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은 아름답다
아이들에게 꿈과 자연 보여주고
어르신에게는 학습과 모임 공간
제공하는 소통과 배움의 마을공동체
작은도서관 활성화에 더 많은 관심을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 있다면 정보와 창의력이다. 책은 이 능력을 함양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책과 정보를 담은 도서관은 지식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매우 훌륭한 인프라다. 이러한 면에서 최근 평택시는 시민 독서문화 함양을 위해 지역 곳곳에 공공도서관을 건립하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을 곳곳에서 주민밀착형 작은도서관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고무적이다. 특히 민간에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들은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거점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평택시 이충동에 있는 사랑나무작은도서관에서도 다양한 공동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은 2013년 교회공동체가 마을공동체를 섬기기 위해 교회공간을 도서관으로 전환해 독서문화 및 평생학습과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왔다. 어느덧 10년차를 맞이하여 이제는 마을도서관으로서 자리를 잡은 듯하다.
3년 전부터 어르신들의 도서관 이용이 꾸준히 늘면서 ‘백세청풍’이라는 어르신 동아리가 형성돼 도서관 프로그램인 다묵교실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도 매주 한국화 프로그램을 거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실력이 향상되어 아름다운 한 폭의 산수화가 나온다. 이 동아리에서 봉사하는 손현득 선생님은 변함 없이 일찍 와서 회원들을 맞이하고 그날 가르칠 내용도 미리 준비해오신다.
이 동아리에는 매우 특별한 분들이 있다. 평택에서 최고(最古)의 평생학습자라 할 한응태 어르신은 올해로 85세다.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몸이 불편한데 매주 수요일이면 버스를 타고 와 2시간 넘게 매난국죽을 치고 가신다. 81세의 한 어르신은 도서관에서 디지털 프로그램과 수묵교실에 참여하고 따로 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우신다. 또 다른 어르신은 올해 대학교에 입학해 최고령 대학생이 되셨다.
하모니카의 달인이라 할 만큼 뛰어난 연주가도 있다. 바로 제명숙 어르신이다. 어르신의 하모니카 연주 영상은 유튜브에서도 인기다. 조회수가 일만 명이 넘는 영상이 있을 만큼 하모니카 연주 실력은 일품이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부지런히 스마트폰 활용을 익혀 이제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자유자재로 다루신다.
얼마 전에는 한 학생이 찾아왔다. 너무도 반가운 얼굴이었다. 이 학생은 우리 도서관 독서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책에 빠져 읽고 있을 때면 나는 도서관 문을 닫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밤 9시가 될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곤 하였다. 그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였다며 작은 선물을 가지고 찾아와 그때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줘 감사하다 했다. 4년 전 9살 7살 남매도 기억에 남는다. 남매가 도서관에 자주 왔는데 어느 날인가 밤 9시가 되도록 집에 가질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엄마 아빠가 일하느라 늦게 온다 했다. 나는 아이들의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최근에는 이웃분쟁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사리소통방, 디지털배움터, 우리마을돌봄공동체, 마음N코칭센터, 평생학습정원 등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자발적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성장하게 하고, 숲속공동체 생명이야기를 통해 평택의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가치는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고 공감하며, 기다려주고 배려해 주는 일은 작은도서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 그리고 자연을 보여준다. 어르신들에게는 학습활동과 모임을 통해 청년의 마음으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세대와 다음세대를 이어 소통이 이루어지게 하고, 배움을 통해 넓은 세상을 보게 하는 일, 이것이 작은도서관이 가지는 독특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기를 원한다. 작은도서관이 더 많이 활용되었으면 한다.