 개발압력으로 사라지는 농지에 대한 안타까움도 금할 수 없다. 식량은 생명이니 말이다. 연어는 포기할 수 있지만, 생명을 포기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될테니 말이다. 평택푸드플랜을 다시 들여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